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한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에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및 김계관 부상과 첫 북미간 고위급회담을 마치고 귀환했다. 이와 관련 10일과 11일 사이에 북한과 미국 양측에서 방북결과와 관련한 공식 입장이 나왔다. 그런데 이상한 건 북미간 아무런 합의가 없다는 점이다. 더 이상한 건 아무런 합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이나 제3자 어느 누구도 이번 북미회담의 가치를 폄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미국측의 경우,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10일 평양을 떠나면서 순안공항에서 “매우 유용한 회동이었다”고 이번 방북을 평가한 바 있다. 서울에 와서도 그는 이번 북미회담의 목적이 “6자회담 재개와 2005년 9월 공동성명의 완전한 이행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우리(북미)는 6자회담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서, 또한 2005년 9월 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통의 이해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요한 것은 이번 만남이 협상이 아닌 탐색적인 대화였다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예비회동으로서는 상당히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며,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도 “좋은 출발점이라고 성격을 규정한다”고 말했다. ‘유익한 회담’, ‘좋은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북측의 입장도 미국측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측은 11일 외무성 대변인 대답을 통해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과 9.19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과 관련하여서도 일련의 공동인식이 이룩되었다”고 평했다. 북측은 “쌍방은 평화협정체결과 관계정상화, 경제 및 에너지협조, 조선반도비핵화 등 광범위한 문제들을 장시간에 걸쳐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였다”면서 “실무적이고 솔직한 논의를 통하여 쌍방은 호상이해를 깊이하였으며 서로의 견해상 차이를 좁히고 공통점들도 적지 않게 찾게 되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미쌍방은 남아있는 차이점들을 마저 좁히기 위하여 앞으로 계속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북측의 기류를 전해 온 재일 <조선신보>도 11일자에서 “좋은 출발을 뗐다”고 평했다.

이렇게 보면 양측의 입장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과 ‘9.19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공통의 이해와 인식’을 했다는 북미의 비슷한 멘트에서는 양측이 입을 맞췄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아울러 양측이 이번 회담을 놓고 ‘좋은 출발점’으로 규정한 점도 눈에 띈다. 한 회담을 두고 양자가 같은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깊은 얘기를 나눴다는 증거다. 따라서 언론들이 회담에 앞서 내놓았던 관전평들인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문제, 6자회담 복귀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냐의 선후문제, 그리고 북미간 추가 회담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딱히 명확한 내용이 없더라도 이번 회담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 이번 회담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협상이 아니기에 합의할 수는 없었지만 대화이기에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북측은 북미간에 차이점이 남아 있지만 이 차이점마저 서로 협력해서 좁히겠다고 밝혔다. 이제 북미는 ‘좋은 출발’을 한만큼 남아있는 차이점들을 마저 좁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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