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은 일찌감치 조 선두를 달리며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따냈다. 7회 연속 진출이라는 '아시아 대기록'도 이어갔다.
북한 역시 기적의 8강 진출로 큰 파란을 일으켰던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 이후 44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발을 내딛게 됐다. 최종예선 막판까지 본선 진출은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북한은 이란과 사우디를 제치고 남한에 이어 조 2위로 남아공행을 결정지었다.
첫 동반 진출이라는 민족의 쾌거, 한반도를 비롯해 세계의 눈과 귀는 올해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등장할 두 개의 '코리아'로 향하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등 대규모 국제대회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남북 공동응원에 대한 기대도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축구 응원이 많은 관심과 집중을 받아온 가운데, 남북한이 함께 참가하는 이번 월드컵에서 어떤 응원이 펼쳐질 것인가는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특히 2002년 월드컵 당시 윤도현밴드가 불렀던 응원가 '오~ 필승! 코리아'는 축구 응원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일등공신이었다. 이 노래는 당시 응원에 참여하는 이들을 빠르게 결속시키는 중독성을 보이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윤도현밴드는 '승리를 부르는 주문'이라는 이 응원가로 대중들에게 자신만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국민밴드'로 거듭났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같은 해 9월 '2002년 남북예술인 평양공연'에 참가하기도 했다.
2010년 월드컵을 앞두고, 제2의 윤도현 밴드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지난해부터 월드컵 최초의 남북공동응원가를 구상하고 직접 작사.작곡을 한 실력파 밴드 '래빗보이(Rabbit boy)'가 바로 그들이다.
6일 오후,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만난 이 밴드는 디지(보컬/DJ), 한별(기타), 테츠(베이스), 앨리스(드럼), 네오(리드보컬)로 이뤄진 5인조 밴드로, 지난해 3월 결성됐다.
2010년 월드컵을 앞두고 '래빗보이'는 '으랏차차 코리아'(노래 내려받기), '아리랑사커댄스'(노래 내려받기), '힘을 내'(노래 내려받기) 등 남북 공동응원가 3곡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3곡 가운데 멤버들이 대표곡으로 꼽는 것은 '으랏차차 코리아'다. 이 노래는 남녀노소가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단순하면서도 반복되는 리듬과 비트가 특징이다.
"'으랏차차'라는 말이 남북이 갈라지기 전부터 우리 조상님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서 하던 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이렇게 떨어져 있지만, 하나의 코리아죠. 남한도 그렇고, 북한도 다 힘든 상황 속에서 다 같이 '으랏차차' 구호를 외치면서 힘을 내서, 월드컵을 계기로 하나가 되어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아리랑사커댄스'는 우리의 대표 민요 '아리랑'을 접목시킨 빠른 비트의 율동을 가미한 노래다. '힘을 내'는 월드컵 경기에서 승부에서 진 선수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래빗보이'만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곡이다."작년 11월 응원가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었어요. 곡 완성은 12월에 했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만든 음악이 여러 사람들에게 불려지는 것은 큰 영광인데, 월드컵 최고의 경기장에서 우리나라와 북한이 경기할 때 우리 노래를 불러준다면, 그것만큼 큰 영광은 없겠죠."
자신들의 음악 스타일을 파티 음악이라고 설명하는 '래빗보이'는 "월드컵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파티를 남북이 하나되는 파티로 만들기 위해 공동응원가를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 노래를 통해 남북한이 서로 승패를 떠나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남한이 1등을 하고, 북한이 2등을 했으면 좋겠어요. 또 래빗보이도 잘 되면 좋겠구요.(웃음) 같이 결승에 올라가면 공동응원가가 더 많이 불려질 것 같아서 기대돼요."
"'아리랑사커댄스'를 부를 때 남북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아리랑을 부르고, 함께 춤을 추고 같이 응원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공동응원가를 통해서 월드컵이 가장 큰 파티가 되고 하나가 되는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래빗보이'는 동화 '이상한나라의엘리스'와 영화 매트릭스에서 나오는 '토끼'가 주인공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는 상징성에 주목해 밴드 이름을 착안했다.
일상생활에 지친 대중들에게 '별천지'로의 안내자 역할을 자처한 '래빗보이', 이 밴드가 바라는 공동응원과 그들의 노래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의 노래가 선정된다는 가정 하에 북한에 넘어가서 응원을 하고 싶어요. 남아공 가는 것보다 비행기표가 더 싸잖아요.(웃음) 솔직히 말해서 통일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저희도 많이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공동응원가를 만들고 발표하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ㅋㅋㅋ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