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두 가지 만남에 합의했습니다. 14일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과 16일 적십자 실무접촉을 각각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협의사무소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두 가지 합의는 남측 당국이 12일 제의한 것에 대해 북측이 수용한 것입니다. 남측 당국이 두 가지 제안을 하던 날 북측이 동해안에서 단거리 미사일 5발을 발사했습니다. 미사일 발사가 이번 회담 합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이번 두 회담은 모두가 그 성격에 있어서는 낮은 차원이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먼저,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부터 북측은 일련의 대남 유화 공세를 폈습니다. 즉 이번 두 회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현정은 회장과의 면담(8.16),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북측 ‘특사 조문단’의 서울 방문(8.21-23) 그리고 추석을 계기로 진행된 이산가족상봉 행사(9.26-10.1)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제 남북이 높은 차원의 대화를 할 수 있는 밑바닥은 다진 편입니다.

또한, 이번 두 회담은 한반도 현 정세 흐름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이 10월 말이나 11월 초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10.4-6)으로 대북제재 분위기에서 협상국면으로 무게 추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10일 “북한측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했을 뿐 아니라 일본, 한국과도 관계 개선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남측 당국도 북측의 ‘8월 유화 공세’를 무작정 ‘전술적 변화’로만 치부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이번 두 회담은 그 성과를 내올 것과 더불어 더 높은 차원의 회담으로 나갈 발판이 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이번 회담은 향후 남북관계 발전과 관련 ‘본게임’에 앞선 ‘탐색전’ 성격이 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할 게 하나 있습니다. 남과 북은 사각의 링에서 싸우는 복서가 아니라 통일로를 동행(同行)하는 파트너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두 회담이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탐색전’이 아니라 개성관광ㆍ금강산관광 재개를 포함한 장관급회담 등 높은 차원의 회담으로 가기 위한 ‘탐색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