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8-10일에 방북한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통해 전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15일 ‘국무부와 백악관 관계자들’을 빌려 보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11일 본사 <통일뉴스>와 11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시간의 시차를 두고 각각 ‘정통한 정보소식통’과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을 빌려 이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사실 최고지도자들끼리의 친서 전달 유무는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친밀함의 과시나 정책 전달 차원을 넘어 정책 전환 의지까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즈워스는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 휴대와 관련해 “저 자신이 바로 메시지”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 답변은 질문을 부인한 것은 아니기에 친서를 휴대해 갔다는 쪽으로 무게가 쏠렸습니다. 어쨌든 친서 전달이 확인된 것은 아주 잘된 일입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보즈워스는 왜 숨겼을까요? 북미 둘만의 비밀이 있기 때문일까요? 역으로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는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이 있어서 일까요? 북미가 이번 첫 고위급회담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눈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통상 회담이 끝나면 공동보도문이 나오지 않는 한 양자의 주장이 어긋나기 마련입니다. 특히 지난 과정에서 볼 때 북미간에는 회담이 끝나면 서로 상대편을 폄하하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회담과 관련한 양측의 발표는 그 내용이 입을 맞춘 듯 대동소이했기 때문입니다.

궁금한 건 그 친서의 내용만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번 친서 전달 문제는 북미회담에서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양측은 뭔가 많은 대화와 합의를 하고서도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의 사정과 급격한 정책 전환이 갖는 파급력 등을 고려해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회담 후 양측이 상호 호의적이면서도 절제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게 그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향후 북미회담에서 하나하나 드러나겠지요. 인내심 있게 기다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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