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 고위당국자가 지난 14일(현지시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18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월러스 그렉슨 미 국방부 아태 차관보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일본과 한국, 슬로바키아 순방에 즈음한 엠바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힌 뒤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렉슨 차관보의 발언이 각 언론사 정보보고 형태로 서울에 알려지면서, 청와대와 통일부는 적극 진화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를 인용,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시 내려왔던 북측 특사조문단이 ‘초청 용의’를 밝힌 적이 있고, 지난 10일 한.중 정상회담 계기에 유사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진전이 이뤄진다면 정상회담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오갔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은 미 행정부 내부의 미스 커뮤니케이션에 따른 오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도 전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18일 “조문단 왔을 때 원론적인 수준에서 이야기 한 것이고, 우리도 언제 어디서나 어느 수준이든지 남북대화에 대해 열려있는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공식 초청이라고 통일부 차원에서 들은 것은 전혀 없다”면서 “만약 조문단이 공식 초청했다면 통일부도 공식 검토했을 텐데 공식 검토가 이뤄진 것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의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임진강 수해방지회담 등의 개최를 둘러싸고 지난주 남북간 '물밑접촉설'이 파다했던지라 의구심도 여전한 상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물밑접촉설’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당국자들은 그렉슨 차관보의 발언을 일과성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있으나, 미 행정부가 우회적으로 우리 정부에 북과의 대화를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미대화를 앞둔 미묘한 시점 때문이다.

이에 앞서, 16일(현지시간)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국무부는 리근 대사와 그의 대표단이 10월 말 미국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참석할 수 있도록 비자발급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리근 북 외무성 미국국장은 오는 26-27일 미 서부 샌디에고 인근 라호야에서 캘리포니아대학 ‘세계분쟁및협력연구소’가 주최하는 동북아협력대화(NEACD), 30일 뉴욕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 등이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할 예정이다.

리근 국장은 특히, 이번 방미 계기에 성김 6자회담 미측 수석대표와 만나서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일정, 면담자 등을 최종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당초 미국은 제3국에서 성김 특사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간의 만남을 희망했으나 북한이 ‘평양으로 오라’고 역제의했다. 성김 특사와 보즈워스 대표가 잇따라 방북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미국측이 난색을 보이면서, 리근 국장의 방미가 성사됐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