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 (재미 통일학연구소 소장)

순항미사일 공습으로 시작되는 공중전

6.25전쟁 때는 제트 전투기가 한 대도 없어서 프로펠러 전투기로 싸웠던 인민군이 60년이 지난 오늘 미국군과 공중전을 벌이면 이길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을 얻으려면, 인민군과 미국군의 현재 공군력을 비교, 평가해야 할 것이다. 공군력을 비교, 평가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전투기 성능을 비교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투기 성능을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는 것은, 전투기를 만드는 군수기업이나 전투기를 거래하는 국제무기상에게는 매우 중요하겠지만, 그것이 공군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방법은 아니다. 전투기 성능은 공군력의 구성부분이지, 공군력의 전부는 아니다.

공군력의 우열을 가리려면, 공중전에서 어떻게 싸우는 지를 비교, 평가해야 한다. 공중전은 전투기 성능 대조표의 일차원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1초보다 짧은 찰나에 승패가 교차하는 공중의 삼차원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평시에 공중전 작전능력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군기들이 가상 적기 역할을 하는 아군기들을 상대로 공중전 전술훈련을 벌이는 것이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그러한 전술훈련을 실시할 수 없으므로, 공중전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그 시나리오에 나타나는 작전능력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공군력을 비교, 평가할 수 있다.

이 글에 나오는 인민군과 미국군의 공중전 시나리오는 두 가지를 전제한다. 하나는 두 나라 군대가 핵무기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교전하는 ‘최후 상황’을 시나리오에서 제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군이 인민군에게 선제공습을 가하는 상황을 상정하는 것이다.

미국군이 설마 인민군을 선제공격하여 전쟁을 도발하겠는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2008년 8월에 있었던 사건만 보더라도 그러한 생각이 단견임을 알게 된다. 2008년 8월 7일 밤, 그루지야군이 남오세티아(South Ossetia)를 기습공격하자, 러시아군이 즉각 그루지야군을 공격하여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그런데 로널드 애스무스(Ronald Asmus)가 쓴 책 ‘세계를 뒤흔든 작은 전쟁: 그루지야, 러시아, 그리고 서양의 미래(A Little War That Sook the World: Georgia, Russia, and the Future of the Wset)’에 따르면, 딕 체니(Dick Cheney) 당시 부통령은 미국군이 러시아군을 공격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였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는 러시아군에 대한 정밀타격작전을 검토하였다고 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지금까지 기습적인 선제공격과 전면전 도발을 가장 많이 논해온 대상은 러시아가 아니라 북측일 것이다. 동해에 배치된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기습적인 선제공습으로 전쟁을 도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면 미국 군부는 제7함대 항모강습단 이외에 다른 항모강습단도 동해에 보내 항모강습단 공격력을 두 배로 증가시킬 수 있을까? 항모강습단 두 개가 동해에 들어서는 것은 미국이 북측에게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이기 때문에, 북침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인민군은 미국군에게 먼저 기습적인 선제공격을 가할 것이다. 미국 군부는 기습공격 기회를 놓치고, 인민군의 선제공격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므로, 항모강습단 두 개를 북침공격에 동원하는 전술은 이 글의 시나리오에서 배제된다.

미국 군부의 북침공격은, 제7함대 항모강습단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기습적인 선제공격을 개시하는 것이다. 미국 군부가 해마다 두 차례 실시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연례 방어훈련이 아니라 선제공격을 상정한 전술훈련으로 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미국 군부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전쟁결정에 따라 북침공격 명령을 내리면, 제7함대 항모강습단에 속한 미사일 순양함들인 카우펜스호(USS Cowpens)와 쉴로호(USS Shiloh), 그리고 미사일 구축함들인 커티스 윌버호(USS Curtis Wilbur), 존 맥케인호(USS John McCain), 핏처럴드호(USS Fitgerald), 스테덤호(USS Stethem), 래슨호(USS Lassen), 맥캠벨호(USS McCampbell), 머스틴호(USS Mustin)는 인민군의 방공망과 공군기지들을 향해 무게 450kg짜리 통합효과탄(Combined Effects Bomb)이 장착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일제사격을 개시할 것이다. 일제사격이라고 하지만, 방사포처럼 차량발사대에서 한꺼번에 퍼붓는 것은 아니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한 발씩 쏘는 것이다. 시차사격이라고 해도 순양함 2척과 구축함 7척이 쏠 것이므로, 한번에 순항미사일 9발을 동시에 쏘는 것이다. 함상발사대에서 쏜 순항미사일은 시속 880km로 타격목표물을 향해 날아간다. 지형선 대응 항법장치(Terrain Contour Matching Navigation Device)에 미리 입력된 지형정보에 따라 낮은 고도로 날아가는 것이다.

