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 (재미 통일학연구소 소장)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된 입체전 훈련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0년 1월 15일 인민군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시찰하였다. <조선중앙텔레비죤>이 2010년 1월 17일에, <로동신문>이 1월 18일에 각각 보도한 내용, 그리고 <연합뉴스>가 1월 18일에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윤곽이 보인다.

그 훈련은 전투기 10여 대의 공습훈련, 함선들의 해상작전훈련, 각종 지상포들의 실탄사격훈련을 동시에 실시한 것이다. <조선중앙텔레비죤>이 2010년 1월 5일에 보도한 전차전 훈련이 속도전 훈련이라면, 1월 17일에 보도한 3군 협동작전훈련은 입체전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일요일인 1월 17일 정오, <조선중앙텔레비죤>은 정규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입체전 훈련을 시찰하였음을 특별방송으로 보도하였다.

‘정보당국 소식통’이 말한 것을 인용한 <연합뉴스> 1월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입체전 훈련장소는 평양에서 멀지 않은 서해안이라고 한다. <로동신문>은 1월 18일자 기사에서 “훈련시작구령이 내리자 비행대들과 함선들, 각종 지상포들의 치밀한 협동으로 <적집단>에 무자비한 불소나기가 들씌워졌으며 <적진>은 산산쪼각이 나고 불바다로 화하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텔레비죤>이 보도한 입체전 훈련 현장사진은 4장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해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전망대에서 훈련모습을 바라보는 사진, 고위급 군지휘관들과 함께 걸어가는 사진이 세 장이고, 훈련장면을 찍은 사진이 한 장이다.

<로동신문> 1월 18일자 기사는 그 훈련에 “각종 지상포들”이 동원되었다고 했는데, 다른 지상포 사진은 공개하지 않고 유독 방사포 사진만 공개하였다. 그 방영사진은 하늘을 향해 발사관을 30도 각도로 들어올린 방사포들이 바닷가에 일렬횡대로 도열하고 사격명령을 대기하는 모습을 먼 거리에서 찍은 것이다.

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은 기동력(maneuverability)과 화력(firepower)인데, 그 두 요인을 결합해놓은 무기가 방사포다. 인민군은 방사포를 비롯하여 모든 종류의 포좌(chassis)를 각종 차량(vehicle)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포격전과 속도전을 배합하였다. 방사포 탑재차량은 시속 75km로 달릴 수 있으므로 인민군 지상작전무기 가운데서 가장 빠르다. 또한 대구경 방사포를 일제사격할 수 있으므로 엄청난 화력을 내뿜는다. 또한 로켓추진력으로 날아가는 방사포탄은 장약폭발력으로 날아가는 재래식 포탄보다 사거리가 훨씬 더 길다.

인민군은 방사포를 언제 개발하였을까?

인민군의 다종다양한 방사포는 구경(caliber) 크기에 따라 소구경, 중구경, 대구경으로 구분하는데, 122mm 소구경 방사포는 아래와 같다. 122mm 엠(M)11 방사포가 가장 먼저 생산되었는데, 발사관 30개, 사거리 20km다. 또한 122mm 엠(M)1977 방사포는 발사관 40개, 사거리 40km, 탑재차량 기동거리 405km, 탑재차량 기동속도 시속 75km다. 또한 122mm 엠(M)1985 방사포는 성능이 122mm 엠(M)1977 방사포와 같은데, 다른 점은 재장전할 방사포탄 40발을 탑재차량에 싣고 다니는 것이다.

인민군 방사포를 구분하는 명칭에서 엠(M) 다음에 1977 또는 1985 같은 숫자가 붙은 것은, 인민군이 방사포를 개발한 때가 1977년 또는 1985년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 방사포가 작전배치된 것을 미국군 정보기관이 1977년 또는 1985년에 처음 포착하였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인민군의 중구경 방사포는 240mm 방사포인데, 두 종류가 있다. 240mm 엠(M)1985 방사포는 발사관 12개, 사거리 45km, 탄두무게 45kg이다. 또한 240mm 엠(M)1991 방사포는 발사관을 아래에서부터 8+8+6 순으로 세 겹 얹어서, 22발을 쏠 수 있다. 한국군 육군교육사령부 교범에는 그 방사포의 사거리가 65km라고 씌여있다.

