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해군기지사업단이 기공식 일정을 확정한 가운데, 강동균 제주 강정마을회 회장이 12일 "이제 싸움이 본격화될 것 같다"면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제 싸움이 본격화될 것 같다. 며칠 내로 기공식을 하고, 3월에 착공식을 한다고 한다. 저희들은 지난 7일부터 해군기지가 들어설 장소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가 있다. 포크레인으로 밀어붙이고 기공식을 하려고 해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못하게 막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의 기공식이 2월 5일로 확정됐다. 해군 제주기지사업단이 12일 지역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기공식 강행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를 둘러싼 갈등은 격화될 조짐이다.

제주 강정마을회 강동균 회장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최근 상황을 이같이 전하며, "저희들은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 져서도 안 될 것"이라며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도를 사수하고, 그중에서도 우리 제주도의 '제일 강정'이라는 강정 마을을 사수하는 길이 곧 평화를 지키는 길이요, 제주도를 지키는 길이요,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낮,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제124차 자주통일평화행동'에 참가한 강 회장은 지난 2007년 4월 26일부터 해군기지 건설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 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생업까지 아내에게 모두 맡기다시피 하고, 주민들과 함께 활동에 전념해 온 지 2년 반이 넘었다.

강 회장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육성하겠다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의 이면을 누구보다도 훤히 꿰뚫고 있었다.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은 오는 2014년까지 9,587억 원을 들여 이지스함을 포함해 해군 함정 20여 척과 최대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댈 수 있는 해군기지를 서귀포시 강정마을 일대에 건설할 계획이다.

"지금 제주도 해군기지를 세우겠다는 것은 주변 강국들을 향한 선전포고나 다름 아니다. 제주도에 건설되는 해군기지는 미국의 전초기지다. 자주국방이 아닌 미국이 동남아와 동북아 전부를 힘으로 누르기 위한 전초기지일 뿐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특히 제주도는 미국의 힘의 논리의 앞잡이 노릇에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는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모든 열강들이 제주도로 이목이 집중된다"며 "이제 '평화의 섬'이 아니고 '긴장의 섬'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강 회장은 "2005년 1월 1일 날,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에 내려오셔서 과거 4.3의 뼈아픈 역사를 사과하면서,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포했다"며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포해놓고 세계 관광의 섬으로 선포해놓고 아니 해군기지가 웬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강 회장과 지역 주민들은 이날, 주병준 무건리 훈련장 확장 저지 주민대책위원장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서로를 응원하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자신이 나고 자란 마을에 대한 애착도 보통이 아니다. 제주도 남단부의 서귀포시에 속한 강정마을은 은어 서식지인 강정천이 흐르는 마을로, 바다 갈라짐 현상이 하루에 두 번씩 일어나 일명 섬(제주도) 속의 섬으로 불리는 관광 명소다.

강 회장은 "강정마을 앞바다는 문화재청, 유네스코,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에서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또 환경부로부터 지정된 자연생태 우수마을"이라며 "그런 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야 하느냐. 조상들이 아름답게 가꾸고 우리에게 물려주고, 우리는 그것을 소중히 지켰다가 후손들에게 물려줄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마을은 주민 2천여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다. 그러나 강 회장은 "마을 주민의 80% 정도가 해군기지 사업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마을 안에서 사이렌을 울리면 2-300명은 나온다"며 주민들의 단합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날도 마을 주민 5~6명과 함께 서울에 올라왔다고.

그는 "해군기지 사업을 국가사업이라고 한다. 국가사업이라 함은 나라를 살찌우고, 우리 국민을 살찌우고, 지역 주민을 살찌우고 행복과 상생과 화합 속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국가사업이랍시고, 그 지역 주민들을 갈갈이 찢어놓고, 이게 바로 국가사업이라면 우리가 인정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와 국방부가 법을 앞세워서 제도적인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러나 법 이전에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가 있지 않나. 정부가 이런 것을 전부 무시하고 있다"며 "저희 강정마을 주민들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많은 응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날 '제124차 자주통일평화행동'에 참가한 주병준 무건리훈련장 확장 저지 주민대책위원장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두 사람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건투'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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