초속 233m로 날아오는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까?

2009년 7월 4일 인민군이 동해에서 실시한 미사일 발사훈련에서 쏜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사거리가 420km이므로, 항모강습단은 그 사정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따라서 항모강습단은 미사일 피습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해안에서 460km 정도 떨어진 먼 바다에 포진할 것으로 보인다. 동해안에서 460km 떨어진 바다 위에서 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동해안 상공까지 날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1분이다. 그러므로 인민군에게 주어질 요격시간은 31분이다. 인민군은 초속 233m로 날아오는 미국군 순항미사일을 31분 안에 요격할 수 있을까?

만일 인민군이 사거리 420km의 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갖지 못했다면, 제7함대 항모강습단은 해안 쪽으로 더 가까이 접근할 것이며, 따라서 인민군의 요격시간은 그만큼 더 줄어들 것이다. 요격시간이 짧으면 요격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만일 미국군이 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인민군이 요격하지 못해, 인민군 방공망과 공군기지가 공습을 당하면 전세가 인민군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질 수 있다. 거꾸로, 미국군이 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인민군이 요격하면, 전세는 미국군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질 수 있다. 인민군의 초음속 순항미사일 보유가 한반도 군사정세를 바꾸어놓았다고 말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탄도미사일은 미사일 동체 안에 내장된 연료를 로켓엔진으로 분사할 때 생기는 추력(thrust)으로 날아가지만, 순항미사일은 미사일 동체에 달린 흡입구를 통해 외부공기를 빨아들여 터보 제트엔진(turbo jet engine)으로 분사할 때 생기는 추력으로 날아간다. 그래서 순항미사일에는 날개가 달렸다. 이러한 작동원리를 생각하면, 미국군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대응전술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인민군은 순항미사일 공기흡입구로 들어가 엔진에 오작동을 일으키는 특수한 화학분말을 개발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이 동해안에 배치한 240mm 방사포 탄두에는 순항미사일 제트엔진이 흡입하면 엔진 오작동을 일으키는 화학분말이 담겨 있을 것이다.

인민군이 작전배치한 각종 고속공격정들 가운데 방사포 고속정이 있다. 인민군은 바닷가에 배치한 발사차량에서 방사포를 쏘는 것이 아니라, 적진을 향해 시속 70km로 돌진하는 고속정에서 방사포를 쏠 것이다. 240mm 방사포의 사거리는 65km이지만, 고속으로 돌진하는 방사포 고속정에서 쏘면 탄두는 동해안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바다 상공에서 터질 것이다. 바다 상공에서 화학탄두가 터지면, 가스처럼 보이는 미세한 화학분말이 그 일대에 퍼지며 거대한 연막을 칠 것이다. 날아오는 미국군 순항미사일이 화학연막에 들어서는 순간, 터보 제트엔진은 오작동을 일으키게 된다. 비행 중인 순항미사일 엔진에서 오작동을 일으키는 실험을 하였다는 정보는 아직 듣지 못했지만, 엔진 오작동을 일으킨 뒤에 비행속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인민군은 엔진 오작동으로 속도가 느려진 순항미사일을 향해 동해안에 배치된 지대공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 격추할 것이다. 혹시 요격미사일을 용케 피해 동해안으로 바짝 접근하는 미국군 순항미사일이 있으면, 동해안에 배치된 인민군 방공포병들이 쏘는 방공포 화망에 걸려 바다에 떨어질 것이다. 인민군은 2중, 3중으로 조밀하게 짜여진 방공망을 배치하였는데, 인민군의 방공망 조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함재기 공습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제7함대 항모강습단의 북침공격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공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함재기(carrier-based aircraft)를 동원한 2차 공습이 곧 뒤따를 것이다. 제7함대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는 두 종류의 함재기를 싣고 다닌다. 하나는 호넷(Hornet)이라고 부르는 F/A-18이고, 다른 하나는 톰캣(Tomcat)이라고 부르는 F-14다. F/A-18의 작전반경은 537km밖에 되지 않으므로, 동해안에서 460km 떨어진 먼바다에 항공모함을 배치하면, 작전반경이 좁은 그 함재기를 대지공격에 동원하지 못한다. F/A-18은 항모강습단 주변 상공에서 적기의 내습을 막는 항모방어전에 동원될 것이다.