인민군은 240mm 방사포를 언제 만들었을까? 미국군 정보기관이 240mm 12발 방사포가 작전배치되어 있는 것을 포착한 해가 1985년이었으니, 그 이전에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2005년 6월 7일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펴낸 ‘2005년 연감: 군비, 군축, 국제안보(SIPRI Yearbook 2005: Armaments, Disarmament and International Security)’에는 주목할 만한 군사정보가 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북측은 1988년부터 1998년까지 10년 동안 이란에 240mm 방사포 100문을 수출하였다는 것이다. 북측이 이란에 수출한 240mm 12발 방사포를 이란군은 파즈(Fajr)-3이라고 부른다.

인민군이 240mm 12발 방사포를 작전배치하였음을 미국군 정보기관이 포착한 해가 1985년이었으니, 개발시점은 1980년대 초였을 것이다. 한국군이 미국산 핵심부품으로 131mm 다련장로켓을 조립하여 시제품 제작에 성공한 때가 1981년이었는데, 거의 같은 시기에 인민군은 240mm 12발 방사포를 자력으로 개발하였다.

한국군의 소구경 다련장로켓은 구룡(九龍)이라고 부르는 131mm 다련장로켓이다. 개량형인 구룡2는 발사관 36개, 사거리 36km, 탄두무게 20kg이다. 이 무기의 수명주기(life cycle)는 2010년이므로, 곧 노후장비로 분류된다. 또한 한국군은 미국에서 수입한 중구경 다련장로켓도 작전배치하였다. 엠(M)270 227mm 다련장로켓인데, 발사관 12개, 사거리 32km, 탄두무게 156kg이다. 남측 국방부는 2009년 2월 23일에 펴낸 ‘2008 국방백서’에서 한국군이 다련장로켓 약 200문을 작전배치하였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방사포는 어느 나라 군대가 가졌을까?

인민군의 대구경 방사포는 333mm 방사포다. 발사관 8개, 사거리 75km, 탄두무게 175kg이다. 이란의 군수기업 섀히드 백허리 인더스트리얼 그룹(Shahid Bagheri Industrial Group)이 북측의 지원을 받아 면허생산한 이란군의 333mm 방사포 파즈(Farj)-5가 인민군의 333mm 방사포와 똑같다. 인민군은 이 방사포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란군은 2003년 9월 21일 군사행진에서 이 방사포를 공개하였다. 이란은 헤즈볼라에게 333mm 방사포를 넘겨주었는데, 2006년 7월 17일에 일어난 헤즈볼라-이스라엘 전쟁에서 헤즈볼라가 이 방사포로 이스라엘에 큰 타격을 가했다.

인민군의 각종 방사포들 가운데 가장 큰 방사포는 355.6mm 방사포다. 발사관 4개, 사거리 105km, 탄두무게 150kg이다. 이란에서 북측의 기술지원으로 면허생산된 355.6mm 방사포 나지트(Nazeat)-6이 이 방사포와 똑같다. 인민군은 이 방사포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란군은 2004년 9월 21일 군사행진에서 이 방사포를 공개하였다. 러시아 군사전문가는 이란군이 사거리 150km, 탄두무게 250kg인 450mm 방사포(나지트-10)를 보유하였다고 밝혔는데, 이 방사포는 아직 실물이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인민군의 335.6mm 4발 방사포가 세계에서 가장 큰 방사포다. 이 글에서 언급한 이란군의 방사포 전력에 관한 정보는, 미국인 군사분석가 앤터니 코데스먼(Anthony H. Cordesman)과 마틴 클라이버(Martin Kleiber)가 2007년에 펴낸 책 ‘이란의 군사력과 전투역량(Iran's Military Forces and Warfighting Capabilities)’에서 얻었다.

