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안 (재일동포 2세, 일본 요코하마 거주)

 

다음은 지난 4일 일본 우익인 ‘재일외국인의 특권을 반대하는 시민의 회’ 회원들이 일본 교토에 있는 재일동포 민족학교인 교토조선제1초급학교에 몰려와 난동을 부린 것과 관련 한 재일동포가 본사에 보내온 기고문이다. 이날 일본 우익들의 난동으로 학생 아이들은 공포에 떨었으며 수업과 학교행사는 중단됐다. /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저는 일본 요코하마에 사는 배안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나서 자란 2세이며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조선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저희 아이들 역시 초등학교로부터 고등학교까지 조선학교에서 배우게 하였습니다.

일본이란 민족배타주의가 판을 치는 환경 속에서 우리 재일동포들은 민족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자긍심을 안고 우리 민족의 미래와 통일 조국을 실현하기 위하여 살아 왔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자존심을 안고 살아가게 하기 위하여 우리 재일동포들은 그들에게 민족의 얼을 심어주고 우리의 민족문화를 계승하게 하기 위하여 조선학교를 짓고 민족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수많은 동포들의 노력과 애씀에 의하여 천금보다 귀한 인재가 이 일본땅에서 나아 키워졌고 이들은 우리 동포사회뿐만 아니라 지금현재 남북 조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많은 곳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는 재일동포뿐만 아니라 일본의 많은 벗들이 우리를 도와주었고 남북의 많은 분들의 아낌없는 도움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4일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 일본 교토의 조선학교에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배타주의자들의 집단 ‘재일외국인들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은 회’ 회원들이 조선학교 앞에 몰려와 학교와 우리의 보물 같은 아이들을 향하여 입에 담지도 못한 욕을 내뱉고 퍼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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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 인간으로서, 일본에 사는 동포이자 일본의 주민으로서 그들을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민족적 배타주의 성격을 띤 테러 외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일본의 배타주의자들은 조선학교에 와서 우리를 모욕했지만 이 모욕적인 말들은 단순히 이 학교에 대해서만 향해진 것은 아닙니다. 우리 민족을 모욕하고 우리 민족을 말살하려고 던져진 것 외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본의 많은 우리의 벗들을 모욕하고 따뜻한 정으로 이어진 교류와 우정에 찬물을 끼얹는 이런 자들을 일본 미디어는 취급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정부는 입을 담은 채 아무 대책을 취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온 세계 우리 동포들, 아래에 소개하는 글을 우리말과 영어로 번역하였습니다. 많은 우리 동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일본정부와 일본의 미디어에 압력을 가하는 데 협력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오늘도 공포에 떨리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에게 격려의 말을 보내주십시오.
하나의 조국, 하나의 민족으로 더 당당히 살아갈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하여 저희들은 앞으로도 온갖 노력을 아낌없이 해나갈 것입니다.

참고로, 아이들과 학교에 보내는 격려문은 아래 팩스와 이메일로 보내시기 바랍니다. 

조선학교를 지지하는 회 게이지
81-75-752-1055 (FAX)
mhsuemoto@mrg.biglobe.ne.jp(e-mail)


아울러, 다음은 이번에 피해를 본 조선학교(민족학교)에 두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한 보호자의 글입니다. 이 글을 통해 12.4사태의 진상과 과정을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저는 교토조선제1초급학교에 두 아이를 보내는 보호자 김이라고 합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지난 12월 4일 그 단체 이름을 내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레이시스트(인종차별) 집단이 교토제1조선초급학교 앞에서 난동을 피우며 떠들어 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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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까지 분한 적은 없었습니다.

학교 앞에서 아이들에게 들리도록 “간첩의 아이들!”, “조선학교를 일본에서 쫓아내라!”며, 들고 온 확성기를 쓰면서 인간으로서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오만가지 폭언을 퍼부으면서 떠들어 댔습니다.

아이들은 소란에 놀라 떨었으며 못내 무서워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 속에 몇 명은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였다합니다.
제가 이 단체에 대해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안게 되었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는 일본 사회가 품고 있는 배타적인 성질 때문입니다.

또한 이 일본 사회의 규율과 양식이 무너지고 있다는데 대해서 입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똥을 피해 다니는 것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럽기 때문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의 경찰은 피해 받는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는커녕 이들을 피하며 다닌 것입니다.

그날 호출되어 달려온 경찰관은 아이들이 무서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찰관)는 중간에 서 있는 입장”이라면서 그들을 저지 시키지도 않았습니다. 교문 정면을 향하여
확성기로 소란을 피우며 온갖 욕설을 지져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중단시키려고도 안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언론의 자유란 말입니까? 법과 경찰은 아이들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도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학교가 운동장 대신으로 쓰는 놀이공원은 지역 주민들도 함께 쓰는 곳입니다. (학교에 운동장이 없어서 관공청의 허가를 받고 이 놀이공원을 운동장 대신이용하고 있음.)
시민들도 자유롭게 쓰는 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인들이 공원을 ‘불법점거’한다고 욕을 퍼부었고 지역주민들도 함께 쓰는 축구 골문을 철거시키거나 공원을 이용하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하여 설치된 스피커선을 절단시키고 조례대를 교문 앞에 내 던지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런 행위를 기물 파손이 아이고 뭐라 하면 되나요?
강제집행은 일반시민이 실시할 수 있는 행위란 말입니까?

아이들이 겁내며 울고 있는데 협박죄가 아니란 말입니까?
그 자리에 있는 개인과 단체들을 비방 중상 하는 것이 모욕죄가 아니란 말입니까?
사건을 알고 학교에 뛰어간 우리 학부모, 동포들이 목이 쉬어지도록 경찰에 호소했으나 끝내 귀를 기울이지도 아니 하였습니다.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 때 그런 것도 모르고 저는 어떤 대학에 초청되어 ‘인권과 아이들의 배우는 권리’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이 벌어진 뒤 ‘인권과 아이들의 배우는 권리’란 말이 얼마나 허망하게 느껴졌는지 모릅니다.

저는 이 문제를 일부 레이시스트집단이 저질은 단순한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이런 일들을 허용하는 일본사회의 ‘양식’에 대하여 의문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이런 일을 하는 사람, 단체는 일본인들 속의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일본인들은 나쁜 사람들만이 아닙니다. 믿어주세요”라고 하고 싶은 분들도 많을 것이겠지요.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일본사람들도 피해자 일수도 있지만 이번 일은 정도를 넘어섰고 이 문제의 본질은 그런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이 일은 일본사회에 존재하는 사람마다가 안고 있는 차별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일어나게 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일본사회의 양식’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재일동포들은 이제까지 정말로 아쉽고 답답한 일들을 많이 당하면서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조선인들은 이런 일을 당하면서도 학교 문전에서 이를 갈고 피눈물 마시며 참고 또 참아야 한단 말입니까?

아이들에게 지켜줄 수 없어서 미안하다는 심정이 마음에 꽉 찼고 분노와 아쉬움 때문에 그 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곁을 떠나가신 조부모님들을 비롯한 1세분들 하늘 아래를 내려다보시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요?
증손들의 시대가 되어도 아직도 이런 일을 당하는데 대하여 한탄하며 분격하고 계시겠죠.

긴 글을 보시느라 감사 합니다.
이제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분들께서 부디 이 일본 사회가 양식있는 모습으로 다시 살아나도록 생각 해주시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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