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뉴스>는 지난 25일 오후, 북민협 신임회장으로 취임한 박종철 장미회 이사장을 만나 올해 대북지원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최근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박종철 장미회 이사장은 올 초 북민협 차원에서 북한에 농사용 비닐을 지원하는 구상을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 25일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두세 개 단체에서 비닐을 보내려고 준비했다고 한다"며 "어느 한 단체가 아니고 몇 개 단체가 연합해서 북민협 이름으로 보낼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사용 비닐은 매년 초 민간단체에서 꾸준히 지원하던 물품으로 정부는 지난해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이유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농민본부'의 반출을 승인하지 않았다. 단체들은 올해에도 지원의사를 갖고 있지만 정부의 반출제한으로 섣불리 물품 구매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대북 농사지원을 하고 있는 한 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반출을 제한하고 있어서 아직 구체적으로 비닐지원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의 협조를 통해 북민협 차원에서 길을 연다면 언제라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민협은 지난 2007년 못자리용 비닐 3천만㎡를 파주-개성간 육로를 통해 지원한 바 있다.

박 회장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만나 올해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에 관한 협의와 함께 농사용 비닐을 보내는 문제를 핵심 사안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그는 "현 시점에서는 2월 15일 안에는 비닐을 보내는 것이 긴요한 일"이라며 "이것까지 대북정책과 연계시키면 인도주의는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애초 박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주 현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일정을 이유로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다.

한편, 북민협 운영위원장을 맡은 장미회 박현석 사무국장이 28일 장미회 방북단 일원으로 올해 첫 민간단체 방북길에 올라, 북 민족화해협의회와 2010년 지원사업에 대한 협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정부의 반출 및 방북 제한으로 지원단체들의 사업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취임한 박 회장은 "반출을 전반적으로 막는 것은 정부가 잘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민간단체 역시 정부의 큰 정책기조에 반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사안별, 단체별로 선별적으로 (반출 및 방북을) 허용하고 억제하는 것은 정부가 균형감각을 잃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정부가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에 맞서서 정부가 허락하지 않은 일을 하려는 것도 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정부에 "큰 원칙만 어긋나지 않으면 민간한테 자율권을 달라"라며 "바늘 하나 사는데도 정부의 허락을 받으라는 식이면 우리들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밖에 안 된다. 민간의 자율성에 대한 범위와 규모에 대해 정부와 사전 조율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박 회장은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교수로 재직할 때인 1960대부터 현재까지 50년 가까이 북한을 포함 국내외 간질환자를 도와왔다. 장미회 이사장이기도 한 그는 수년째 평양 종양연구소 현대화 사업과 간질보건센터 지원 사업을 벌여왔고, 북민협 회장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다음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소재 박 회장 병원에서 한 일문일답.

□ <통일뉴스> : 남북관계가 어려운 시기에, 특히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들의 사업이 위축된 시기에 회장을 맡게 돼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 박종철 북민협 회장.[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박종철 북민협 회장 : 북민협이 처음 발족한 이후 2, 3대를 회장을 했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어려운 시기이지만, 나보고 하라고 한 것은 남남갈등이나 남북갈등에서 비교적 갈등이 적은 사람이라고 해서 추천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책을 바탕으로 우리의 역할을 찾아야지, 정부에 반해 싸우면서 남남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적합지 않다. 큰 틀에서는 정부와 같은 입장에서 일을 한다. 그러나 그 큰 틀 안에서는 정부와 다를 수밖에 없는 것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큰 예산을 가지고 국가적 정책 테두리를 가지고 하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작은 일, 틈새시장은 민간이 속속들이 아는 일이다. 정부가 몇 사람의 전문가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우리가 하겠다는 것이다.

각론에 들어가면, 밥을 먹는다는 것은 똑같지만 어떤 밥을 먹느냐는 개인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다. 그걸 정부가 통제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적극적으로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도 정부가 할 수 없으면서 민간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지원해야 하는데, 어떤 점에서는 정부가 할 일은 안 하고 민간이 할 일을 정부가 하겠다고 하든지, 민간이 할 일을 못 하게 하고 정부가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부도 바꿔야 한다. 또 우리도 정부와 맞서는 게 아니라 서로 장점이 있는 것을 찾아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좋은 거다.

□ 지난해 정부가 민간단체의 반출 및 방북을 제한했다. 올해에도 전년도 방침이 계속될 것 같다.

■ 반출을 전반적으로 막는 것은 정부가 잘못한다고 생각한다. 반출이 안 될 물품에 대해서는 사전에 우리한테 알려주고, 그래서 토론을 해야 하고 반출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정부가 적극 밀어줘야 하는 데 사안별, 단체별로 선별적으로 허용하고 억제하는 것은 정부가 균형감각을 잃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다. 그건 정부가 바꿔야 한다. 대신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에 맞서서, 정부가 허락하지 않은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도 시정을 해야 한다.