한편, 러시아군의 대구경 방사포 스머취(Smerch)는 구경 300mm, 발사관 12개, 사거리 90km, 탄두무게 235kg이다. 중국인민해방군의 대구경 방사포 피에이취엘(PHL)-03은 구경 300mm, 발사관 10개, 사거리 85km, 탄두무게 200kg이다. 러시아군이나 중국인민해방군의 대구경 방사포에 비해 인민군의 대구경 방사포가 가진 특징은 탄두무게를 줄이는 대신 사거리를 늘린 것이다. 한강 이남으로 물러나는 미국군 기지를 대구경 방사포로 집중타격하려고 그렇게 하였을 것이다.

<조선중앙텔레비죤>이 2010년 1월 17일에 방영한 방사포 사진을 확대해보면, 방사포들이 일렬횡대로 바닷가에 길게 배치되었는데, 대오 중간에 상당한 거리를 띄어놓고 두 무리로 나누어 진 것이 보인다. 사진촬영지점에 가까이 있는 한 무리의 방사포는 9문이다. 이 무리와 상당한 거리를 띄어놓고 배치된 다른 무리의 방사포는 너무 멀어서 수를 헤아리기 힘들지만, 9문이 배치되었을 것이다. 인민군 방사포중대에 방사포 9문씩 배치되었으므로 그렇게 볼 수 있다.

훈련장소가 평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서해 바닷가였으니, 평양 서남쪽에 있는 인민군 제3군단 직속 방사포여단 산하의 어느 단위부대가 훈련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 방사포여단은 3개 방사포대대로 편성되었고, 1개 방사포대대는 3개 방사포중대로 편성되었으므로, 그 훈련에는 1개 방사포 대대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훈련현장사진에는 2개 중대의 방사포 18문만 보인다. 나머지 1개 중대의 방사포 9문은 어디에 있었을까?

<로동신문> 1월 18일자 기사는 입체전 훈련 참관자들 가운데 “국방공업부문의 일군들과 로동자, 기술자들”이 있었다고 하였다. 국방공업부문 관계자들이 실탄사격훈련을 참관한 것은, 그들이 개발하여 인민군에게 공급한 무기가 훈련에 처음 등장하였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다른 지상포 사진은 내보내지 않고 방사포 사진만 방영한 것과 국방공업부문 관계자들이 훈련을 참관한 것을 상호연결시키면, 신형 무기는 포사격훈련에서 처음 쏘는 방사포탄으로 추정된다. 훈련현장사진에 나타나지 않은 나머지 1개 중대의 355.6mm 대구경 방사포가 그 포탄을 쏘았을 것이다.

인민군의 탄두제조기술을 주목하라

1995년 10월 15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Tel Aviv)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하아렛츠(Ha’aretz)>에 주목할 만한 기사 한 편이 실렸다. 그 일간지에 군사정보 분석기사를 정기적으로 쓰는, 이스라엘의 저명한 군사전문가이며 텔아비브 대학교 전략연구사업(Strategic Studies Program) 담당교수 루벤 페다처(Re’uven Pedatzur) 박사가 쓴 기사다. 그는 미국군 정보기관의 정보자료를 인용한 글에서 “북측이 무게가 5kg씩 나가는 자탄(子彈) 약 100개를 실어나를 탄두를 장착한 폭발파쇄미사일을 생산하는 능력을 곧 가질 것”이라고 썼다. 이것은 북측이 폭발파쇄탄두를 생산하였음을 알려주는 정보다.

폭발파쇄탄두란 무엇일까? 그것은 타격목표 가까운 상공에서 1차 폭발을 일으켜 많은 자탄(submunition)을 넓은 공간에 살포하고, 살포된 자탄들이 2차 폭발을 일으켜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탄두다. 이 탄두의 폭발양상이 거대한 고리 모양이라고 해서 환상(環狀)폭발파쇄탄두(annular blast-fragmentation warhead)라고도 부른다. 페다처 박사는 1995년 10월에 쓴 기사에서 북측이 폭발파쇄탄두를 곧 생산한다고 했으니, 인민군이 그 탄두를 생산한 해는 1996년이었을 것이다.

