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금강산, 개성 관광 재개 요구에 남측 당국이 요지부동입니다. 북측은 지난 4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담화를 통해 “남조선 당국이 관광길을 계속 가로막는 경우, 우리는 부득불 특단의 조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남측에 특혜로 주었던 관광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의 파기, 관광지역 내 남측 부동산 동결 등의 문제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남측 당국의 대응이 궁금했습니다. 다음날인 5일 통일부 관계자는 “금강산, 개성 관광 재개는 관광객 신변안전 등 기존에 우리가 제시한 조건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화없다”면서 “아태위 발표에 대해 현재로서 특별히 대응할 부분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북측, 너네들 마음대로 하라’는 것입니다. 당사자인 현대아산조차 조속한 문제 해결을 바라고 있는데 남측 당국은 더 이상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북측 아태위의 입장은 단순합니다. 금강산 관광길을 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남측 당국의 반응은 안일한 정도를 넘어 무책임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남측 당국이 요구한 ‘진상규명’과 ‘신변안전보장’, ‘재발방지’ 등 기존 3대 조건은 거의 모두 충족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남측이 관광길을 열지 않는 것은 군색할 따름입니다. 이런 중에 남측은 북측을 어쩔 수 없는 상태로 몰고 있습니다. 남측이 관광길을 열지 않으면 북측은 하릴없이 “관광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의 파기, 관광지역 내 남측 부동산 동결” 등을 할 것입니다.

지금 6자회담 재개와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이 돌고 있습니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면 남북관계 복원이나 6자회담 재개에 의미 있는 분위기 조성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남측 당국은 전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6자회담이 재개된다면 그때 가서야 마지못해 금강산 관광길을 열겠지요. 참 대책 없는 정부입니다. 상대편의 흠결 없는 절실한 요구를 외면한다면 부메랑이 될 것입니다. 어려울 때 외면하는 이웃에 대한 기억은 오래 가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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