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2010년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일정(3.8~18)이 발표되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는 이 군사연습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몇 편의 기고를 <통일뉴스>에 연재한다. 평통사는 이 기고들을 통해 이번 군사연습 자체와 평택.군산.대구 등 주한미군 주둔지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갈 계획이다. /편집자주

▲ 청계산 등산로에 위치한 탱고 입구. 2007년 을지포커스렌즈 연습에 반대하는 기자회견. [자료사진 - 평통사]

키 리졸브 연습은 한반도 전면전쟁 시나리오인 한미연합사/유엔사 작전계획 5027에 따라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갖춘 해외미군을 오키나와, 일본, 괌, 미 본토에서 한반도로 수용, 지정된 장소에서 대기시킨 후 육로를 통해 전방으로 이동한 다음 한반도 전구 사령관인 한미연합사령관이 이들을 작전통제 할 수 있도록 통합하는 절차를 익히는 연습이다.

한국군에 대한 전시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은 이제 주한미군과 미 증원전력까지 통제하게 됨으로써 반격작전과 군사분계선 이북에서 작전, 곧 평양점령과 북한군 격멸을 위한 준비태세를 마치게 되는 셈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작전계획 5027의 목적은 북한군 궤멸, 북 정권 제거, 통일여건 조성이다. 또 한미연합사/유엔사 작전계획에는 개전 직전 또는 초기에 북한지역의 700개에 달하는 표적을 타격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이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선보인 ‘충격과 공포 작전’의 한반도 판이다.

키 리졸브 연습과 관련하여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단연 한미연합사 전쟁지휘소(TANGO CP : 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 Command Post)다. 탱고는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령관을 비롯한 한미양국군 수뇌부가 전쟁을 지휘ㆍ통제하는 지하벙커다. 한반도 전쟁시나리오에 따라 실전처럼 진행되는 키 리졸브 전쟁연습을 총 지휘하는 곳도 이곳이다.

한미연합사 탱고는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성남 청계산 자락에 있다.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되면 청계산 들머리는 탱고 오스카, 서울 탱고 표시를 단 대형버스들이 관련 요원들을 쉴 사이 없이 실어 나르고, 총부리를 겨눈 미군 장갑차량과 한국군 장성, 동원 예비군까지 뒤섞여 북적거린다. 여기에 등산객들이 함께 어울린 모습은 ‘정전(停戰)’이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탱고의 전쟁룸에는 적군의 규모 및 공격 방향, 속도 등 적군에 대한 정보와 아군의 병력 및 대응태세에 대한 정보가 그래픽 화면을 통해 구현되는 공통작전상황도(COP : Common Operation Picture)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COP는 피․아 정보를 전시하여 지휘관이 신속․정확한 결심을 지원하는 지휘자동화체계(C4I)의 핵심이다.

또 탱고에 있는 SCIF라는 최첨단 정보시설은 한국군 고위 관계자도 쉽게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보안이 철저하게 유지되는 극비구역이다. 여기서는 한반도 상공을 감시하는 첩보위성과 주한미군 U-2S 정찰기의 대북 감시정보는 물론 미 본토의 중앙정보국(CIA), 국방정보국(DIA)이 파악한 첩보를 실시간을 받아 볼 수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탱고 오른편에 있는 성남공항에 백두, 금강부대가 주둔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국방정보본부 예하 백두, 금강 정찰부대가 수집한 대북 정보는 미군에게 제공된다.

미국이 한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북 체제 붕괴를 전쟁목표로 하는 작전계획 5027-04와 이와 연계된 핀 포인트 공격계획인 5026, 대북 급변사태 대비 작전계획 5029의 수립을 강요해왔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쟁목표와 작전계획은 우리의 국익과 의사가 아닌 북한의 체제 붕괴와 한반도 패권을 노린 미국의 국익과 군사전략에 의거한 것이다. 탱고는 바로 이를 구현하는 전쟁지휘소라는 점에서 우리 국익에 정면으로 반한다.

▲ 경부고속도로에서 탱고로 바로 드나들 수 있는 출입도로. 입구에는 "US Vehicle only"라는 표지판만 있다. [자료사진 - 평통사]

평통사가 이곳을 발견하여 2007년 여름 언론에 공개할 때 까지 주민들과 경찰들도 청계산 자락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미군시설이 들어서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또 경부고속도로에서 별도의 진출입로 없이 탱고로 바로 드나들 수 있는 출입도로가 나있고 무적차량(번호판이 없는 차량)이 무시로 전쟁지휘소를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 언제까지나 이런 불법적 행태들을 두고 봐야 하겠는가.

6자회담과 함께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이 개시되면 이는 1954년 제네바 정치회담이후 전쟁을 완전히 종결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온전히 환수하여 평화협정 체결의 당사자로 당당히 나서는 한편 미국이 만들어준 대북 체제 붕괴를 추구하는 전략과 작전계획을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우리 국익을 반영한 방어적 군사전략과 작전계획을 세우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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