인민군의 355.6mm 4발 방사포가 바로 그 폭발파쇄탄두를 적진에 쏘는 무기다. 궁금한 것은, 폭발파쇄탄두를 쏘는 355.6mm 4발 방사포의 파괴력이 얼마나 강한가 하는 점이다. 페다처 박사는 북측이 생산하는 폭발파쇄탄두 한 발이 터지면 자탄 약 100개가 60km 밖에까지 퍼지며 2차 폭발을 일으킨다고 했다. 이 정보에 따르면, 인민군이 만든 폭발파쇄탄두는 탄두제조기술에서 앞선 군사강국들이 만든 같은 종류의 탄두보다 파괴력이 월등히 강하다. 다른 군사강국들이 알지 못하는 비장의 고폭기술을 자탄기술에 결합했으니 그처럼 가공할 파괴력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북측에서 진행되는, 산을 통째로 허물어버리는 100만산(100만톤) 발파작업은 재래식 폭약으로는 어림도 없고 북측이 개발한 고폭기술로 가능하다.

폭발파쇄탄두에 들어있는 자탄 한 발 무게가 5kg이므로, 그런 탄두 100개가 들어있는 대형탄두의 무게는 500kg이다. 그런데 500kg짜리 탄두는 너무 무거워 355.6mm 방사포에 장착하지 못하고 지대지미사일에 장착한다. 2004년 이후부터 인민군이 가끔 동해로 쏠 때마다 미국군이 ‘독사(Toksa)’라고 부르며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 차량이동식 단거리미사일(KN-02)에 장착된 탄두가 500kg짜리 폭발파쇄탄두다. 사거리가 120km인 이 미사일을 실은 미사일 발사차량이 전방지역 어느 갱도진지에서 튀어나와 쏘면 오산기지를 넘어 평택기지까지 날아간다.

355.6mm 방사포에 장착한 폭발파쇄탄두의 무게는 150kg이므로, 5kg짜리 자탄 30발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355.6mm 방사포 한 발이 터지면 자탄 30발이 약 20km 밖에까지 퍼지며 2차 폭발을 일으켜 일대를 초토화한다. 355.6mm 방사포는 그런 폭발파쇄탄두 4발을 일제사격하게 되니, 그 방사포 1문으로 군사기지 한 개쯤 통째로 날려버린다. 핵무기가 있지만 핵무기를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미국군을 궤멸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인민군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민군 방사포는 얼마나 많을까?

인민군 포병지휘체계는 어떻게 편성되었을까? 인민군 총참모부(한국군은 합동참모본부)에는 대장급 야전지휘관을 둔 포병지휘부가 있다. 인민군은 포병지휘부를 포병지도국이라 부른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포병지도국은 포병전을 지휘하게 된다. 전차지도국과 마찬가지로 포병지도국도 최고사령관 직속 총참모부에 두었는데, 이것은 김정일 최고사령관이 직접 포병전을 지휘한다는 뜻이다. 그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포병군단인 제620포병군단을 지휘하는 것이다. 그가 전차전력과 마찬가지로 포병전력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민군 방사포는 얼마나 많을까? 남측 국방부는 ‘2008 국방백서’에서 인민군 방사포를 5,100문으로 추산하였다. 그러나 산정근거를 밝히지 않아서, 어림잡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아래와 같은 산정법으로 계산하면, 정확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제620포병군단 예하에 6개 방사포여단이 있는데, 1개 방사포여단은 5개 방사포대대로 편성되었고, 1개 방사포대대는 3개 방사포중대로 편성되었다. 1개 방사포중대에 방사포 9문을 배치하였다. 따라서 6개 방사포여단×5개 방사포대대×3개 방사포중대×9문=방사포 810문으로 추산된다. 물론 제620포병군단 예하에는 6개 방사포여단만이 아니라 6개 자행포여단도 있다.

인민군은 포병여단을 따로 두었다. 10개 독립포병여단을 군사분계선 가까이 전진배치한 것이다. 1개 독립포병여단은 5개 방사포대대로 편성되었고, 1개 방사포대대는 3개 방사포중대로 편성되었다. 따라서 10개 독립포병여단×5개 방사포대대×3개 방사포중대×9문=방사포 1,350문으로 추산된다.

