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하는 18일,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반전평화연대(준),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등 65개 단체로 구성된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미대사관 인근 KT(한국통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정상회담은 전쟁협력이 아닌 한반도 평화를 앞당기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국민과의 합의를 거쳐 철군한 나라에 재파병하는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명박 정부는 아프간 재파병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쟁을 끝내겠다는 첫마디로 취임선언을 시작한 오바마 대통령은 도리어 아프간에 대한 전쟁을 파키스탄으로까지 확장하고 아프가니스탄에 수만 명의 병력을 증파하는 방안을 모색해오고 있다"며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증파계획을 철회하고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길 진보신당 부대표는 "아프간 재파병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맞춰 파병규모를 결정하는 사대 조공외교다"고 비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19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동북아 평화체제 수립에 기여하는 건설적인 회담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일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은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인하기 위한 전제는 대북적대정책 폐기와 북미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협정 체결이다"고 말했다.
앞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은 지난 기간 자신들이 펼친 대북적대정책이 한반도 평화와 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었다는 점을 반성하고 대북 전쟁책동과 대북 제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말하고 있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북미 양자대화를 통해 북미평화협정체결과 핵 군축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는 저녁에도 촛불문화제와 기자회견을 연이어 개최한다.
아프간재파병반대연석회의는 저녁 7시 30분 서울 명동 아바타몰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점령 중단과 한국군 재파병에 반대하는 반전평화 촛불 문화제'를 개최한다.
같은 시각 경기진보연대, 민주노총경기본부, 평택연대 등은 오바마 대통령이 입국하는 오산공군기지(K-55) 앞에서 아프간 재파병에 반대하는 등의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연다.
◇ 기자회견서 2명 연행 = 아프간재파병반대연석회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대다수 참가자들이 해산한 상태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는 이유로 대학생문화연대 소속 회원 2명을 연행해 마찰이 일었다.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자 '미신고 불법집회'로 규정하며 해산을 종용했다. 별다른 마찰 없이 오전 11시 40분께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가자들이 해산했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언론과 인터뷰 등으로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경찰병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대학생 문화연대 소속 대학생 2명이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의 지시로 연행돼 종로경찰서로 이송됐다. 연행자들이 호송버스로 압송되며 '아프간 재파병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자 경찰이 주먹으로 복부를 가격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같은 단체 회원은 "처음에는 사진기자들의 요청으로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사진촬영 후 가려다가 외신방송과 인터뷰하는 사람 뒤에 서서 (인터뷰 배경으로) 우리의 의사를 전달하려고 다시 피켓을 들고 서자 곧바로 연행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미 다 해산한 상태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 "오바마가 온다고 너무 심하게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하자, 경비과장은 "이미 다 해산했는데 피켓팅을 했다"고 연행이유를 댔다.
연석회의 쪽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와 논의해 체포적부심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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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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