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355일째인 9일, 고인들에 대한 장례식이 엄수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9일 저녁 용산참사 희생자 하관 행렬이 마석 모란공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애 아빠가 1년 만에 용산에 돌아왔다. 남편의 시신이 한 서린 용산에 왔다. 이제 시신을 관에 모셨다. 차가운 냉동고 속에서 얼마나 추웠을까. 하도 많이 울어서 더 이상 나올 눈물이 있을까 했는데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망루에 올랐다 불에 그을린 채 주검으로 내려온 고인들이 355일 만에 용산을 찾았다. 9일 오후 5시가 넘은 시각,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 진행된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 노제에서 故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는 연신 눈물을 쏟았다.

1년 가까이 검은색 상복을 입고 '한솥밥'을 먹은 故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도, 故 한대성 씨의 부인 신숙자 씨도 고개를 떨어뜨리고 눈물을 훔쳤다.

힘겹게 말을 이어가던 권 씨는 "비록 비참하게 돌아가셨지만,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아 너무 좋다"며 "지난 1년간 정부가 버린 저희를 따뜻이 껴안아 주신 여러분께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故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는 "저희는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여러분께 사랑을 받은 만큼 열심히 살겠다"며 "그리고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유가족들은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故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 씨도 "국민들께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뜻을 이어받지 않으면 서민들은 더 이상 살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그동안의 관심과 애정에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 추운 날씨 속에서도 3천여 명이 영결식에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영결식을 마치고 용산을 향해 행진을 시작할 무렵, 갑자기 내렸던 싸락눈이 제법 굵직한 눈송이로 변해 있었다. 일기예보와는 달라 체감기온은 상당히 떨어져 몸을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그러나 5천여 명의 장례행렬은 서울역에서부터 용산까지 유족들의 뒤를 따랐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 거리로 쏟아졌다. 고인들의 생전 모습이 그려진 대형 걸개그림과 색색의 만장도 줄을 맞춰 이동했다. 행진이 2개 차로로 제한된 탓에 행렬은 약 50여 미터가량 길게 늘어졌다.

노제는 애초 예정시간보다 2시간이 넘어서야 시작됐다. 경찰이 대형 걸개그림과 행렬 대오가 지나갈 수 있는 차로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행진이 곳곳에서 멈춰 섰다. "드라마 촬영한다면 광화문 광장을 통째로 내주는데, 장례식을 하는데 도로 사용이 안 되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또, 한강 이남에서 한강대교를 통해 용산으로 향하던 무대 차량이 경찰에 막히기도 했다.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 장례위원회'(용산 장례위)가 이에 항의하며 행렬을 멈춰서는 등 경찰의 방해로 크고 작은 마찰이 일었다.

▲ 영결식이 끝나고 운구행렬은 서울역에서 용산방향으로 행진을 했지만, 곳곳에서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대형걸개그림에 이어 색색의 만장들이 뒤를 따랐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 때문에 노제에서는 이날 처음으로 "살인정권 폭력정권, 이명박 정권 박살내자" "열사의 염원이다, 살인개발 막아내자" 등의 구호가 울리기도 했다. 다음 일정이었던 경기 마석 모란공원에서의 하관식도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에야 이뤄졌다.

앞서 낮 12시, 서울역 광장에서는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영결식이 엄수됐다. 정세균.강기갑.노회찬 등 야4당 대표들과 장례위원들이 자리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김상근 6.15남측위 상임대표, 문정현 신부, 명진 스님 등도 참석했다.

이강실 용산 장례위 상임장례위원장은 "이제 우리가 망루를 짓고 열사들을 지키기 위해 올라가자. 고인 대신 우리가 망루를 세워야 할 때"라며 "인권과 민주주의의 망루를 세우자"고 호소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시작이며, 더럽고 배경 없어도 이 세상 주인대접 받는 참된 민주주의를 만드는 시작"이라며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겠다. 이 정부가 반드시 사과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용산참사 희생자들은 저녁 8시 20분쯤,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하관식에 참석한 故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가 끝내 오열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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