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미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6자회담의 의장국인 중국의 중재로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전망이 밝아졌다. 중국이 중재에 나서 미국과 남.북한의 입장을 조율하면서, 북.미간 상호양보와 협력을 통해 그 동안 15개월 동안 휴면상태에 빠진 6자회담이 3월 말이나 4월 초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낙관적 견해의 근거는 그 동안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적극적 중재역할은?

지난 2월 초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중으로 북.중간 교차방문을 계기로 조성된 화해 분위기 속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에 나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제2차 북.미양자대화, 예비6자회담, 공식적인 6자회담 재개) 안을 제시했다.

또한 한.중, 미.중, 한.미로 이어지는 연쇄접촉과 이견조율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명분 제공을 위해 중국이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양보와 타협을 얻어내었고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북.미간 제2차 양자회담을 갖도록 미국을 설득했다. 이어서 한.미 양국은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향후 대응전략을 유명환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간 워싱턴 전략대담(2.26)에서 집중 논의했다.

그 동안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놓고 북.미 양측은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여 평행선을 달리면서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양국 입장을 요약하여 살펴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서(1.11)를 통해 6자회담의 미국과 다른 4개 참가국(중,한,일,러)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두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북한은 먼저 한반도평화체제 논의와 대북제재 해제 논의를 한 후에 6자회담 복귀를 주장하여왔으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중(2.9-13) 협의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서 “비핵화와 더불어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의제화해 50대 50으로 균등하게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으며 수용되면 6자회담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대북 제재 해제 요구와 관련해 6자회담 재개 후 해결하는 쪽으로 입장을 변화해 북한이 한 걸음 물러나는 유연성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과 다른 4개 참가국은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복귀한 후에 평화체제와 대북제재 해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일관된 주장으로 맞서 북한이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에 먼저 복귀하고 비핵화 과정에 진전이 있으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비핵화가 진전되면 4개(미.중.남북한) 당사국간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기본입장을 주장하여왔다. 따라서 중국의 중재 이전에 북미양측이 서로가 상반되는 입장을 견지하여 한 치의 양보도 없어 6자회담 재개의 전망이 비관적이었다.

이와 관련, 북한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중을 통한 북.중 회담에서 북측이 평화협정과 비핵화의 동시 의제화를 제시했다. 이 메시지를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는 2월 23∼25일 베이징에서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 교섭본부장,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각각 만나 북.중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우다웨이 수석대표는 “비핵화의 진전을 어느 정도까지로 판단하는지”에 대해 한.미 양측의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청하였고, 우 대표는 한.미 양국의 입장을 전달받아 이를 북한에 전했고 다시 북.중 협의를 벌여 한반도 평화협정과 한반도 비핵화 동시의제화 주장과 관련해 북한과 한.미 간의 절충점을 찾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기와 같이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를 통해 북.미간의 평행선 대치에 유연성을 보여, 중국의 중재로 제2차 북.미 양자 대화를 먼저하고 6자회담 재개와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추진하는 타협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6자회담에서 논의해야 할 핵심의제는?

그러면 교착된 6자회담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인식하면서 차기 6자회담의 핵심 의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피력하고자 한다.

지난 2008년 12월 초 베이징에서 열린 마지막 6자회담에서 6자가 검증의정서 채택에 실패한 후 그동안 6자회담은 휴면상태였다. 지금까지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한 논의는 활발한데 비해 6자회담이 재개되면 핵심의제가 무엇일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무관심이었지만 이제부터 구체적으로 어떤 핵심이슈들이 의제로 결정돼야 할 것인지에 관해 6자회담 참가국들이 고민해야한다.

필자의 견해로는 무엇보다도 차기 6자회담에서 먼저 검증의정서를 채택하는 것이 급선무다. 검증의정서에는 북한의 플루토늄 프로그램뿐 아니라 최근 북한이 공식적으로 보유를 인정한 우라늄 프로그램과 핵물질 해외 이전에 대한 검증조치를 담은 의정서를 6자가 합의하고 채택해야 한다.

검증과 관련해서 3가지 핵심이슈들을 해결해야 한다. 첫째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의 정확한 양과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한다. 북한이 생산한 플루토늄의 양이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지 두 번 핵실험에 사용한 양은 얼마인지 등 그리고 고농축 우라늄을 얼마나 생산했는가에 대한 국제사찰단이 완전하게 검증해야 한다. 북한이 핵 활동에 관한 약 18,000페이지 이상 제출한 문서에 대한 검증을 위해서는 실질적이고 철저한 현장사찰과 샘플이 필요하다.

둘째로, 미국의 주장에 의하면 북한이 구두로 다음 3가지 핵심쟁점에 합의했다고 보도되었지만 북한은 부인하였다. 즉 핵심쟁점은 (1)‘상호 동의’에 의해서만 미신고지역에 출입 (2)북한의 우라늄 농축활동과 핵물질의 해외 확산 (3)현장사찰과 표본채취 등이다. 이러한 핵심쟁점에 대한 문서화 합의가 필요하다.

셋째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폐기(dismantlement)와 제거(elimination) 문제에 대한 북한과의 협상은 가장 어려운 과제이다. 북한은 이미 원칙적으로 핵무기 포기를 하겠다는 공약을 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 포기의 선결조건이 충족이 되어야 하는데 이 문제에 관해 향후 오랜 기간에 걸쳐 6자회담에서 타결해야한다.

어떤 분석가들은 북한은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핵무기 보유가 북한체제를 수호하고 국제적 위신을 강화하기 때문이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말을 왜곡하거나 불신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일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였고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면 북한이 핵무기를 가질 필요성이 없다고 그의 입장을 반복하여 분명히 밝히고 있다. 북한이 말보다 행동으로 실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지는 앞으로 6자회담에서 이미 합의한 사항들을 성실히 이행 할 것인지에 따라 북한의 행동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만약 2008년 12월 초에 채택하지 못한 검증의정서에 6자가 합의하고 채택되면, 국제사찰단이 신고지역에 검증을 성공적으로 종결한 후 2.13(2007) 합의에 따라 다음 단계는 먼저 5자간에 미국의 포괄적인 패키지 안과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 안 등을 조율한 새로운 통합안, 이른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포괄적인 타결 로드맵’(comprehensive resolution roadmap) 5자간 통합 합의안을 북한에 제시하여 북핵 폐기 단계에서 6자간에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그 동안 <통일뉴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6자회담 재개와 동시에 9.19합의와 2.13 합의에 따라 4자간(미.중.남북한) 한반도 평화포럼을 개최하여 4자간의 한반도 평화조약(a Korean peninsula peace treaty)을 체결하고 북한이 요구한 미국의 ‘대북적대관계’ 청산을 일차적으로 만족시키면서 북.미관계 정상화의 첫 단계로 진입함과 동시에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이행할 것을 이미 제안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9.19합의와 2.13합의에 따라 5개국 6자회담 참가국은 대북 중유지원의 나머지 부분을 북한에 제공하고 동시에 북한은 2.13합의에서 합의한 불능화 2단계를 종결함으로써, 그 동안 장거리 로켓 발사와 북한의 제2핵실험, 유엔의 대북결의 1874 제재 등으로 상호불신이 팽배하고 상호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이긴 하지만 6자회담의 재개와 새로운 신뢰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과 양보를 통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가까운 장래에 한반도에서 화해, 조화 그리고 평화의 새로운 훈훈한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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