반출 문제는 사전에 금지되지 않았던 것은 적극 지원해 줘야 한다. 더구나 창고에서 오랫동안 있으면서 변질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빨리 허락을 해줘야 한다. 금년 들어서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하는 것은, 정부가 밀가루나 옥수수를 보내기로 했다니까 참 다행인데, 농업분야에서 못자리용 비닐은 정부가 막을 수 있는 내용의 품목이 아니다. 우리가 쌀을 주는 것보다도 북쪽이 스스로 농사지어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딴 목적 유용 가능성이 있는 두꺼운 비닐이 아니라 못자리용으로 쓸 수 있는 얇은 비닐은 허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 요청했더니 면담조차도 안 시켜줘서 기다리고 있지만, 그건 2월 보름을 넘기면 안 된다. 현인택 장관을 만나면 그것을 보내지 못하게 하는 근거가 뭔가를 적극적으로 확인을 하려고 한다. 다만, 시민을 향해서 정부가 나쁘게 한다고 비방하는 것은 제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

□ 민간단체들의 대북인도적지원이 본격화 한 것이 1999년인데 벌써 10년이 넘었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긴급구호 사업만 허가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농업지원 등 개발지원을 중심적으로 옮겨 오다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모양새인데. 앞으로의 대북 인도적 지원 방향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정부 하는 것은 내가 언급할 게 아니고. 민간단체는 우리가 적은 돈을 모아 북쪽에 보내는데, 살림을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북쪽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긴급히 요하는 일들을 도움으로써 남북 간에 동질성을 유지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다. 남쪽 사람이 북쪽 사람을 동포로서 관심을 갖고 있고, 사랑하는 형제같이 생각하고 있다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 더 큰 것이 있다. 우리가 도와주는 게 얼마나 커서 북쪽 살림을 하고 이런 것은 아니다. 정부가 크게 도와주는 것 외에는.

그 다음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어린이, 모자보건, 전염병,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 수 없는 작은 것은 민간들이 하면서 서로 교류를 증진시키는 것이 목적이지, 우리가 북쪽의 살림을 크게 바꾸고 재정을 호전시키는 일을 한다고는 생각을 안 한다.

□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단체를 민간협치의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는 불만도 크다. 북민협 강화론이 현 정부 출범 뒤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계획은?

■ 과거 정부가 하는 것과 다르니까 단체 성향에 따라서 비판적인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좋아진 점도 있고 나빠진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조금 더 많은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줬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정부에 의존성이 많았다. 지금도 정부가 의존성을 이용해서 정부 뜻대로 민간단체를 컨트롤 하려는 경향이 있다면 지양해야 할 일이다. 작은 단체이지만 그 특성에 맞춰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큰 단체들이 우리가 다 하겠다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어떤 경우는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독식을 하려는 경향도 있어서 서로 장점 살리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옛날과 달라서 고도의 자료들을 가지고 판단하는 훌륭한 관료들이 많다. 민간도 마찬가지로 이제는 자원봉사 차원이 아니라 전문가 차원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기에 서로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동안은 서로 대화가 막힌 게 사실이다. 우리 민간단체도 반은 책임, 정부도 반은 책임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정부가 먼저 반을 바꿔야 민간단체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북민협을 강화한다는 것이 압력을 넣자는 뜻인지 모르겠지만, 압력을 넣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도 우리한테 압력을 넣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우리도 정부에 압력 넣을 힘도 없지만, 서로 보완하는 협력관계가 되어야 한다.

□ 현인택 통일부 장관 면담은?

▲ 박 회장은 "정부가 싸울 때는 민간이 마지막 하나의 다리라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정식으로 장관을 만나기를 청했는데 요즘 몇 가지 사건 때문에 바쁘다고 해서, 말로 하지 않고 문서로 해서 답변을 받겠다고 했더니 말로 하라고 한다.(웃음) 그래서 이달 말까지 면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문서로 하겠다고 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만나는 게 10분, 20분, 30분이면 충분한데,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파트너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 면담이 성사되면 어떤 얘기를 할 건가?

