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사이에 상시적인 대화를 위한 기구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올해는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상시적인 대화를 위한 기구’ 제안은 지난 2008년 4월 미국 방문 중에 불쑥 꺼낸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 제안을 의미합니다. 당시 남북상황은 이명박 정부 들어 막 경색국면으로 접어들 때였습니다. 이때 북한은 이 제안에 대해 “북남관계 악화의 책임을 회피하며 여론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얕은 수”로 폄하하면서 일언지하에 거부했습니다.

상황은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남측 당국은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를 제안하기에 앞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제까지 남북간 대화를 가로막고 있는 두 개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그 장애물은 다름 아닌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것, 그리고 대북정책인 ‘비핵 개방 3000’을 철회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해가 바뀌고 정세가 변한다고 해서 흐지부지될 게 아닙니다. 이에 대한 입장 표명 없이 연락사무소 설치를 거듭 제안한 것이 영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은, 북측이 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기초해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조국통일의 앞길을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며 밝힌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한 선의의 응답인 셈입니다. 정초부터 남북이 여느 때와는 달리 상호 시비를 걸거나 언쟁 없이 각각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고 또한 대화 기구 설치를 제의한 점이 다소 안도가 되긴 합니다. 이 대통령의 바람대로 올해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