대지공격에 동원되는 함재기는 작전반경이 926km나 되는 F-14다. F-14 공습편대는 항공모함에 싣고 다니는, 프라울러(Prowler)라고 부르는 전자전기 EA-6B를 앞세우고 동해안 상공으로 날아갈 것이다. 전자전기는 지상에 배치된 인민군의 지대공 미사일 기지들과 방공레이더 기지들을 향해 강력한 방해전파를 쏘아 방공망을 마비시키는 임무를 수행한다. F-14의 최고 비행속도는 마하 2.34로 매우 빠르지만, 전자전기의 뒤를 따라 날아가야 하므로, 전자전기의 순항속도인 시속 774km로 날아갈 수밖에 없다. 동해안에서 460km 떨어진 바다 위에 떠있는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함재기 공습편대가 시속 774km로 동해안 상공까지 날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35분이다. 그러므로 인민군에게 주어질 반격시간은 35분이다.

인민군은 전자전기를 앞세운 함재기 공습을 35분 안에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함재기 공습편대 앞에서 날아가는 전자전기가 강력한 방해전파를 쏘아서 인민군의 방공레이더를 마비시킬 것이므로, 인민군은 함재기 공습편대를 지대공 미사일로 요격하지 못한다. 인민군은 공습편대를 교란시키면서 기습공격을 가하는 반격전술을 취하게 될 것이다.

함재기 공습편대를 교란시키는 전술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는데, 인민군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방사포 전술이 유력해 보인다. 인민군에게는 무인 방사포 고속정이 있다. 인민군은 함재기 공습편대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무인 방사포 고속정 여러 척을 한꺼번에 발진시켜 방사포 일제사격을 개시할 것이다. 함재기 공습편대는, 고속으로 돌진하면서 방사포를 쏘는 무인 방사포 고속정들을 공대함 미사일로 격침시킬 것이다. 그러나 함재기 공습편대가 무인 방사포 고속정의 교란전술에 걸려들면, 함경북도에 배치된 공군기지들에서 출격한 인민군 요격편대는 제7함대 항모강습단의 레이더망을 피해 바다수면을 스치듯이 날아가는 초저공비행으로 돌진하여 함재기 공습편대의 배후를 기습공격할 것이다.

미국군 함재기 F-14를 상대할 인민군 전투기는 미그-29다. 미그-29가 초저공비행으로 고속으로 돌진하면 8분만에 함재기 공습편대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동해안에서 200km 정도 떨어진 바다 상공에서는 인민군 미그-29 요격편대와 미국군 F-14 공습편대가 해상 공중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F-14의 최고 비행속도는 마하 2.34, 상승고도는 15,200m, 상승속도는 초당 229m인데 비해, 미그-29의 최고 비행속도는 마하 2.25, 상승고도는 18,013m, 상승속도는 초당 330m다. 해상 공중전에서 어느 쪽이 이길까?

대지공격에 나선 F-14에 공대지 미사일을 잔뜩 실으면, 기체 무게가 33,700kg으로 늘어나 기동력이 떨어진다. 공중전에서 기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적기로부터 요격을 당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인민군 요격편대가 나타나면, 공습편대는 공대지 미사일을 바다에 버리고 공중전에 돌입해야 한다.

해상 공중전에서 가장 유리한 전술은 바다수면에 밀착해 날다가 적기를 향해 갑자기 솟구치며 사격하는 급상승 전술이다. 산, 언덕, 건물 같은 장애물이 늘어선 육지 상공에서 벌어지는 지상 공중전에서는 지표면에 밀착해서 비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고공비행을 하다가 적기를 향해 갑자기 내려꽂치며 사격하는 급강하 전술이 더 유리하다. 위의 성능 비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그-29는 상승고도와 상승속도에서 F-14보다 우세하다. 인민군 미그-29 조종사의 정신력과 신체단련, 조종술과 전술의 수준이 높다면, 함재기 공습편대는 해상 공중전에서 패할 것이다. 인민군과 미국군의 공중전 시나리오는 아래에서 다시 논한다.

