지난 26일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두 쪽으로 끊겨 서해 백령도 앞바다에서 침몰한지 31일로 엿새가 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하나 명확한 게 없습니다. 무엇보다 함미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 46명의 생사도 알 수 없지만, 사고 원인과 관련해 시간이 갈수록 명확해지기는커녕 혼란스러워질 따름입니다. 분명한 건 천안함이 침몰할 당시 천안함과 근처에 있던 속초함 그리고 평택의 2함대사령부가 서로 주고받은 교신내용이 이번 사고의 의문을 풀어줄 결정적 단서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제기된 사고 원인은 크게 내부 폭발설과 외부 타격설, 그리고 암초 좌초설 등 3가지로 구분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외부 타격설이 유력해지다가 급기야 최근에는 ‘피로 파괴(Fatigue Fracture)’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힘을 받고 있는 외부 타격설의 경우, 이는 다시 기뢰에 의한 피격과 어뢰에 의한 타격으로 나눠지는데, 특히 어뢰에 의한 타격은 잠수함의 어뢰공격과 반잠수정의 어뢰공격으로 나눠집니다. 물론 그 타격(공격) 주체로는 북한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당국과 일부 보수언론에서 어김없이 북한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29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북한 개입 가능성이 없다고 한 적 없다”고 발언함으로써 일부 보수언론의 북한 개입설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런데 의미있는 건 북한 개입설에 미국 측이 즉각 부정했다는 점입니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은 “(천안함) 사고에 그 어떤 나라도 개입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도 “우리는 선체 자체 외의 다른 요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를, 특히 전쟁접경지역을 인공위성 등으로 훤히 내다보고 있는 미국 측의 발언은 신빙성이 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 북한이 이번 사고에 개입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개입설이 등장하는 이유는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볼 세력이 장차 불어 닥칠 후폭풍에서 피하고자 하는 술수 때문입니다. 아울러 대부분의 언론이 북한더러 왜 이번 사태에 대해 응답이 없냐라고 묻고 있는데 이 또한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지난 세 차례의 서해상 교전에서처럼 북한이 연관이 있다면 분명히 밝힐 것입니다. 개입하지 않은 것을 두고 ‘나 개입하지 않았다’라고 실토할 수는 없겠지요. 우려되는 점은 이러다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 미스테리로 남을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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