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사들의 방미 나들이는 항상 긴장되면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드디어 오바마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과 미국 사이에 첫 당국자 회동이 이뤄졌습니다.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리 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성 김 미 국무부 6자회담 특사가 24일(현지시각) 뉴욕에서 만난 것입니다. 이번 ‘리 근-성 김’ 간의 회동은 비공식 실무접촉의 성격이기는 하지만 그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먼저, 이번 회동이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과 유엔이 제2차 북핵 실험 이후 진행한 대북 제재국면이 막 벗어나는 점에서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대북 제재 출구-북미 대화의 입구’에서 북미간 북핵문제 당국자가 만난 것입니다. 또한, 이번 회동은 북한이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초청하고 이에 대해 미국이 아직 공식적 입장을 정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본 대회에 앞선 탐색전인 셈입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이 이뤄질지 주목되는 장면입니다.

그간 북한과 미국은 대화를 하는 것은 기정사실인데 어떤 내용과 어떤 방식으로 만날지에 대해 치밀한 수읽기와 기싸움을 해 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양측은 대화의 시기와 장소, 대화 상대와 의제 등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 왔습니다. 일례로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방북을 하면 그 파트너가 강석주냐, 김계관이냐 할 정도로 민감합니다. 그래서 만남이 자꾸 지연돼 왔습니다. 물론 더 큰 문제는, 북한측은 미국과 핵문제 해결에 앞서 평화협정 문제를 다루고자 하며, 미국측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원한다는 점입니다.

다행히도 미국을 방문 중인 리 근 국장의 표정이 밝다고 합니다. 특히 리 국장은 성 김 북핵특사와 회동을 마친 이후에도 “성 김 특사를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한 뒤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물론 북한 외교관들은 대부분이 포커페이스입니다. 어쨌든 리 국장이 모처럼의 방미 나들이에 기대를 거는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리 국장의 일정이 동북아시아협력대화(26~27일), 전미외교정책협의회와 코리아소사이어티주최 북한문제 토론회(30일) 등,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 사이에 북미 당국자가 한두 번 더 만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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