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말을 하고 싶어도 ‘빈말하지 않는 북한’이 되고 말았습니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는 18일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보낸 통지문에서 “3월25일부터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부동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면서 오는 25일 남측 소유자들이 금강산을 방문하라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자산을 몰수하고 입경 제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알렸습니다. 아울러 아태위는 남측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 4월부터 새로운 사업자와 관광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북측의 강공은 충분히 예견됐습니다. 지난 4일 아태위는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관광길을 계속 가로막는 경우, 우리는 부득불 특단의 조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남측에 특혜로 주었던 관광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의 파기, 관광지역 내 남측 부동산 동결 등의 문제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13일 <통일신보>는 “(아태위 담화가) 남조선 당국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이고 경고”라 했으며, 17일 <노동신문>은 “금강산, 개성 관광 재개를 계속 막으면 결단성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취후통첩성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 정도라면 남측 당국이 ‘기다려라’, ‘왜 그러냐’ 등 뭐라고 한마디 말이라도 건넸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정부는 “특별히 대응할 게 없다”고 하다가 아예 모르쇠를 한 것입니다. 이러니 어느 누구라도 자신이 뱉어놓은 말을 주어 담을 수가 있겠습니까? 남측이 북측으로 하여금 빈말을 하고 싶어도 빈말을 할 수 없게끔 만든 것입니다.

성의를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책임도 지지 않는 정부당국으로 인해 기업과 국민이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당국은 ‘우리는 할 것은 다했다’는 태도입니다. 이로써 남북관계의 옥동자로 불리는 금강산 관광이 사라지고 또한 민족기업을 꿈꾸던 현대아산의 꿈이 물거품이 될 일촉즉발의 순간입니다. 금강산 관광이 이대로 끊겨선 안 될 것입니다. 정부는 언제까지 ‘나 몰라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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