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은행연합회관에서 '겨레말큰사전 보고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의 1차적 사업시기를 마쳤습니다. 사실상 절반에 해당하는 시기입니다."

10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겨레말큰사전』 보고회'에서 고은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겨레말편찬회) 이사장은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05년 남북의 언어적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과 북의 언어학자들이『겨레말큰사전』을 펴내고자 머리를 맞댄 지 다섯 해가 지난 지금, 편찬 작업이 마침내 '반환점'을 돌았다.

급변하는 남북관계의 부침 속에서도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분기마다 한 차례씩 정례 남북공동 편찬회의를 열고 작업을 진행해 온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전에 해 왔던 남북교류 및 협력 사업들이 무산되거나 제한되는 상황 속에서도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만큼은 활발하게 진행됐다. 겨레말편찬회는 최근(10.27-11.3)에도 개성에서 제19차 공동편찬회의 및 제3차 공동집필회의를 가졌다.

▲고은 겨레말편찬회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이 때문에 단순 지원을 넘어서 남북 민간이 하나의 의제를 가지고 5년여의 기간 꾸준하게 만나면서 성과를 내온, 거의 유일한 사례라는 평가다. 국회에서도 2007년 4월, 240명이 넘는 여야의원들의 찬성에 힘입어 사업회 법을 제정한 바 있다.

『겨레말큰사전』 남측 편찬위원회 상임위원장인 고은 이사장은 '겨레의 꿈을 가득 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대회사에서 "이제 이 사전 집필 작업을 막 펼쳐가는 시기에 민족사적 차원의 성찰과 함께 고귀한 전문식견을 경청함으로써 이 사전의 성능에 더해질 귀중한 기여를 기대한다"며 이날 보고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몇 해 안으로 나올 이 사전은 이 사전에 앞서 나온 대한민국 국어사전들의 강점과 지적되고 있는 점도 누누이 참조할 것은 물론 북의 사전이 가진 장점이나 한계 또는 오류 등도 이 사전으로 하여금 잘 소화됨으로써 새로운 편찬방향을 찾아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특히 공동편찬에서 가장 애매한 사항이기도 한 두음법칙 문제의 본질을 잘 수호할 것도 다짐한다"고 말했다.

19차례 남북공동편찬회의 마쳐.. 현재 50% 작업 완료

오는 2013년 발간을 목표로 하는 『겨레말큰사전』은 2005년 7월 제2차 남북공동편찬위원회 회의(공동회의)에서 합의한 '공동편찬요강'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수집한 어휘 자료 가운데서 남과 북이 공통으로 쓰는 것은 우선 올리고 차이 나는 것은 남과 북이 있는 힘껏 합의하여 단일화한 약 30만 개의 올림말을 가진 대사전"이다.

기존의 남과 북의 사전, 표준국어대사전과 조선말대사전에 있는 올림말 가운데서 올릴 어휘를 합의 확정하고, 이외에도 방언, 민속 어휘, 동식물 이명, 직업 어휘, 문학작품에서 뽑은 말, 새말 등 광범위한 분야의 문헌 자료와 생산 현장에서 어휘 조사 사업을 진행해 민족 고유의 어휘 표현을 싣도록 했다.

2007년 12월 금강산에서 개최한 제12차 공동회의에서 30만 개의 1차 올림말 선별 작업을 마치고, 작년과 올해에 거쳐 2차 올림말 선별 작업을 완료했다.

제17차(2009.3)부터 공동회의를 이틀로 줄이고, 연이어 6~7일 동안 원고 검토를 위한 집필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 19차 회의까지 총 3만여 어휘에 대한 집필을 완성한 상태다.

한용운 편찬실장은 "제19차 회의를 통해 현재까지 3만여 개의 원고를 확정했다"며 "전체 작업의 50% 정도 해당하는 결과"라고 밝혔다.

올림말 80% 작업 진척도.. 새어휘 발굴도 70% 진행

▲ 겨레말큰사전은 남과 북이 있는 힘껏 합의하여 단일화한 약 30만 개의 올림말을 가진 대사전이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는 남북의 편찬위원회를 기본으로 각각의 편찬실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단일어문규범을 작성하기 위해 남측에서는 '단일어문규범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했고, 북측에서는 편찬위원이 단일어문규범위원을 겸하고 있다.

남측 편찬위원회는 고은 상임위원장을 비롯해 조재수 편찬위원장(한글학회 수석편찬원), 정도상 상임이사(소설가) 등이 속해 있고, 단일어문규범위원장은 최호철 고려대 국문과 교수가 맡았다.

현재 남북공동회의는 크게 '올림말분과', '새어휘분과', '정보화분과', '집필분과', '단일어문분과' 등 5개 분과로 역할을 나눠 편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우선 작업인 '올림말' 업무 진척도는 80%가 넘었다. 또한, 10만여 개의 새어휘를 발굴하는 작업도 70% 가량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말 작업, 1차 선별 작업 완료

올림말 작업의 경우, 1차적 검토는 끝난 상태다. 이후 집필과정에서 나오는 문제항목들을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부분이 남았다. 최종적으로 20만여 어휘를 선정한다.

남북 '올림말분과'는 2006년 3월부터 2009년 10월 현재까지 모두 두 차례의 올림말 선별 작업을 진행하여 28만여 개의 올림말 후보 목록을 확보해 놓고 있다고 겨레말사업회는 밝혔다.

특히 올림말 선정 작업에서 남과 북이 상시로 만날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표준국어대사전』(50만여 어휘)과 『조선말대사전』(30만여 어휘)을 하나의 파일로 통합하는 전산자료를 구축해 선별 작업 및 관리 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와 함께 남과 북이 동일한 자료를 공유함으로써 작업 도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했다.