한반도 상공으로 날아가는 2개의 장거리 공습편대

미국군의 북침공격은 해군력만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공군력도 동원하는 것이다. 미국군의 동시다발 공습에는 해군력과 공군력이 모두 동원된다. 미국 군부가 북침공격에 동원할 해군력이 항모강습단이라면, 북침공격에 동원할 공군력은 장거리 폭격기 편대다. 동해에 배치한 항공모함에서 F-14 공습편대가 출격하기 전에, 미국 공군의 장거리 공습편대는 한반도 상공까지 도달하는 장거리 비행시간을 계산하여 먼저 출격할 것이다.

미국 공군의 장거리 공습에 동원되는 폭격기 편대는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Anderson Air Force Base)와 알래스카의 엘먼도프 공군기지(Elmendorf Air Force Base)에서 각각 출격할 것이다.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북측까지 거리는 3,500km이고, 엘먼도프 공군기지에서 북측까지 거리는 5,600km다.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장거리 공습편대는 동지나해 상공을 거슬러 올라가 한반도 남부지역 상공을 통과하여 북상할 것이고, 엘먼도프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장거리 공습편대는 쿠릴열도 앞바다 상공을 남하하여 동해로 내려올 것이다.

한반도의 지리적 조건을 보면, 러시아와 중국이 북쪽과 서쪽에서 각각 북측을 반원형으로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미국군의 공격방향은 남쪽과 동쪽으로 좁혀진다. 또한 한반도 동해안 북부지형은 강원도 북쪽에서 시작하여 함경남북도 해안선으로 길게 이어지며 동해를 반원형으로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인민군이 동해 상공에 나타난 미국군 공습편대를 공격하기에 유리한 형세다.

미국군의 장거리 공습편대는 폭격기, 전자전기, 요격기, 공중급유기로 구성된다. 전자전기와 요격기는 장거리 비행을 하기 힘들 것이므로, 서로 다른 곳에서 떠난 2개의 장거리 공습편대가 각각 홋카이도 상공과 큐슈 상공에 가까이 왔을 때 주일미국군 공군기지들에서 발진하여 편대에 합류할 것이다. 장거리 폭격기에는 정밀타격에 필요한 공대지 미사일이 가득 실렸고, 연료탱크도 가득 채워놓아서 비행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더욱이 맨앞에 날아가는 전자전기 순항속도 이상으로 날아가지 못한다. 미국 공군이 보유한 각종 전자전기들 가운데 순항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조인트 스타스(Joint STARS)라고 부르는 이(E)-8인데, 최고 시속 945km로 날아갈 수 있다. 미국군의 장거리 공습편대들이 일본열도 상공에 이르면, 주일미국군 공군기지에서 폭격기를 엄호하기 위해 이륙한 전자전기와 요격기들이 공습편대에 합류하게 되는데, 바로 그 때 인민군은 공습에 맞서는 반격작전에 나설 것이다.

장거리 공습편대의 작전항로를 변경시키는 대응전술

인민군은 동쪽과 남쪽에서 동시에 다가오는 미국군의 장거리 공습편대를 한꺼번에 상대하기 힘들 것이므로, 장거리 공습편대들이 한반도 상공에 들어서기 전에 작전항로를 변경시켜 한 곳으로 몰아가는 전술로 반격작전을 개시할 것이다. 전자전기와 요격기의 강력한 엄호를 받는 공습편대의 작전항로를 인민군이 무슨 수로 변경시킬 수 있을까?

인민군의 반격전술은 북측 곳곳에 있는 70개 공군기지 및 예비기지에서 전투기들을 동시다발 출격시키는 것이다. 수많은 인민군 전투기들이 긴급출격하는 순간, 전방에 배치된 인민군의 대구경 방사포와 지대지 미사일도 주한미국군 공군기지, 한국군 공군기지, 민간공항을 향해 날아갈 것이다. 물론 주한미국군과 한국군도 남측 곳곳에 있는 40개 공군기지 및 예비기지들에서 전투기들을 긴급히 대응출격시키면서, 북측의 공군기지와 민간공항을 향해 지대지 미사일을 쏠 것이다. 쌍방이 서로 공군기지와 민간공항을 집중타격하면 활주로, 지상관제탑, 격납고, 항공유보관시설이 파괴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처 이륙하지 못한 전투기들도 파괴될 것이다. 지하 격납고에 있는 인민군 전투기들만 안전할 것이다.