또한 인민군에는 12개 보병군단이 있는데, 1개 보병군단은 5개 보병사단으로 편성되었다. 1개 보병사단에 1개 방사포대대가 있다. 따라서 12개 군단×5개 사단×1개 방사포대대×3개 방사포중대×9문=방사포 1,620문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12개 보병군단사령부마다 군단 직속 방사포여단을 1개씩 따로 두었다. 1개 방사포여단에 5개 방사포대대가 있다. 따라서 12개 군단×1개 방사포여단×5개 방사포대대×3개 방사포중대×9문=방사포 1,620문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산정법에 따르면, 12개 보병군단의 방사포는 3,240문이다.

4개 기계화군단에는 방사포를 배치하지 않았으므로, 현재 인민군의 방사포는 모두 5,400문으로 추산된다.

제620포병군단과 10개 독립포병여단의 주력방사포는 240mm 22발 방사포다. 그 이외에도 122mm 소구경 방사포, 333mm 및 355.6mm 대구경 방사포가 일정비율로 배치되었을 것이다. 12개 보병군단 가운데 전진배치한 4개 보병군단(전연군단)의 주력방사포 역시 240mm 22발 방사포다. 다른 한 편, 후방배치한 8개 보병군단은 40개 보병사단으로 편성되었는데, 그 가운데 32개 보병사단에는 240mm 12발 방사포와 122mm 40발 방사포가 각각 절반 정도씩 있는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8개 보병사단(교도사단)에는 122mm 30발 방사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 방사포의 일제사격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인민군 방사포는 얼마나 큰 화력을 발휘할까? 여러 가지 분석이 나왔지만, 인민군 방사포 전력을 너무 낮게 평가한 나머지, 분석결과가 들쑥날쑥하다. 인민군 방사포 전력을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군사분계선 가까이 전진배치한 10개 독립포병여단과 4개 전방군단의 방사포가 일제사격(salvo)을 개시할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인민군이 방사포 약 1,000문을 전진배치했는데, 그 가운데 약 300문이 서울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착오다.

10개 독립포병여단과 4개 전방군단의 방사포는 1,890문이며, 그 방사포는 서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경기도 북부에 집결한 미국군 기지들과 250km 군사분계선을 따라 긴 방어선(Forward Edge of Battle Area)을 구축한 한국군 기지들을 겨냥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전차와 장갑차로 무장한 인민군 기동전력이 철원평야를 돌파하고, 공기부양정(hovercraft)을 탄 인민군 특수전력이 경기만에 상륙하여 서울을 포위하는 양익포위전을 벌일 것이다. 그러므로 인민군에게 서울은 포위하고 점령할 목표이지 무차별 포사격으로 파괴할 대상이 아니다. 물론 인민군은 서울 용산에 있는 미국군사령부에 기습타격을 가하겠지만, 시가지와 역사유적을 파괴하고 무고한 서울시민을 살상하는 도시파괴에는 관심이 없다. 인민군이 서울을 향해 무차별 포사격을 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서울 불바다’ 발언을 잘못 해석한 낭설이다.

10개 독립포병여단의 방사포 1,350문 가운데 어떤 종류의 방사포가 얼마나 되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240mm 22발 주력방사포가 50%, 122mm 40발 방사포가 25%, 333mm 8발 방사포가 15%, 355mm 4발 방사포가 10% 비율이라고 가정하면, 337문×40발=13,480발, 675문×22발=14,850발, 202문×8발=1,616발, 135문×4발=540발을 쏠 수 있다. 따라서 10개 독립포병여단이 개전과 동시에 방사포 일제사격으로 30,486발을 쏠 것이다.

또한 4개 전방군단 방사포 540문도 같은 비율이라고 보면, 135문×40발=5,400발, 270문×22발=5,940발, 81문×8발=648발, 54문×4발=216발을 쏠 수 있다. 따라서 4개 전방군단이 개전과 동시에 방사포 일제사격으로 12,204발을 쏠 것이다.

