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세계 그 어디에 관광객들이 관광료를 물건짝으로 지불하면서 관광하는 데가 있는가.”

아직 재개되지 않았지만 남측 당국이 그간 금강산 관광 지불방식을 문제 삼아 현금 대신 현물로 지불하자는 견해를 밝힌 것에 대해 북측이 이렇게 볼멘소리를 냈습니다. 사실 남측 정부는 지난해 7월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진상규명’, ‘재발방지’, ‘신변안전’ 등 3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북측은 이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가장 중요한 ‘신변안전’ 문제와 관련 지난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의 면담에서 ‘특별조치’로서 밝힌 바 있습니다. 이제 이들 전제조건들의 약효가 떨어지자 남측 정부가 ‘현물 관광요금’이라는 기상천외한 방식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남측 당국은 이외에도 ‘공식제의’ 문제에 대해 어깃장을 놓았습니다. 지난 18일 금강산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11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의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부위원장이 현정은 회장에게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자간 회담을 제의한 것에 대해 남측 정부가 이를 공식회담 제의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자 아태는 25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 당국의 속심은 금강산 관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까지 비난했습니다.

사실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남북합의문건에는 북측 아태와 남측 현대의 서명만 있을 뿐 남측 당국의 이름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제까지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문제들은 현대-아태 사이에서 처리되어 왔습니다. 남북 당국은 그 일들에 대해 도우미 역할을 해온 것입니다. 그러기에 아태가 “(남측이) 오늘에 와서 민간업자와 한 합의이기 때문에 관광재개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생트집”이라고 꼬집은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남북관계가 잔뜩 경색되어 있는 판에 원칙만을 앞세우고 까다로운 조건만 내세우는 남측 당국의 대응이 초라해 보입니다. 다음 달 초 북미간 대화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남측도 북측과의 관계복원의 문을 열 채비를 갖춰야 합니다. 그중 가장 무난하고 부담 없는 게 금강산 관광 재개가 아닌가 합니다. 민족의 명산 금강산을 관광하는 일은 아주 쾌적하고 기분 좋은 일입니다. 관광 불통 1년 5개월이라는 냉각기도 거쳤습니다. 이제 쾌적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측 당국의 결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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