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얘기만 나오면 우리 정부는 펄쩍 뜁니다. 미국 국방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자 18일 청와대가 즉각 “미국 측의 오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한 미국 측에 대해 강한 불만도 표시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미국 백악관이 19일, 국방부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에 “오해가 있었다”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이 ‘소동’은 한미간 ‘진실게임’으로 비쳐지기도 했습니다.

북측은 8월 들어 현정은 회장의 평양방문 허용을 시작으로 대남 유화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북측 특사 조문단의 남측 방문시와 원자바오 중국총리와의 면담 등 두 차례에 걸쳐 남북관계 개선 및 남북정상 간 대화의 필요성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습니다. 얼마나 좋은 기회입니까? 이 정도면 우리 정부가 북측이 남북관계 개선이나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하면서 덥석 물고 남북관계를 주동적으로 풀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8.15경축사 말미에서 “우리 정부는 언제, 어떠한 수준에서든 남북 간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한중일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 해결방식으로 제안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과 관련해 “기회가 닿으면 언제든지 북한에 대해서도 그러한 방침(그랜드 바겐)을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남북관계 개선이나 남북정상 간의 대화 얘기만 나오면 우리 정부가 군색해지는 것 같습니다. 북측의 일련의 대화 공세에 ‘진정성이 핵심’이라느니 ‘정치적 전술적 만남은 의미가 없다’느니 하면서 회피하고 있습니다. 북측이 진정성이 있는지 없는지, 또한 전술적 차원인지 아닌지는 만나봐야 알 수가 있습니다. 만나서 확인도 해보기 전에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 대화를 기피하는 것은 자신 없는 모습입니다. 남북 대화에도 소극적이고 또한 이 과정에서 미국과도 엇박자를 내니 자꾸 우리 정부가 구석에 몰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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