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수로 유명한 박종화(46) 시인의 서예산문 '나의 삶은 커라'를 연재한다. 전남 함평의 한 산골마을에서 올라오는 박 시인의 산문과 서예작품은 매주 토요일 게재된다. / 편집자주

이 언덕길을

찬 겨울이 오면 농민들은 아스팔트위에 농사를 짓습니다. 도청이나 군청 앞에서 나락을 노상에 적재해 놓고 농산물 값 보장을 목이 터지라고 외치는 농촌의 현실을 그렇게 표현하는 거지요. 오늘은 전국의 농민들이 서울 여의도로 모였습니다. 여의도 국회 앞 겨울의 맵짠 바람은 올해도 여전하기만 합니다. 벼랑 끝까지 내 몰린 화난 농심 속으로 함평의 농민들과 함께 나도 젖어 들어갑니다.

농민이 농사를 못 지으면 뭐하고 살지요?
미래가 없는 농민들이 스스로 농사짓는 일을 포기해야 하나요?
그러면 누가 농사를 짓나요?
우리 농산물이 없으면 외국산을 아무 것이나 사먹기만 하면 되나요? 결국 농사가 없는 나라가 되는 것인가요?
아니면 모든 농민들이 해체되고 대기업이 농사짓는 나라가 되는 것인가요?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말이라도 해줄 수는 없는가요?
아무런 대안도 없는 이 땅이 정녕 우리나라이고 우리는 이 나라의 주인인 것이 맞긴 맞는가요?

답답한 마음으로 쳐다보는 눈망울에 농민들이 입고 있는 옷들이 서럽게 박혀 옵니다. 붉은 쌀 포대를 잘라내서 거꾸로 뒤집어 쓴 모습이 화난 농심을 시리도록 표현하고 있네요. 가파른 언덕길을 사력을 다해 넘어와서 보니 다시 벼랑 끝에 서 있는 자신들의 모습입니다. 오늘 여기서 만큼은 최고의 패션입니다. 그 어떤 유명 디자이너가 만들어 낸 유행복이라 해도 이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박종화 作 '이 언덕길을'(800*550) "피할 수도 멈출 수도 없다면"


인생의 길에 피해가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때론 피할 수도 멈출 수도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깨지더라도 온 몸으로 부딪쳐 나아감을 즐기는 수밖에 없지요
다른 방법이 있다면 배우고 싶습니다

작품설명 : 전체적으로 언덕길을 표현하듯이 쓰고 [길]을 강조한 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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