그러므로 개전 순간에, 어느 쪽이 전투기를 재빠르게 더 많이 이륙시키느냐 하는 긴급이륙능력이 공중전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이론적으로 타산하면, 인민군은 한번에 70대를 이륙시킬 수 있는 반면에, 주한미국군과 한국군은 한번에 40대밖에 이륙시키지 못한다.

한반도 상공에서 공중전을 벌이다 보면, 항공유가 떨어지거나 적기로부터 피격을 받아 비행불능상태에 빠질 것이므로 활주로에 내려야 한다. 그런데 한반도에 있는 활주로와 예비활주로는 쌍방의 치열한 타격전으로 모두 파괴되었을 것이다. 갱도 활주로를 갖춘 인민군 전투기는 돌아갈 곳이 있지만, 주한미국군 전투기와 한국군 전투기들은 내려앉을 활주로가 없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

긴급출격한 쌍방의 전투기들은 좁은 한반도 상공에서 곧바로 뒤엉키면서 대규모 공중전에 돌입하게 된다. 앤더슨 공군기지를 떠나 동지나해 상공을 거쳐 한반도 남부지역 상공으로 향하는 미국군 장거리 공습편대는 수많은 전투기들이 뒤엉켜 공중전을 벌이는 한반도 상공에 들어서지 못한다. 대지공격에 필요한 공대지 미사일과 장거리 비행에 필요한 항공유를 잔뜩 싣는 바람에 움직임이 굼떠진 미국군 폭격기들은 날렵한 인민군 전투기들의 요격대상으로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 남부지역 상공을 지나 북상하려던 미국군 장거리 공습편대는 작전항로를 급히 변경하여 동해 상공으로 갈 것이다.

앤더슨 공군기지를 떠나 오랜 시간 비행해온 장거리 공습편대와 엘먼도프 공군기지를 떠나 오랜 시간 비행해온 장거리 공습편대는, 인민군 전투기들과 제7함대 함재기들이 뒤엉켜 공중전을 벌이는, 동해안에서 가까운 상공을 피하여 동해 먼바다 상공의 우회항로를 택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동해 먼바다 상공의 우회항로에 들어서면, 동해안의 갱도 활주로에서 출격한 인민군 전투기들이 그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할 것이다. 인민군 전투기들의 요격으로부터 장거리 폭격기를 엄호해주는 주일미국군 요격기들이 인민군 전투기에 대응할 것이다. 동해 먼바다 상공에서는 인민군 전투기들과 주일미국군 요격기들이 맞붙은 또 다른 공중전이 벌어질 것이다.

근접공중전에 강한 전투기

아군기와 적기가 고속돌진으로 접근하여 공대공 미사일의 최단 사거리 안에 들어서면, 공대공 미사일을 쏠 수 없으며, 지상에서 쏘는 지대공 미사일이나 함상에서 쏘는 함대공 미사일도 쏠 수 없게 된다. 수많은 전투기들이 뒤엉켜 근접 공중전을 벌이는 상공으로 미사일을 쏘면 아군기에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근접 공중전(dogfight)에서 쓸 수 있는 무기는 기관포다. 인민군의 미그-29는 30mm 기관포 1정을 장착하였고, 주한미국군의 F-16이나 한국군의 F-15K는 20mm 기관포를 1정씩 장착하였다.

근접 공중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인은 전투기의 비행성능, 전투기 조종사의 조종술과 담력, 신체단련과 정신력, 그리고 공중전 전술이다.

한반도 상공과 동해 상공에서 벌어질 근접 공중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전투기의 비행성능은 어떠할까? 인민군 공군력을 보면, 근접 공중전에 적합한 전투기를 많이 작전배치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미국군은 근접 공중전에 적합한 인민군 전투기를 노후기종이라고 부르며 얕잡아본다. 그러나 근접 공중전에서 어떤 비행성능이 필요한 지를 알지 못하면, 미국군이라면 벌써 오래 전에 퇴역시켰을 노후기종을 인민군이 왜 그토록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도 알 수 없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근접 공중전에서는 급선회, 급강하, 급상승, 상승반전, 하강반전에 능한 전투기가 이긴다. 인민군 전투기는 기종을 불문하고 한결같이 급선회, 급강하, 급상승, 상승반전, 하강반전에 적합한, 가볍고 날렵한 전투기들이다. 그에 비해, 미국군 전투기들은 원격 공중전 능력이 우수한 신형 전투기들이다. 미국군 전투기를 수입한 한국군도 마찬가지다.