겨레말편찬회는 "올림말 선별과정에서 남북 간 격차가 적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이런 격차가 발생한 것은 학술, 전문용어와 그 순화어/다듬은 말을 남북이 차이 나게 선별한 데 원인이 있으므로 집필 과정에서 그 수를 대폭 제한하여 선별 결과의 격차를 최대한 줄여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보고했다.

이 분과에서 편찬 작업에 참여하는 조남호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은 "최종적으로 몇 개의 단어가 사전에 올라갈 것이냐는 사전 편찬 경험에 비추어 최종까지 확정 지을 수 없다"며 "대략 30만 개(새어휘 포함)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말 1차 선정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집필 작업이 시작됐다. 시범집필을 거쳐 제17차 회의(2008.12)부터는 본 집필 과정에 있다.

본 집필 시작, 오는 2012년까지.. 현재 3만여 개 원고 확정

본 집필은 오는 2012년까지 계속된다. 각 분기별로 남북이 각각 1만 6천 개, 연별로 6만 4천 개의 기존 올림말 집필 및 교차 검토를 통해 4년간 총 25만 6천여 개의 기존 올림말 집필을 완료한다.

현재 3차례 집필회의를 거쳐 남과 북이 약 3만 개 정도의 원고를 확정했으며, 본 집필을 진행하면서 발견되는 문제점이나 추가 사항을 모아서 공동회의가 열릴 때마다 협의하여 수정.보완하기로 했다.

10만 개 남북 새어휘 선보인다

▲ 이날 보고회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박진 한나라당 의원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새어휘분과'는 새어휘 조사 및 집필, 올림말 선정, 자료 관리 등의 업무를 일괄적으로 진행한다. 업무의 연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게 분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새어휘 조사는 2006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진행 중이며, 2010년에 1차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조사 분야는 문헌어, 지역어, 현장어 등이다. 남측에서 5만여 개의 새어휘를, 북측에서 3만여 개의 새어휘를 조사, 집필하기로 합의했다.

겨레말편찬회는 "새어휘 조사 사업은 약 10만여 개의 어휘를 새롭게 발굴하여 『겨레말큰사전』에 올림으로써 사라질 뻔한 겨레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우리 겨레의 언어문화 유산을 수집.정리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남측은 2008년까지 약 4만여 개의 새어휘를 조사했고, 올해와 내년까지 1만 2천여 개의 어휘를 조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새어휘 집필은 올해 1월부터 시작했다. 남측에서 조사한 새어휘는 남측에서, 북측에서 조사한 새어휘는 북측에서 집필하고 있으며, 집필한 원고는 상호 교환하여 검토하기로 했다. 2009년 9월까지 3~4차례 집필 작업을 마쳤으며, 집필 원고 검토를 통해 2천 개의 원고를 확정한 것으로 보고됐다.

자모 배열에 남북 합의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ㄲ,ㄸ,ㅃ,ㅆ,ㅉ" 순

"남북의 현행 어문규범을 토대로 하여 작성하는 통일 지향적인 단일 언어규범"을 작성하는 작업은 남북 간의 의견을 좁히며 진행되고 있다.

제4차 공동회의 이후 지금까지 남북 단일어문규범작성위원회는 자모의 배열순서와 이름, 수, 띄어쓰기, 문법용어, 문장 부호, 형태 표기, 외래어 표기 등에 대한 의견의 접근을 보았고, 일반 의존명사와 띄어쓰기, 두음법칙, 사이시옷, 그 밖에 사전 집필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연구, 논의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우선, 자모의 배열 순서에 합의를 봤다. 초성의 경우, 남과 북의 차이는 'ㅇ'과 'ㄲ,ㄸ,ㅃ,ㅆ,ㅉ'에 있는데, 'ㅇ'을 남측에서는 'ㅅ'과 'ㅈ'사이에 두는데 북측에서는 자음 글자의 맨 뒤에 둔다. 또한 'ㄲ,ㄸ,ㅃ,ㅆ,ㅉ'을 남측에서는 홑글자의 결합으로 보아 해당 홑글자의 바로 뒤에 분산하는 데 비해, 북측에서는 하나의 단위로 보고 'ㅎ' 뒤에 둔다.

이에 대해 남북은 서로 한 발씩 양보해 'ㅇ'은 'ㅅ'과 'ᄌ' 사이에, 'ㄲ,ㄸ,ㅃ,ㅆ,ㅉ'은 이 순서로 'ㅎ' 뒤에 두기로 의견을 모았다. 즉, 초성은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ㄲ,ㄸ,ㅃ,ㅆ,ㅉ' 순이다.

중성과 종성의 배열에서도 남북이 의견 일치를 보고 순서를 결정했다.

자모의 이름도 남측은 'ㄱ,ㄷ,ㅅ'을 '기역, 디귿, 시옷'으로 부르는데 북측에서는 '기윽, 디읃, 시읏'으로 부른다. 'ㄲ,ㄸ,ㅆ'을 남측에서는 '쌍기역, 쌍디귿, 쌍시옷'으로 부르는데 북측에서는 '된기윽, 된디읃, 된시읏'으로 부른다. 이에 대해서 남북은 '기윽, 디읃, 시읏, 쌍기윽, 쌍디읃, 쌍시읏'으로 부르기로 합의했다.

최호철 남측 단일어문규범위원장은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일반 의존 명사의 띄어쓰기와 두음법칙 표기 관여 문제, 사이시옷 문제"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남북이 서로 협의를 통해 의견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박진 한나라당 의원(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장)이 자리에 참석해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또 권재일 국립국어원 원장, 고영근 서울대 명예교수, 남기심 전 국립국어원장 등 100여 명의 각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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