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가 시작된 이 자리에선 여느 국감에서는 볼 수 없는 '희한한 풍경'이 연출됐다.
경찰청의 본격적인 업무보고가 시작되기도 전 경찰청 쪽에서 20여명이 넘는 국회 행안위 소속 여야의원 한 명 한 명의 프로필 사진과 주요 국정활동 사진으로 꾸민 영상을 틀어 놓은 것. 피감기관인 경찰청이 '잘 봐 달라'는 뜻으로 오해되기 십상인 '낯 뜨거운 장면'이었다. 경찰청은 매년 국감 때마다 이같은 영상을 틀어왔다.
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의원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프로필 사진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오는 것에 겸연쩍어 하며 농담이 나오기도 했지만, 강희락 경찰청장은 곧바로 '핀잔'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조진형 행안위 위원장은 양당 간사의 '당부'라며 "내년부터는 본청에서도 이걸 준비하지 말고 지방에 가도 이번부터는 하지 말라는 것이니까 지시해 달라"며 "지방에서 (영상이) 나오게 되면 아마 시비 당하실 지 모르니까 참고해 달라"고 강 청장에 주문했다.
오전 국정감사가 끝난 후 의원들과 경찰청 관계자들이 대부분 퇴장했을 때, 국정감사장 한켠에선 국회 쪽 관계자가 "내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피감기관에서 국회의원 소개를 왜 해?"라고 한 경찰청 관계자를 향해 5분가량 고성을 치며 '훈계'(?)를 하기도 했다.
경찰청은 영상 상영 후 본격적으로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마자 여야 의원들로부터 자료제출이 미흡하다고 연거푸 지적을 받았다. "질의시간이 모자라니 업무보고도 간략해 해 달라"는 의원들의 요구에는 '낯 뜨거운 영상'을 준비할 정성이면 '자료제출'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을까?
- 기자명 박현범 기자
- 입력 2009.10.1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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