이러한 포탄발사량을 합하면, 인민군은 개전과 동시에 방사포 일제사격으로 42,690발을 적진에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인민군이 전진배치한 자행포, 대구경 장사정포, 각종 지대지 미사일의 발사량은 42,690발에 포함되지 않았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인민군 방사포가 1차 일제사격을 마치고 갱도진지로 들어가 재장전하고 다시 차폐문을 열고 나와 사격진지로 이동하여 2차 일제사격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4분 5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개전 후 1시간 동안 인민군은 전진배치한 방사포를 세 차례 쏠 수 있다. 위에서 추산한 대로, 한 차례에 약 42,000발씩 쏜다면, 인민군은 개전 후 1시간 동안 방사포 약 126,000발을 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방사포 126,000발을 쏘면, 전진배치된 적진에 우박 같은 집중포화가 쏟아질 것이다. 그러면 지하에 견고하게 구축한 지휘소에 있는 고위급 지휘관들만 살아남지 않을까?

속도전은 1초를 다툰다

전진배치된 인민군 방사포는 100%가 갱도진지 안에서 사격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방사포 갱도진지 출입구는 북쪽 경사면 7부 또는 8부 능선에 있다. 갱도진지 출입구에는 강철로 만든 20cm 두께의 미닫이 차폐문이 설치되었다. 갱도진지 출입구에서 남쪽으로 약 30-50m 떨어진 곳에 덮개 없는 반원형 사격진지가 있다. 6m 두께의 강화콘크리트 방호벽으로 구축된 사격진지는 남향이다. 차폐문이 열리면, 방사포 탑재차량이 밖으로 나와 사격진지로 이동하여 사격준비에 들어간다.

위와 같은 상황을 보면, 인민군이 240mm 22발 방사포를 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갱도진지 차폐문을 여는 시간 30초, 사격진지로 이동하는 시간 30초, 1차 사격을 준비하는 시간 3분, 일제사격(22발)을 하는 시간 35초, 갱도진지로 들어가는 시간 30초, 갱도진지 안에서 재장전하는 시간 15분, 차폐문을 여는 시간 30초, 사격진지로 이동하는 시간 30초, 2차 사격을 준비하는 시간 3분. 이러한 시간경과를 보면, 방사포 탑재차량이 차폐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서 1차 사격을 마치고 갱도진지로 들어가기까지 5분이 걸린다.

그런데 한국군 육군교육사령부 교범에는 이러한 시간계산이 들어있다. 갱도진지 차폐문을 열고 이동하는 시간 5분, 사격을 준비하는 시간 2분, 10발을 사격하는 시간 1분, 갱도진지로 이동을 준비하는 시간 5분. 이러한 시간계산은 얼핏 봐도 엉성한 느낌을 준다. 위치노출과 대응사격을 피하기 위해 방사포 사격시간을 1초 이하의 시간단위까지 단축하려고 연구해온 인민군이 22발도 아니고 10발밖에 쏘지 않고 갱도진지로 들어가는 데 13분이나 걸린다는 계산은 오산이 분명하다.

인민군 방사포가 위치탐지와 대응사격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시간은, 방사포가 갱도진지 밖에 머무는 5분이다. 노출시간 5분 동안, 방사포 위치를 찾아내 대응사격으로 파괴한다는 것이 미국군이 개발한 반사격전(counterfire operation)의 기본원리다. 한국군은 그 용어를 대화력전이라고 번역했다.

반사격전에서는 사격탐지 레이더(firefinder radar)가 가동되는데, 한국군의 사격탐지 레이더(AN/TPQ-36과 37)는 미국군이 오래 전에 사용을 중단한 폐기장비다. 40년 전에 개발되어 아날로그 방식으로 돌아가는 이 장비는 견인차량, 지령차량(command shelter), 송수신 설비차량을 줄줄이 끌고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두리번거리며 레이더를 설치해야 한다. <연합뉴스>는 2009년 10월 12일자 기사에서, 한국군의 반사격전 연습에서 인민군 방사포 위치를 탐지하여 그 정보를 전송하는 시간이 짧으면 15분, 길면 1시간 30분이 걸렸다고 보도하였다. 1초를 다투는 반사격전에서 1시간 동안 전송을 기다리는 장비는 작전가치가 없는 ‘고물’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군 고공정찰기와 정찰위성이 탐지한 인민군 갱도진지 위치정보를 한국군에게 넘겨주었으니, 한국군이 개전하자마자 대응사격으로 인민군 방사포를 파괴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인민군은 공중정찰을 속이기 위해 위장진지와 진짜 갱도진지와 뒤섞어놓고, 적외선 방출기까지 동원하는 위장전술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므로 미국군이 공중정찰로 진짜 방사포를 가려내려면 ‘요행’을 바라야 한다. 더욱이 인민군이 전파차단 화학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미국군 기지 상공으로 집중발사하여 통신위성, 항법위성, 정찰위성이 지상으로 보내는 송신전파를 차단하면, 첨단전자장비를 자랑하던 미국군 지휘소는 ‘먹통’이 될 것이다.