원격 공중전 능력이란, 적기의 가시거리 밖에 멀리 떨어진 상공을 고속으로 비행하면서 고성능 탐색레이더로 적기를 먼저 탐지하고, 사거리가 긴 공대지 미사일을 먼저 쏘아 적기를 격추하는 능력을 뜻한다. 미국 공군은 가시거리 안에서 벌어지는 공중전은 5%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95%의 공중전은 가시거리 밖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원격 공중전 능력을 강화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였다.

그러나 한반도 상공에 출격한 많은 아군기와 적기가 가시거리 안에서 벌이는 근접 공중전에서는 충돌위험이 높아져 고속비행은 힘들고, 고성능 탐색레이더와 사거리가 긴 공대지 미사일도 무용지물로 된다. 한반도 상공에서는 전투기 조종사가 탐색레이더가 아니라 육안으로 적기를 포착, 조준하고, 공대공 미사일이 아니라 기관포를 쏘아 격추하는 가시거리 공중전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레이더 탐색거리와 공대공 미사일 사거리를 비교하면서 미국군 전투기가 한반도 공중전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할 것으로 믿는 것은 무지가 낳은 맹신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근접 공중전에 필요한 기동력을 비교하면, 인민군 주력기인 미그-29가 미국군 주력기 F-16이나 한국군 주력기 F-15K보다 앞선다. 미그-29의 상승고도는 18,013m, 상승속도는 초당 330m이다. F-16의 상승고도는 12,000m, 상승속도는 초당 254m이다. F-15K의 상승고도는 18,200m, 상승속도는 초당 254m다. 가시거리 공중전에서 가장 중요한 비행성능은 상승속도인데, F-16나 F-15K의 상승속도는 미그-29의 상승속도에 뒤진다. 한반도 상공과 동행 상공에서 벌어질 근접 공중전에서 가장 강한 전투기는 미그-29다.

미국 공군 대령의 경험담

6.25전쟁 시기에 있었던 근접 공중전에 관한 자료를 보면, 쌍방 전투기들이 30초 안에 16km 안으로 서로 접근하여 공중전을 벌이는가 하면, 서로 마주보며 돌진하다가 13m를 사이에 두고 아슬아슬하게 스쳐가는 상황도 벌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적기와 충돌할 각오를 하고 과감하게 돌진하는 강한 담력과 기민한 조종술을 가진 조종사가 이길 수 있다.

인민군 조종사의 담력과 근접비행술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것은,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오마하 월드 헤럴드(Omaha World Herald)> 2005년 11월 17일자에 실린 미국인 랜디 거친(Randy Gurchin)의 대담기사다. 미국 공군 대령인 그는 코브라 볼(Cobra Ball)이라고 부르는 정찰기 RC-135S의 조종사였다. 그가 조종하는 정찰기는 전자전 장교 9명, 정보작전 장교 14명, 조종사 3명, 항법사 1명 등 27명을 태우고, 2003년 3월 1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가데나 공군기지를 이륙하였다.

정찰기가 북측 해안으로부터 241km 떨어진 동해 상공을 날면서 첨단장비로 북측 내부동향을 정찰하고 있을 때, 갑자기 인민군 전투기들이 들이닥쳤다. 정찰기에 30m까지 접근한 미그-29 조종사는 비행고도를 낮춰서 자기를 따라오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이것은 정찰기를 끌어가 강제착륙을 시키려고 한 것이다. 정찰기는 황급히 기수를 동남쪽으로 돌려 전속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찰기에서 80km 떨어진 후방에 있던 미그-29 한 대와 미그-23 두 대가 접근하였고, 그 중 미그-29가 정찰기를 향해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레이더를 조준하였다. 이것은 전속력으로 달아나는 정찰기를 격추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미그-29는 15m까지 바짝 접근하여 정찰기 앞을 가로막더니, 제트엔진에서 화염을 뿜어내는 후기연소기(after burner)를 갑자기 점화하였다. 그 순간 정찰기는 기체가 심하게 흔들려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 정찰기는 22분 동안 피랍위기와 격추위기를 넘겼고, 랜디 거친 대령은 가데나 공군기지에 돌아가서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사흘 동안 잠들지 못했다고 한다.

