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한국진보연대의 탄생을 보면 너무 부럽다."

일본 '싸우는 3극을 만드는 긴키회의'(긴키회의)의 좌장격인 가쿠 히로하치로 간사는 한국 '진보운동'의 경험을 배우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대표단의 명칭부터가 '한국 학습방문단'이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교토, 시가, 효고, 나라, 와카야마, 미에 등이 속해 있는 긴키지역을 활동무대로 삼은 긴키회의는 "2대 보수정당 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세력(제3극)을 만드는 목표"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다.

이곳에는 신자유주의와 미국의 군사패권, 일본의 군국주의에 반대하고 생명.인권, 평화.민주주의 등을 정치적 지향점으로 삼는 개인들이 모여 있다.

방한에는 지난 중의원 선거에서 긴키회의가 배출한 핫토리 료오이치 사민당 중의원 의원을 비롯해 하라 가주미 신사회당 효고현본부 위원장, 나가히사 무쭈코 '아이 여성회의 오사카' 대표, 가키누마 요오수케 전일본건설운수노조 긴키지방본부 위원장, 야마모토 가주히데 전국항만노동조합 오사카지부 서기장 등 이 단체 소속으로 다른 진보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12명이 함께 했다.

민주노동당과 한국진보연대 등과 간담회, 토론회 등을 하며 '한국의 진보'를 '학습'한 이들은 방한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판문점 견학도 했다.

보수정권의 등장으로 '시련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한국 진보진영의 상황과는 사뭇 어색한 '부러움'이지만, '정당 체제의 한계는 대중운동을 통해 극복.발전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한국진보연대의 존재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한국의 진보진영이 노무현 정부에 그랬듯, 하토야마 정부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보내며 "새로운 정권이 탄생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말하는 가토 간사를 11일 저녁 만났다.

□ <통일뉴스> : 먼저 단체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 가쿠 히로하치로 '싸우는 3극을 만드는 긴키회의' 간사.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가쿠 히로하치로 : 우리는 신자유주의 반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기업에 의한 규제완화 반대,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전쟁반대'에는 헌법개악 반대, 미군재편 반대 등이 포함된다. 일본 정치를 2대 보수정당으로 재편한 것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제3극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사민당.신사회당 당원, 지방의회 의원들 등 개인이 모인 단체다.

일본 전쟁 후 계속 진보진영들이 분열해 왔다. 예를 들면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세력이 약해졌다. 우리는 지금 단결해 신자유주의와 대결할 수 있는 세력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재계가 목표로 하는 2대 보수체제 대응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드는 게 하나의 큰 목표이다. '제3극'에서 '극'은 여러 가지 문제의 중심이 된다는 뜻이 강하다.

재작년 오사카에서 이 단체를 만들었다. 중의원 선거를 목표로 했는데, 긴키지역 전체를 망라했다고 할 수는 없다. 오사카와 효고를 중심으로 하고, 교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 과정이다. 다음에 참의원 선거가 있는데 누구를 후보로 결정할 지는 각 당의 중앙본부가 결정할 것이다.

긴키회의에는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는 분들로 구성됐다.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멤버도 있다.

□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나?

■ 그것에 대해 아직 의견들이 일치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개인적 생각인데 사민당과 신사회당이 하나가 되도록 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사민당과 신사회당이 하나가 된 후에 오키나와의 사회대중당까지 포함해서 정당을 만들고 투쟁하는 시민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것은 제1단계로 하고 싶은 거고, 2단계는 민주당을 구성을 구성하고 있는 의원들이 극과 극인데, 민주당이 변화해 나가는 상황에서 대응해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번 방문의 목적은 무엇인가? 성과가 있다면?

■ 한국진보연대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알고 싶었다. 우리 단체가 양적으로는 진보연대와 비견 할 수 없는 약한 단체지만 질적으로 같은 목표를 갖고 있으니까, 진보연대의 활동을 배우고 돌아가서 일본에서 살릴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한국진보연대의 탄생을 보면 너무 부럽다. 그것을 실제로 한국에 와서 보고 들으면서 같은 시대 속에서 진보진영이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일본을 볼 때, 한국이 크고 강하게 하는 운동하는 것을 보면서 일본은 약하다는 차이를 느꼈는데, 지금 한국의 진보세력들이 앞으로 목표로 하는 과제와 일본에 세력의 과제는 비슷하다고 느꼈다. 크기나 차이를 넘어서 의견을 교환하면서 연대를 강화 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시아 공생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자기 나라 정부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 소수파가 다수파가 될 수 있도록 어떻게 그런 상황을 만들지 공동의 테마를 찾을 수 있었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서로 의견 교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성과라고 생각한다.

