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 리 국장의 일정은 정부당국간 만남이 아니라 비정부기구(NGO) 및 학자 등과 함께 한 것입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언론들은 리 국장의 이번 방미를 북미 당국간 대화를 향한 ‘탐색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리 국장의 일정이 끝난 지금 그 탐색전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번 ‘리 근-성 김’ 간의 한 차례의 회동으로 양국의 입장 차이가 좁혀졌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양국의 차이는 명백합니다. 북한은 미국과 핵문제 해결에 앞서 평화협정 문제를 다루고자 하며, 미국은 북한더러 어쨌든 6자회담에 복귀하라는 것입니다.
리 근 국장의 방미 일정이 끝날 즈음이어서 미국측의 입장이 궁금해질 때입니다. 그런데 이때 북한에서 먼저 신호가 왔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2일 “우리(북한)가 아량을 보여 미국과 회담을 해보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이제는 미국이 결단을 내릴 차례”라고 미국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미국이 아직 우리와 마주앉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우리도 그만큼 제 갈 길을 가면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습니다.
이제 공은 확실히 미국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미국은 어떤 입장을 취할까요? 예약된(?)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이 이뤄질까요? 리 근 국장은 방미 일정을 마치면서 ‘유익한 대화’라고 총평했으며, 북한 외무성은 “조미사이에 적대관계가 청산되고 신뢰가 조성되면 조선반도비핵화 실현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있게 될 것”이라고 북미 양자회담을 촉구하면서 미끼를 던졌습니다. 이 정도라면 미국이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18-19일) 이후에 곧바로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평양 방문을 추진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