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에게 “현 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강남 부자 절의 주지를 그냥 놔둬서 쓰겠느냐”면서 ‘좌파 주지’ 운운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강남의 부자 절에 좌파 주지를 놔두면 되겠느냐’는 말입니다. 도심 속의 천년고찰 봉은사가 특별분담금사찰에서 직영사찰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권력이 압력을 가했다고 의심받는 배경입니다. 또한 안 대표는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사건의 성범죄 원인이 ‘좌파 교육 10년 탓’이라는 요지의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안 대표는 명진 스님이 이명박 정부를 정면 비판하는 것과 함께 조계종의 통일기구인 민족공동체추진본부의 본부장으로서 남북교류사업을 펼친 것을 두고 ‘좌파’ 운운하는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준표 의원의 말마따나 “좌파가 나쁜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좌파가 나쁜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우파가 나쁜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좌파를 악용하는 사람과 집단이 있다는 것입니다.

좌파든 우파든 자신의 고유한 가치가 있습니다. 좌파는 통상 진보적 가치를, 우파는 보수적 가치를 추구합니다. 이는 선악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기에 그 가치는 서로 다를지라도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안 대표의 ‘좌파 주지’ ‘좌파 교육’이라는 단정에서 드러나듯 한국사회에서 좌파는 곧 ‘나쁜 것’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이명박 정부 들어 ‘좌파 척결’이라는 말이 성행할 정도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좌파와 우파를 나누는 기준은 진보와 보수라는 가치가 아니라 북한입니다. 지어 거기다가 정부 비판까지 곁들여집니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에서 좌파는 곧 반정부 활동에서 통일운동까지 포괄하게 됩니다. 정부를 비판하고 남북사업을 하는 명진 스님이, 안 대표의 눈에는 좌파로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한 일간지는 안 대표의 연이은 ‘좌파’ 발언을 두고 “매카시즘보다 독한 ‘안상시즘’”이라는 용어까지 붙여주었습니다. 우파가 좌파를 범죄시하면 할수록 우파 역시 악마화될 뿐입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금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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