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수로 유명한 박종화(46) 시인의 서예산문 '나의 삶은 커라'를 연재한다. 전남 함평의 한 산골마을에서 올라오는 박 시인의 산문과 서예작품은 매주 토요일 게재된다. / 편집자주

나의 삶은 커라

작업실 샘터로 물을 뜨러 오는 이들이 있습니다.
동네사람들이 물 좋다는 소문 듣고 물을 길러 갑니다.
시골에 살면 먹는 물 만큼은 아무런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으리란 생각도 잠시 뿐 시골에도 먹는 물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군요. 정비되지 않는 축사의 똥물과 논밭마다 스며든 농약 찌꺼기들이 밥상으로 다가와 우리네 목줄을 타고 내려갑니다. 집집마다 우물이 있고 동네마다 공동우물이 있어 사시사철 떠먹어도 아무런 해가 없었던 시절은 아주 옛날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토피로 얼룩진 얼굴을 가진 어린 아이들도 많습니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시골에서 새로이 터를 잡은 사람 중에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바로 깨끗한 물이 철철 넘쳐나는 곳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내가 사는 곳도 다행히 250여 미터 암반수가 종일토록 쏟아져 나오는 물 맑은 산중입니다. 한 여름 가뭄 때에도 여전히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죠.
정원 앞쪽에 작은 우물 하나가 있어 가끔씩 들여다봅니다. 얄미운 개구리들이 침범하여 놀고 있습니다. 떠내고 나면 다시 들어옵니다. 깨끗한 물을 유지하려는 내 마음은 아랑곳없이 뭣 때문에 악착같이 우물 안으로 들어오는지 모를 일입니다. 들여다 볼 때마다 생각나는 노래 하나가 있습니다. 내가 만든 ‘우물안개구리’라는 노래입니다.

벌써 한참 오래 전의 일이 되었어요.
어느 날 가수 안치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리고 내게 하는 말입니다.
“형! 보내 준 테잎 잘 듣고 있어.”
내가 보내준 테잎에 ‘우물안개구리’라는 노래가 들어있었다.
치환의 말은 이어진다.
“내가 태어나 남의 노래를 듣고 울어 본 적이 딱 두 번 있는데 그 중의 한 번은 형이 낭송한 ‘사평역에서’라는 시낭송을 듣고 울고 두 번째는 지금 듣고 있는 ‘우물안개구리’라는 노래야.”

지금도 생각합니다.
내가 노래를 만들어 단 한사람이라도 울 수 있게 했다면
그 인생 참 잘 살았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물 안을 들여다보는 마음이 얄미운 개구리 몸짓과는 달리 오늘은 참 포근합니다.

▲ 박종화 作 '나의 삶은 커라'(600*500) "너 하나만이라도 온전히 껴안을 수 있다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지 말라고 충고 하는 이 많습니다
하지만 묻겠습니다
우물 안에서
눈에 보이는 하늘만이라도
그 작은 동그라미 같은 하늘만이라도
전체를 껴안아 본 적이 있는지를


작품설명 : 각 글자의 높낮이와 크기를 모두 다르게 배치해서 삶의 굴곡을 추상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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