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뭇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바야흐로 신앙과 양심의 이름으로 국민 불복종을 선언할 결정적인 때가 닥친 것이다."

2일 오후 8시 35분, 서울광장에서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뭇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를 주최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은 7백여 신도들에게 '국민 불복종'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촛불정국 이후, 번번이 봉쇄됐던 서울광장에서 고비마다 시국미사를 개최했던 정의구현사제단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가장 먼저 용산 철거민들에 대한 선고를 비판하면서 "가해자인 국가권력이 반성은 커녕 피해자 국민들을 단죄해버렸으니 이토록 가혹하고 불합리한 형벌권 행사를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라며 "국민을 괴롭히고 특정 권력을 위해서만 복무하는 국가형벌권이라면 그 위임을 철회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그럴 이유가 더욱 절실해졌다"며 "언론법 관련 헌법재판소의 기상천외한 판결은 놀랍다 못해 우스꽝스럽다. '과정은 위법이나 결과는 합법'이라니 도대체 무슨 짓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권력기관의 부당한 처신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 "그것은 2007년 말 삼성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자본에 의한 매수와 오염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원천봉쇄와 한파 속에서도 7백여 명의 신도들이 자리를 지켰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이날 위령미사에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전국의 신부와 수녀, 신도들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그러면서 "용산참사와 언론법에 관한 두 가지 어이없는 판결은 이런 맥락에서 빚어진 웃지 못할 촌극"이라면서 "과연 누가 나서서 멸절 직전의 민주주의를 살려내고, 파괴일로를 걷고 있는 자연생태계와 아이들의 미래를 지킬 것인가. 오로지 국민 각자의 손에 달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인국 신부는 "차가 3일에 한 번씩 급발진을 하면 어떻게 하면 좋으냐. 키를 빼는 것이다. 그 키를 누가 준 것이냐. 바로 국민이 준 것"이라며 "헌법재판관들이 처음부터 태어날 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냐. 아니다. 우리가 벗기면 되는 것"이라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 것임을 강조했다.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문화제 이후 5개월여 만에 서울광장에서 밝혀진 촛불은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 불복종'의 한 모습이었다.

애초 오후 7시로 예정됐던 미사는 경찰이 이 일대에 겹겹이 병력을 배치하고, 참가자들을 두, 세 군데로 나눠 고착시키는 등 원천봉쇄에 막혀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결국에는 1시간 30여 분가량 늦춰져 진행됐다.

▲ 경찰은 미사 장소 일대를 겹겹이 에워싸 포위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경찰은 광장 외곽은 물론, 광장 안 잔디밭까지 들어와 참가자들을 포위했고, 미사에 참여하려는 시민들과 수녀, 신부 등의 진입을 막아 곳곳에서 잦은 마찰이 일어났다.

더구나 "촛불을 끄면 미사 진행에 협조를 하겠다", "미신고 불법집회로 변질되고 있다"며 위령미사 자체를 불법집회로 규정, 해산을 종용하는 등 종교행사 자체를 사전 차단하려고 했지만, 참가자들과 신부들의 반발로 이 일대를 에워싸는 것에 그쳤다.

▲ 용산참사 유가족들도 미사에 참여해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참가자들도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에도 3시간 가량을 차가운 잔디밭에 앉아 추위를 견뎠다. 두꺼운 옷과 목도리 등으로 몸을 감싼 참가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입김으로 손을 녹이고 몸을 흔들며 한파를 이겨내는 모습이었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을 비롯해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홍희덕.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얼굴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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