또한 남쪽에서 북쪽으로 대응사격을 해야 하는 미국군과 한국군이 북쪽 경사면에 출입구가 있는 인민군 갱도진지를 포격으로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군과 한국군이 인민군 갱도진지를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공습 밖에 없는데, 한반도에서 벌어질 공중작전은 미국군과 한국군의 예상시나리오 대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공중전 분석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미국군은 1993년 한미연합군사령부 산하 지상구성군사령부에 대화력전 수행본부를 내오고 반사격전을 준비해오다가 12년만인 2005년 10월 한국군에게 반사격전 작전권을 넘겨주었다. 반사격전 임무는 한국군 제3군사령부가 맡았다. 미국군은 반사격전 작전권을 한국군에게 넘겨주면서 다련장로켓 2개 대대 가운데 1개 대대를 미국 본토로 철수하려고 하였는데, 남측 정부가 간곡히 만류하는 바람에 남았다. 이러한 미국군의 행동은 인민군의 방사포 공격에 대응할 길이 없다고 판단한 그들이 반사격전에서 손을 떼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반사격전 작전권을 넘겨받은 한국군에게는 반사격전이 요구하는 지휘능력, 공중정찰능력, 대응타격능력이 거의 없다.

인민군의 기습적인 포사격, 한국군의 ‘차분한 대응’

2010년 1월 27일, 인민군은 서해 백령도와 대청도 앞바다를 향해 느닷없이 포사격을 개시했다. 포사격은 맹렬하였다. 남측 국방부는 “오전 9시 5분께 발사되어 날아오는 포탄을 레이더로 포착, 백령도 해병부대에서 교전규칙에 따라 벌컨포 100여 발로 경고사격을 했다”고 발표했지만, 그 발표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인민군의 기습적인 포사격에 긴장한 국방부와 합참본부는 인민군이 몇 발을 쏘았는지 몰라서 적당히 100여 발 쏘았다고 얼버무렸다가, 이튿날 말을 바꿔 300-400 발을 쏘았다고 수정발표를 내놓았다. 백령도에 배치된 한국군 해병대 제6여단의 벌컨 대공기관포(M61 Vulcan)가 20mm 기관포탄 100여 발을 쏜 것은, <조선일보> 2010년 1월 30일자 보도에서 드러난 것처럼, 포탄이 날아오는 것을 전투기가 날아오는 것으로 오인하고 허공으로 쏘아댄 오발사고로 보이지, 탐지레이더로 포탄 비행을 포착한 뒤에 교전규칙에 따라 현장지휘관이 사격명령을 내린 경고사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인민군의 기습적인 포사격에 속수무책인 한국군은 군사분계선 가까이 전진배치한 사격탐지 레이더를 부랴부랴 백령도에 옮겨놓고 “유사시 보복타격을 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그 ‘고물레이더’는 인민군의 기습적인 포사격에 긴장한 한국군에게 심리안정제 역할을 할지는 몰라도, 있으나마나 한 무용지물이다.

