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는 입국 거부와 관련한 내용들을 단체 활동하면서 듣지 못했는데, 작년 초부터 이런 얘기들이 일본 영사관에서 비일비재하다는 목소리들이 일본에서 들리고 있다."

▲ 배덕호 지구촌 동포연대(KIN) 대표. [자료사진-통일뉴스]
지구촌 동포연대(KIN) 배덕호 대표는 '조선적 재일동포 여행증명서 발급거부 취소' 판결에 대해 "이번 결정을 재일동포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며 반기면서도, 이같은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조선적(朝鮮籍)'은 1945년 해방 후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동포 가운데 대한민국이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적을 갖지 않고, 일본에 귀화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부여된 일본 외국인 등록제도상 편의상의 '적(籍)'이다.

배 대표는 4일 오후 <통일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조선적 재일동포에 대한 입국 거부 상황들에 대해 외교부에 들어가서 설명했고, 오사카 총영사관에 가서도 내용을 설명해서 이런 일들이 상당 부분 없었는데, 현 정부 들어 갑자기 일본 전역 영사관에서 국적 전환을 강요하며 여행증명서 발급을 안 해주는 일들이 벌어졌다"며 이전 정부와는 판이해진 상황을 소개했다.

이어 "정부 정책의 일관성 문제에서 봐도 그렇고, 일본에서 차별을 받고 살아가는 분들인데, 정부가 바뀌어서 정책을 갑자기 바꾼 부분은 너무나 노골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31일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피고(주일 오사카총영사관 총영사)가 2009.5.25. 원고(정00)에 대하여 한 여행증명서 발급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조선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재일동포의 입국을 막은 조처가 위법이라는 판결이다.

조선적 재일동포들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는 국가의 안전보장 및 질서 유지 등에 한한다. 해석에 따라 자의적 판단은 가능하지만,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법원 역시 "원고(영사관)가 여행증명서 발급을 거부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재량권은 있으나", "원고가 이미 이전에도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여러 차례 대한민국을 방문해서 학술활동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결정했다.

따라서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합리적인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 남용한 처분"이라는 게 법원의 최종 판단이다.

배덕호 대표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1만 2천여 건의 입국 신청과 관련해 불허된 것은 단 4건에 불과하고 사유는 신원특이자였다"며 "2008년 이후 불허 건수에 대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이전 정부에서 통계가 있는 것으로 봐서 내부에는 있다고 보이는데 발표하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봐서 공개를 안 하는 것 같다"고 짐작했다.

그는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정부에서 관행처럼 해왔던 조선적 재일동포들에 대한 영사관의 인신적 모욕이라든지, 국적 전환 강요가 없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법원의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전부터 영사관은 조선적 재일동포들이 입국하기 위해 여행증명서를 발급할 때 특별한 이유도 설명해주지도 않고, 단순히 '안 된다, 된다'를 구두로 통보해왔다"며 "조선적 동포들이 그런 대우를 받아왔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입국이 거부됐을 때는 문서로 정확하게 거부 사유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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