■ 정부가 큰 원칙만 어긋나지 않으면 민간한테 자율권을 달라. 하나하나 건 건마다 결제하고, 'Yes, No'라고 할 게 아니라 "이런 유형은 자율적으로 해도 좋다. 액수가 어느 정도 이하면 사전 허락을 안 받아도 원칙적으로 지지를 해주겠다"는 이런 것이 있어야지 바늘 하나 사는데도 정부의 허락을 받으라는 식이면 우리들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 밖에 안 된다. 민간의 자율성에 대한 범위와 규모랄까 이런 것이 사전 조율이 됐으면 좋겠다. 그동안 매 건 정부에서 기준에 맞고 안 맞고를 전제하지 않고, 허락하거나 안 하거나 이런 일이 있었다. 이건 단체간 균열을 만들고 우리가 자율적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부의 얼굴만 쳐다봐야 하는 민간단체로 길들이는 것밖에 안 된다. 이건 막아야 한다.

그리고 2월 15일 안에는 비닐을 보내는 것이 현 시점에서 긴요한 일이다. 5-10억이면 트럭이 100대 가야 한다. 소 몰고 가는 것 못지않게 돈 10억 가지고 비닐을 실어가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선전효과도 크고, 어떤 점에서 실질적으로 북쪽을 인도적 입장에서 돕는 일이다. 또 정부에서 돈 받지 않고 민간에서 걷은 돈으로 하려고 제안하고 있다. 그걸 군사와 관련된 것처럼 미루는 것은 정부가 아직 정책이 확실히 서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런 것까지 대북정책과 연계시키면 인도주의는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게 농사용 비닐을 보내는 것이다.

작년에는 정부가 돈 줄 테니 하라고 권했는데, 갑자기 취소시켜서 못 했다. 북쪽에서도 안 받겠다고 했고. 그런데 북쪽도 지금은 그것 먼저 달라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60만 석 가깝게 생산이 증대한다고 달라고 한다. 민간들도 정부에서 돈 안 줘도, 민간끼리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두세 개 단체에서는 자기들이 돈 걷어서 비닐을 보내겠다고 준비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돈 주면서 하라고 했는데, 정부가 하도 말리니까 우리가 걷어서 하겠다고 한다. 다른 단체들도 하겠다고 해서, 그러면 어느 한 단체가 아니고 몇 개 단체가 연합해서 북민협 이름으로 보낼 생각도 하고 있다. 취임하고 제안한 것이 이거다.

□ 현 남북관계와,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제한 속에서 올해 북민협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정부가 싸울 때는 민간이 마지막 하나의 다리라도 유지해야 하고, 정부끼리 잘 될 때에는 정부가 살피지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해야 한다. 사실은 지역까지 돌아다니면 민간까지 만나는 것은 그래도 민간단체지 정부는 못 하고 있지 않나? 그전 정부 때도 한꺼번에 쌀을 얼마를 보낸다고 할 때, 우리가 주장한 것은 1/4이라고 민간에게 나눠 줘서, 민간들이 가서 현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과거 정부도 잘못한 게 참 많았다. 정부에서 주는 것은 대통령 이름으로 인심 쓰고 민간들이 가서 모니터링은 할 수 있는 기회는 뺏어버린 것을 과거 정부도 똑같이 했다. 지금 정부도 똑같은 것을 반복하려고 하면 안 된다.

□ 장미회 박현석 사무국장 등이 방북한다. 박 사무국장이 북민협 운영위원장인 만큼 관련한 협의도 있을 것 같은데.

■ 아직 그런 얘기를 하지 못 하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동하지만, 장관이나 차관의 정책을 충분히 이해를 한 다음에 협조하는 테두리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 북민협 회장으로서 정부와 민간단체들에 하고 싶은 말은?

■ 이런 정부에서 북쪽을 생각하듯이 핵이라든지, 정말 남측과 서로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아무리 북쪽이 잘 못하더라도 우리가 죽기를 기다린다든지 멸망하기를 기다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고 언젠가는 우리와 통일이 돼서 같이 살아야 할 동족이라는 점에서 미워도 다시 한 번 쳐다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양쪽 아빠끼리 싸우면 어머니끼리는 대화를 하는 다리 하나만이라도 유지해야 하지 않느냐. 그게 민간단체들이 맡아야 할 부분이다. 그 일을 위해서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기회가 주어지면, 힘이 자라는 대로 이 일을 섬길 것이다. 그런 전제가 되면 남남 다툼이 있을 수 없고, 북쪽에 가서 싸우고 올 일도 없고. 북쪽에서 호의적으로 오라고 안 하면 싸우려고 가는 일은 안 한다. 네팔도 80여 회 가면서 네팔 돕는 일을 했지만 싸우자고 하면 안 만나고 와 버린다. 우리가 하는 일은 서로 동족애를 확인 하는 것이 목적이지 일을 위해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고, 차 한 잔 마시더라도 즐거운 대화 할 수 있으면 그게 더 효과적이다.

전문가들이 많은 정부니까, 정책은 정책대로 세우더라도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민간들이 하겠다고 할 때에는 긍정적 차원에서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도량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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