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범국민추모대회에서 조희주 용산범대위 공동대표가 '용산참사 300일 대국민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해를 넘길 수는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 불의한 권력의 사슬을 끊는 것은 오로지 여러분의 힘에 달려 있습니다."

조희주 용산범대위 공동대표는 14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범국민추모대회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조 공동대표는 '용산참사 300일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고인들의 원혼이 서린 참사 현장에서 300일을 맞는 유가족들이 고통을 헤아려 주시라. 추운 겨울을 또다시 길거리에서 맞아야 할 철거민들과 연대해 달라"며 "올해 안에 반드시 장례를 치러, 이 시대의 비극을 하루빨리 끝낼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힘을 모아주시라"고 부탁했다.

추석 전에 장례를 치르게 해 달라는 유가족들의 바람이 정운찬 신임 국무총리의 용산 방문으로 실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만 거듭 확인한 채 오는 15일로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300일을 맞았다.

사회를 맡은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의 "100일 추모대회에도 사회를, 200일 추모대회에서 사회를 보면서 부디 300일 추모제는 사회를 보기 싫었는데, 이렇게 300일까지 왔다"는 말 속에서 착잡함이 묻어났다.

"총리실, 서울시와 협상하는데 뒤에서 협조하겠다는 식의 입장"
"철거민 재판 이후 정부 사과 어렵지 않겠냐는 태도에 기대감 사라져"


▲용산참사가 일어난지 300일이 다되어 가지만 유가족들은 장례도 못치루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300일을 맞이면서 유가족들과 용산범대위는 정부에 대해 한때는 기대하기도 했지만, 결국 정부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진 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기소된 용산 철거민들에 대한 중형 선고로 악재가 겹친 부분도 컸다.

김태연 용산범대위 상황실장은 "지난 총리실 관계자 면담 이후에도 총리실에서 연락조차 오지 않고 있다"며 "총리실 관계자가 용산 현장에 한 번 찾아오기는 했지만, '서울시와 협상하는데 뒤에서 협조하겠다'는 식의 입장만 표현했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용산범대위 한 관계자는 "특히 '재판 이후 유죄라는 것이 밝혀진 상황에서 정부의 사과는 더 힘든 것 아니냐'는 총리실 관계자의 태도를 보고, 정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었는데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유가족 "이명박 정권 끝날 때까지 차분히 대처하겠다"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어느 때보다도 커진 상황 속에서도 유가족들은 의외로 담담했다.

故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는 유가족들을 대표해 무대에 올라 "10개월이 지나는 동안 유가족들은 투사가 됐다. 저희 유가족들이 돈을 바랬나. 진상 규명만을 외치며 10개월을 버텨왔다"며 "한 때는 힘이 들어서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차분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 급하게 가서 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면서 "급히 갈 것이 아니라, 차분히 대처해서 이 나라, 이 정권이 얼마나 나쁜지 유가족들이 보여주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권 씨는 "국무총리가 유가족들이 마음에 문을 닫고 있다고 했지만, 마음의 문을 닫은 적이 없다. 유가족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앞으로 3년 동안 이명박 정권이 끝날 때까지 차분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희철 "서울시에 4자 협상 제안..다음주 목요일이면 확인할 수 있을 것"
이정희 "겨울 가기 전에 해결.. 형사소송법 개정 통과에도 최선"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야4당 공동위원회' 의원들도 함께 자리해 용산참사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런 유가족들에게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야4당 공동위원회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국회의원으로서 300일이 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고 말을 뗀 김희철 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와 유족대표, 종교대표자, 야당 의원이 4자 협상을 하자는 뜻을 서울시에 제안했다"며 "다음 주 수요일까지 답변을 요구했으니, 아마 목요일 아침이면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300일이 넘는 시간 속에서도 한 건의 성의를 보이지 않는 정부에 대해서 맹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기국회에서 용산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며 "이 국회 안에서 겨울이 가기 전에 해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실이다. 누가 잘못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그리고 그것에 기초해서 살 길을 마련할 것이다. 정부로부터 사과를 받아낼 것이다. 그것이 첫 번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검찰이 수사기록을 내놓지 않을 경우, 법원이 공소 자체를 즉각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라며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악법.4대강죽이기 저지' 단체들도 연대.. 12월 공동행동 논의 중

▲ '미디어악법 무효'와 '4대강죽이기 저지’ 단체들도 이날 추모대회에 합류해 연대의 의사를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최근 용산범대위가 연대를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악법 무효'와 '4대강죽이기 저지’ 단체들도 이날 추모대회에 합류해 힘을 실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온갖 학정 속에서도 2년이면 많이 봐 준 거 아니냐"며 "용산참사를 지키는 것이 언론을 지키는 것이고, 4대강 삽질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노동자와 농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국장은 "이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다양한 방식으로 올 11월이 넘기기 전에 장례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례를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정부와 싸우는 것은 별개다. 별개로 분리해서 싸워야 하고, 장례를 치르고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산범대위와의 연대와 관련해 최 사무국장은 "용산의 모습과 미디어악법, 4대강 죽이기의 모습이 본질적으로 같다. 한꺼번에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며 "일상적인 연대보다는 특정시기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연대가 될 것이다. 다음 주 토요일 정도에 연대를 위한 집회 또는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12월 정기국회에서 함께 하는 공동행동을 논의 중에 있다"며 "이 기간에 집중적인 연대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강추위에 치러진 이날 대회에는 김희철.이정희 의원, 박김영희 진보신당 부대표,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조희주 공동대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권한대행, 불교인권위원회 명진 스님, 예수살기 최헌국 목사 등 각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고, 살풀이 및 노래 공연 등이 펼쳐졌다.

용산범대위는 대회가 끝나고 500여 명의 시민이 청와대 남단 반경 1km 일대 주위의 거점, 광화문광장.정부종합청사.종로.명동 등지에서 오후 5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 "용산참사 해결하라"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