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서해 해상에서 결국 너울파도가 일어났습니다. 남한과 북한 해군 함정이 10일 서해 대청도 인근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교전을 벌인 것입니다. 이번 서해교전은 1999년과 2002년에 이은 세 번째 사건입니다. 이번 교전 과정에서 남측의 인원피해는 없으나 북측의 인명피해 등 자세한 피해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7년 만에 다시 벌어진 남북 해군의 ‘3차 서해교전’은 이렇게 2분 만에 끝났습니다. 그나나 다행스러운 건 서로 총질은 했지만 전황(戰況)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교전에서의 선공(先攻)과 그 이유를 두고 남북의 견해차가 큽니다. 남측 합참은 “북한 경비정이 먼저 NLL을 침범하고 이에 대해 경고하는 과정에서 우리측 경비정을 먼저 직접 조준 사격함으로 빚어진 유감스러운 사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북측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보도를 통해 “남조선군이 조선서해 우리측 수역에서 엄중한 무장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측은 ‘정상적인 경계근무를 수행’하고 “귀대하고 있을 때 남조선군함선집단이 우리 해군경비정을 뒤따르며 발포”했다는 것입니다.

NLL지역은 한반도의 화약고로 불려 왔습니다. 한때 남북관계가 ‘전쟁접경’으로까지 왔을 때 첫째가는 취약 고리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여러 정황에서 판단하건대 이번 교전은 북측 경비정이 NLL 부근에서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남측이 대응해 일어난 사건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NLL 월선과 이에 대한 성급한 강경대응이 언제든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래서 10.4선언 이행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10.4선언 내용에는 ‘서해특별평화지대’를 만들자는 합의사항이 있습니다.

이번 서해교전이 발생한 시점이 공교롭습니다. 북측의 대남 유화공세로 남북이 몇 차례 만나면서 관계개선을 저울질하던 중에 일어났습니다. 아울러 곧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보다 중요하게는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교전이 이들 일련의 과정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번 교전을 두고 무용담을 논하거나 ‘어느 쪽이 승전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삼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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