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호헌 (경기남부 평통사)

2010년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일정(3.8~18)이 발표되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는 이 군사연습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몇 편의 기고를 <통일뉴스>에 연재한다. 평통사는 이 기고들을 통해 이번 군사연습 자체와 평택.군산.대구 등 주한미군 주둔지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갈 계획이다. /편집자주

▲ 오산기지 확장 예정지 (2006년 촬영).[자료사진 - 평통사]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이후 미국은 해.공중 작전의 경우 미군전력을 위주로 지상작전은 한국군전력을 위주로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한반도 유사시 전개되는 미 신속증원전력도 작전계획 5027상의 67만 명에서 10~20만 명으로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정보정찰감시 및 첨단정밀타격전력 위주로 변화될 것이다. 주일 미 5공군과 요코스카의 7함대, 괌의 13공군과 제3해상배치선단, 오키나와의 제3해병원정대 병력이 미 증원전력의 주력이 될 듯하다.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전개 및 키 리졸브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곳 중의 하나가 K-55다.

'오산 공군기지가 오산에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오산(誤算)'이라는 말처럼 K-55 미공군기지는 평택 송탄 지역에 있다. 군산 미공군기지에 비하면 타격력은 약하나 주한미군 7공군 사령부와 한국 공군 작전사령부가 한 울타리 안에 있다. 미 7공군 예하의 51전투비행단이 수원, 청주, 광주, 김해, 대구 공항을 지휘하고, 35방공포포병여단이 신형 패트리어트 PAC-III로 무장한 채 미사일방어망(MD)을 구축하고 있다. 51전투비행단 예하 U-2S 정찰기로 수집한 대북 첩보를 전구항공통제본부(TACC)를 통해 한미연합사 탱고와 미 태평양공군 사령부 및 관련 기관에 제공한다. 남북은 물론 동북아 지역의 모든 비행물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작전을 지시할 수 있는 요새가 바로 K-55 공군기지이다. 또 K-55에는 키 리졸브, 을지 프리덤 가디언과 같은 군사연습을 위한 시뮬레이션 지원시설이 있어 연습기간에 서울과 경기북부, 미 본토와 연계해 실전과 비슷한 모의 전투 환경을 제공한다.

키 리졸브 연습과 관련하여 K-55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1994년 봄 미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응한다는 구실 아래 ‘전투력 증강’(FMP : 미 증원전력의 한 종류) 조치의 하나로 정보분석 요원, 작전계획 수립 요원, 패트리어트 및 에이타킴스 지대지 미사일 운용요원 등이 포함된 3~4백 명의 미군요원을 K-55기지를 통해 비밀리에 입국시켰다. 물론 한국 정부에 통보조차 하지 않은 채 미 단독으로 진행시킨 일이다. 한국 정부가 K-55에서 미군이 벌이는 심상치 않은 일들을 파악조차 못한 지 이미 오래됐다.

평택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대북 선제공격과 주한미군 해외 투사의 전초기지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 오산기지 전투기 이륙 (2006년 촬영). [자료사진 - 평통사]

주한미군은 송탄공군기지(K-55) 내에 내년 4월까지 길이 2,745m의 제 2활주로를 건설하고 있다. 이는 대형 수송기로 주한미군 병력과 전쟁 물자를 실어 세계의 분쟁지역으로 언제든지 신속하게 전개하려는 목적으로 건설되는 것이다. 물론 한반도 전쟁위기 시에는 미국 본토 등 해외 미군들을 신속하게 한반도에 배치하는 기능도 담당할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세금인 방위비분담금 중 연합방위력증강(CDIP)사업비가 모두 970억원(2010년 CDIP 예산으로는 오산 활주로 공사, 오산 공수취급소, 군산 정수장 공사비로 440억원 편성) 투입된다. 그런데 CDIP는 8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서 제외된 사업으로 예산편성의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이다.

한편, 최근에 언론이 밝힌 평택시 송탄 주한 미공군기지(K-55)에서 발진하는 스텔스 무인정찰기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주한미군 주둔 이유와 평택 미군기지 확장 사업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12월 송탄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무인정찰기 RQ-170 센티널(Sentinel)은 평양에서 유럽으로 날아가는 화물수송선을 추적하며 전자기술적으로 수송기의 항로를 조작, 태국으로 비상착륙하게 하였다고 한다. 이 사건은 송탄공군기지가 국민들이 이해하는 주한미군 주둔목적과 무관한 북한의 외국과의 교통과 거래까지 차단, 봉쇄하는 일들을 벌이며 한국정부도 모르게 주한미군이 단독으로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의 대북 전쟁억제라는 주둔 목적과 아무 관계없는 미국의 패권을 위해서 한국 기지들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그 전 세계적 시범케이스가 바로 평택의 K-55와 K-6(캠프 험프리)인 것이다. 그런데 전 세계를 향한 침략군화를 의미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위배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대북 방어를 그 임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하여 북한과 분쟁지역에 투입되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주한미군 기지를 지어주기 위해 평택의 농민이 자기 땅에서 쫓겨나고 기지건설의 대부분의 비용을 한국민이 부당하게 부담하는 일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가. 평택을 비롯한 한반도가 언제까지 미군의 전쟁 연습터로, 무기와 교리 실험장으로 몸살을 앓아야 하겠는가. 이제 곧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에 관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이 기회에 한미연합 전쟁연습의 중단은 물론 주한미군의 주둔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 오산기지 패트리어트 (2006년 촬영). [자료사진 -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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