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16일 개성 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고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인도적 지원에 대해 협의를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남측의 이산가족 추가 상봉에 대해 북측이 필요성을 공감하고 또한 북측의 공식적인 인도적 지원 요청을 남측이 추후 검토하는 수준에서 회담이 마무리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날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결렬로 볼 수는 없습니다. 남측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을 제안하면서 “이산상봉 문제가 해결돼야 다른 인도적 문제도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하자, 북측이 “그런 내용이 10.4선언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고 공감하면서도 “추가 상봉에 있어 남측의 성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고, 이에 다시 남측이 즉답을 피하며 “돌아가서 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겨놓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북측이 ‘남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한 것입니다. 지난달 26일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도 북측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이 “이번 상봉은 북에서 특별히 호의를 베푼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남에서도 상응하는 호의를 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남측의 성의 있는 조치’와 ‘남에서도 상응하는 호의’란 ‘남측의 인도적 지원’으로서, 쌀과 비료 지원을 에둘러 요청한 것입니다.

사실 이전 정부에서는 이산가족 상봉과 비료 지원(연간 30만t 수준)이 암묵적으로 연계돼 왔습니다. 물론 현 정부는 식량과 비료 지원의 제공과 양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식량, 비료 지원과 관련 “북측의 요구가 있으면 검토한다”는 입장을 누차 밝혀온 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대북 지원을 검토할 시점에 왔습니다. 게다가 자존심 강한 북측이 ‘남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두어 번씩이나 요청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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