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조건식 사장이 18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이 사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감할 수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조 사장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직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다음 달인 8월 현대아산 사장에 올랐습니다. 당시의 상황이나 그가 통일부 차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의 임무는 남북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하면서 관광길을 여는 것이었겠지요. 일종의 ‘구원투수’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그해 12월 개성 관광도 막히면서 현대아산은 최악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2009년 3월에는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 씨가 억류되면서 상황은 더욱 꼬였습니다. 게다가 5월 2차 북핵실험-유엔 안보리 제재 등으로 여지가 없어졌습니다. 그나마 8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과 유 씨 석방 등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 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북측이 ‘남북관계 개선’을 밝히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제의하면서 뭔가 상황이 바뀌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도 있었으나 결국 남측 당국의 ‘무성의’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조 사장이 재임기간 동안 관광 재개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역부족이었겠지요. 정세가 허용치 않았고 남북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았겠지요. 어쨌든 그는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하지 못했습니다. 구원투수가 불을 끄지 못하면 다시 마운드를 넘겨줘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씁쓸함이 남습니다.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에서는 경제협력사업의 어느 천하장사라도 버틸 수가 없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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