위의 경험담에서 돋보이는 것은, 인민군 조종사의 조종술과 매복전술이다. 시속 933km의 전속력으로 달아나는 미국군 정찰기에 15m까지 바짝 접근하여 앞을 가로막는 근접비행은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이나 마찬가지여서, 뛰어난 조종술과 담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또한 미국군 정찰기에는 300km 밖을 내다보는 첨단정찰장비가 있는데도, 인민군 전투기 4대가 접근하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것은 인민군 조종사들이 적기의 탐색레이더를 피해 바다수면을 스치듯이 밀착비행하는 매복전술에 능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매복전술 하나만 보더라도, 인민군 조종사들이 얼마나 높은 수준의 전술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2005년 3월 8일 리언 라포트 (Leon J. LaPorte)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서 인민군이 비행훈련을 1년에 12-15시간 밖에 하지 못해 군사준비태세가 부족하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2003년 3월 1일 동해 상공에서 인민군 전투기가 미국군 정찰기를 위협하면서 높은 수준의 전술능력을 보여준 것과 모순된다.

두 종류의 조종사들

전투기가 급강하할 때 전투기 조종사의 신체는 극한상황에 빠지는데, 그러한 극한상황에 견딜 수 있게 신체를 단련하고 실제상황에서 정신력으로 버티지 않으면 의식을 잃게 된다. 이를테면, 2006년 6월 7일 최신예 기종인 F-15K를 몰고 야간비행훈련에 나선 한국군 조종사 두 사람이 급강하하면서 의식을 잃는 바람에 포항 앞바다에 추락하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1993년 12월 23일 인민군 조종사 길영조는 원산 상공에서 비행훈련을 하던 중에 갑작스러운 기관고장으로 추락하는 전투기에서 비상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마지막 25초 동안 조종간을 놓치 않고 기체를 바다로 돌려 산화하였다. 길영조 자폭영웅을 따라배우는 사상교육을 받은 인민군 조종사들의 정신세계를 말해주는 사례는 <조선중앙방송>이 2009년 7월 27일에 방송한 내용에 있다. 그 방송을 인용보도한 <연합뉴스> 2009년 9월 10일자 관련기사에 따르면, 2009년 4월 초 인민군이 은하 2호를 쏘아올리기 직전 미국 군부가 요격론을 꺼내들고 정찰기와 이지스함을 동해에 배치하여 한반도 군사정세가 긴장되었을 때, 역습작전에 나선 인민군 조종사들은 “최고사령관 동지께 올리는 맹세문을 가슴에 품고 결사전에로” 나갔는데, 그 맹세문에는 “성스러운 이 길에서 비록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조국이 준 임무를 기어이 수행하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으며, 조종사들은 “그 맹세문에 한 자 한 자 서약”을 했다고 한다. 최고사령관이 명령을 내리면 죽음을 각오한 맹세문을 쓰고 출격하는 인민군 조종사들은 공중전에서 무서운 정신력을 발휘할 것이다.

미국군 공군 조종사들의 정신상태는 어떠할까? 독일의 핵전문가 오트프리트 나싸우어(Otfried Nassauer)가 독일 일간지 <슈피겔(Spiegel)> 2008년 11월 14일자에 실린 대담기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핵폭탄을 싣고 대서양 상공을 날아가던 미국군 전략폭격기가 항공유를 공급받기 위해 공중급유기에 접근하다가 충돌하는 사고도 있었고, 공중급유기를 놓치고 지나쳐 계속 비행하다가 항공유 부족으로 바다에 추락하는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핵무기를 실은 전략폭격기들이 사고를 일으켜 핵무기를 잃어버리는 사고가 여러 차례 일어나자, 미국 군부는 핵무기 분실사고를 가리키는, ‘부러진 화살(Broken Arrow)’이라는 작전암호까지 만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결사전 맹세문을 쓰고 출격하는 인민군 조종사와 공중급유기를 놓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미국군 조종사가 공중전에서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자폭영웅을 따르자는 사상교육을 받은 인민군 조종사와 적기의 위협비행에 충격을 받고 사흘 동안 잠들지 못한 미국군 조종사가 공중전을 벌이면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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