□ 올해는 한.일 강제 병합 100년이 되는 해다. 양국의 관계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 일본이 먼저 역사적으로 침략했다는 것을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전후 보상, 위안부 문제 등이 있는데 정부가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제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시아 전체를 볼 때는 북.일국교를 실현하는 것이 첫 번째 문제다.

□ 방북 계획도 있나?

■ '싸우는 3극을 만드는 긴키회의' 간사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4월말부터 5월까지 7일 정도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나니와의 날개'라는 이름으로 오사카의 '북.일국교 정상화 요구 시민연대 오사카'를 중심으로 가는 방북단이다. 북.일 우호를 위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나니와'란 말은 오사카의 옛날 지명이다.

일본에서는 북.일 우호운동에 대해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한정된 상태다. 이것을 타개하고, 지금까지 같이 활동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광범위 조직하고 싶어서 그런 모임을 만들었다. 지금 정권이 바뀌면서 민주, 사민당 연립정권을 만든 상황에서 정당을 넘어서 새로운 북.일 우호운동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까지 만들어온 시민운동 토대로 하면서 더 넓은 우호 운동을 만들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

정세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북한 방문 해 우호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다. 이번에 진보연대를 만나면서 얻은 성과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방문할 생각이다.

□ 이번 토론회 주제가 '한.일 진보진영 공동정책토론회'이다. 한.일 진보진영이 연대해 나가기 위한 공통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한.일 진보진영의 공통의 목표로 할 수 있는 건 미국이나 다국적 기업 중심의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것, 전쟁을 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정당이나 의원 중심이 아니라 대중운동 단체를 포함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연대란 말도 있고, 통일전선 등 이름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폭넓은 운동의 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당 체제에서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대중운동으로 발전해서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한.일 진보진영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북핵문제'가 해빙무드를 타면서 올해 북.일관계 개선에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납치문제가 북.일관계에서 항상 걸림돌이 돼 왔는데. 북.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납치문제를 전면에 내세워서 북.일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는 것은 자민당 정권의 유물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북.일 정상화를 할 수 있는 뭔가가 있을 수 없다. 일본의 여론은 일단 핵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인정할 수가 없는 상태다. 그러나 핵 없는 세계, 핵 없는 동북아를 만들자는 여론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는 동북아에서 핵 자체가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 때라고 생각한다. 민주당 연립정권이 그것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표할 건지는 아직도 불투명한 상태다. 새로운 정권이 탄생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한 과제다.

□ 현 정권의 한.일, 미.일, 북.일관계 등 대외정책은 어떻게 전망하나?

■ 일단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연립정권이어서 민주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연립정권으로 결정을 내리는 기초가 된다. 민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했었는데, 선거 전 정책이 정권을 잡은 후에도 똑같이 하고 있지 않다. 그런 상태기 때문에 대중운동을 발전시키면서, 사민당이 나서서 우리 대중들이,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아시아인들이 요구하는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

하토야마 정권이 탄생했지만, 정권이 아시아의 공생을 위해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자민당과 똑같은 정책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토야마 정권이 옛날 자민당 정권처럼 미국 정책에 따라갈 지 아시아 공생을 위해 할지는 일단 기대를 하고 있지만, 그냥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한국의 진보진영들과 같이 협력하면서 우리가 목적으로 하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한국에 온 게 아니다. 진보적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 왔다.

한국의 노무현 정권을 보면 공과가 있다. 그 당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전쟁을 할 수 있는 상황을 한국과 일본을 동원해 만들면서 북한을 억압하는 정책을 폈는데, 그것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았다. 자민당은 부시 정권을 따라갔는데, 한국이 동의하지 않았기에 미국이 하려는 정책을 어렵게 만들었다. 저희들 입장에서는 구세주와 같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모자랐다고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런 어려움이 노무현 정권 때 있었는데, 그래도 민주노동당을 교훈으로 삼아 길을 잡고 있다.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진보연대도 만들어서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교류에서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 앞으로 일본에서도 같은 상황이 될 것 같기도 한데, 그것에 대한 논의는 아쉽게도 없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진보진영이 고생하면서 만들려고 했던 세계는 지금 일본에서 배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런 교훈을 배우면서 앞으로 일본사회를 개척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교류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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