인민군이 기습적으로 포사격을 개시하였을 때, 김중련 합참의장은 도쿄에 머물던 월터 샤프(Walter L. Sharp) 주한미국군사령관에게 긴급히 전화를 걸어 ‘상황보고’를 하였고, 국방부와 합참은 인민군의 포사격을 ‘명백한 도발행위’라고 규정하고 전화통지문을 통해 “즉각 사격 중단하라. 중단하지 않으면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왔는데, 시간이 좀 지나자 이상하게도 목소리가 잦아들고, 결국 연평도 앞바다에서 1월 27일과 28일 지상포 사격훈련을 실시하려던 계획까지 취소하고 말았다. 그처럼 수그러든 까닭은, 국방부와 합참의 발표에 따르면, 인민군이 쏜 포탄들이 북방한계선(NLL) 밖에 떨어졌으니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대응해도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2010년 1월 27일 인민군 총참모부가 보도를 통해 “조선서해 전연해상에는 오직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군사분계선만 있을 뿐”이라고 재확인하였고, 서해안 현지에서 작전 중인 인민군 포병지휘관들은 북방한계선이 어디쯤 그어져 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국방부와 합참은 인민군 포병들이 북방한계선을 혹시 넘을까봐 조심하면서 1월 27일에는 북방한계선 2.4km 밖으로, 1월 28일에는 2.7km 밖으로 포탄을 떨구었다 하니, 누가 그 발표를 믿겠는가. 지상탄착점과 다르게, 해상탄착점은 탄착흔적이 남지 않고, 바다에 나가 탄착위치를 측정할 수도 없으므로, 국방부와 합참이 탄착위치를 적당히 ‘조절’해도 그 내막을 알 수 없다.

국방부와 합참이 꺼내놓은 ‘엄중경고’가 흐지부지 되고, 한국군 사격훈련계획도 취소되고, 포탄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오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인민군이 포사격을 사흘 연속했는데도 경고성명 한 장 내놓지 않는 ‘차분한 대응’으로 어물쩍 넘어간 까닭은, 한국군이 인민군 포병전을 상대하지 못할 전력열세에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 이외에 달리 해석되지 않는다.

<한겨레> 2010년 1월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인민군이 쏜 포는 240mm 방사포, 170mm 자행포, 76.2mm 해안포 등이라고 한다. 보도기사가 빠뜨린 것은 130mm 해안포와 152mm 곡사포다.

이 다섯 종류 포를 쏜 인민군의 포사격에 대한 정보는, <조선일보> 2010년 1월 29일자 기사에서 엿볼 수 있다. 그 기사에 따르면, 인민군은 군사기지 같은 큰 표적을 일제사격하는 집중포화사격을 한 것이 아니라, 해상작전 중인 군함 같은 작은 표적을 일제사격하는 정밀조준사격을 한 것이다. 그것을 동시탄착 포사격(time-on-target barrage)이라 한다. 여러 곳에 분산배치된 각종 포들이 시차를 두고 사격할 때 포탄비행시간을 조절함으로써 여러 발 포탄을 동일표적에 동시에 명중시키는 포사격이다. 동시탄착 포사격을 하려면, 각종 포들의 고유한 사거리(range)와 포탄비행속도(muzzle velocity)를 계산하여 발사시간과 발사각을 맞춰야 한다.

동시탄착 포사격은 표적에서 먼 포부터 쏘기 시작해서 표적에 가까운 포까지 시차계산에 따른 순서대로 쏘는 것이니, 이번에 인민군은 240mm 방사포(사거리 65km), 170mm 자행포(사거리 60km), 152mm 곡사포(사거리 27km), 130mm 해안포(사거리 27km), 76.2mm 해안포(사거리 12km) 순으로 쏘았을 것이다.

<연합뉴스>는 2010년 1월 28일자 기사에서, 인민군이 “한 번 쏠 때 적게는 5-6발, 많게는 250여 발이 넘”게 쏘았는데, “탄착점에 정확하게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으며, <조선일보>는 2010년 1월 29일자 기사에서 “설정된 사격구역에 비교적 정확히 포탄 및 로켓탄을 떨어뜨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서해 전방해상에서 작전 중인 한국 해군 군함을 동시탄착 포사격으로 격침시킬 수 있다는 경고신호를 보낸 것이다.

인민군이 2010년 벽두부터 시작한 군사행동은 단순한 무력시위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 군부가 제7함대를 앞세워 실시할 북침전쟁연습인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시키려는 군사행동이다. 미국 군부가 북침전쟁연습을 실시할 오는 3월까지 인민군은 강도 높은 군사행동을 취하면서 북침전쟁연습 중단을 요구할 것이다. 인민군의 군사행동은 국방위원회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북침전쟁연습을 그만두고 한반도 평화회담을 개최할 것을 요구하는 압박공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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