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건국 60주년과 북중 수교 60주년에 대해 성공회대 이남주 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 방북으로 북한과 중국의 전통적 우의 관계가 전 세계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언론의 관심은 아무래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문제 관련 발언에 쏠렸지만 북중관계가 그렇게 단순하지만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 직후인 7일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는 “이번 원자바오 총리 방북 일정 중 굉장히 중요한 일정 중 하나가 회창에 있는 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방문한 것”이라고 짚었다. “양국이 전통적으로 강조해온 소위 전통적 우의관계를 굉장히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이 언급한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대해 “김영일 총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러 차례 비핵화라는 목표 자체를 다시 강조한 것은 중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지만 “6자회담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자회담과 6자회담이라는 여러 가지 표현방식은 썼지만 북미회담이 우선이라는 북한의 나름대로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건국 60주년을 맞은 중국 내부 사정과 수교 60주년을 맞은 북중관계에 대해 어떤 질문에도 자신의 견해를 내놓으면서도 균형감을 보여줬다.

그는 “제 경험에 따르면 북한이 1차 핵실험 하기 전까지는 중국에서도 북한이 핵실험 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며 최근 중국이 북한의 인공위성(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에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을 설명하는가 하면,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 심화에 대해서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의 경제 협력이 진행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지도부는 당분간 내부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는 것에 대체적으로 합의돼 있다”거나 “중국 정부가 미시적인 불안을 거시적 불안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자원과 능력들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중국 공산당도 과거 개혁개방 초기 20년과는 달리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발전’이라든지, ‘조화사회’라든지 새로운 이념을 만들어내면서 그러한 이미지를 지금 구축해가고 있고, 경제적으로 경제 실적이 좋다”면서 “북한도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국에서도 개혁개방정책이 낳은 문제를 반성하는 상황이니 조금 경로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한 대목은 음미할만 하다.

다음은 7일 오후 1시부터 성공회대 교수실에서 진행한 이남주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원자바오 총리의 열사릉원 참배 주목해야
‘비핵화 목표’ 확인해주고 ‘북미회담 우선’ 관철


▲ 7일 오후 성공회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남주 교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에 대한 나름의 평가를 내놓았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먼저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접견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 보통 북중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보면 두 가지 있었던 것 같다.

하나는 중국이 개혁개방하고 국제사회에 적극 참여하면서 북한과의 관계를 재조정하고 싶어하고, 북한의 핵개발 같은 것은 중국 이익에도 상당히 위협을 주는 사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문제 해결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다. 즉, 중국이 북한에 대해 압력이나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이 처한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여전히 중국과 미국이 경쟁적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상황이 아주 극단적으로 흘러가지만 않으면 결국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이런 두 가지 시각이 항상 있어왔던 것 같다. 최근 현상은 그중에 후자의 해석이 좀더 북중 관계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 아닌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제가 좀더 보태고 싶은 이야기는 이 두 가지는 주로 중국의 이익을 가지고 어느 것이 더 큰 이익이냐 비교하는 측면에서 북중 관계를 해석하는 것인데, 이번 원자바오 총리 방북 같은 경우는 양국이 전통적으로 강조해온 소위 전통적 우의관계를 굉장히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이익만 가지고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 요소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이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 관계, 신뢰 관계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해석이 많았는데, 물론 그런 추세가 장기적으로 계속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양국 관계에서는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언론에서 많이 주목하지는 않았는데, 이번 원자바오 총리 방북 일정 중 굉장히 중요한 일정 중 하나가 회창에 있는 인민지원군 열사릉원을 방문한 것이다. 평양에서 100킬로 이상 떨어져 있고 가는 데 두 시간이나 걸리는, 교통도 안 좋은 곳에 원자바오 방북단과 북한 내에 있던 유학생 등이 대대적으로 같이 가서 인민지원군으로 참전했다 전사한 134명의 열사에 대해서 평가하고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은 양국 관계의 전통적인 유대를 상당히 부각시킨 것 아닌가 생각한다.

□ 북중 관계에서 최근 들어 가장 결정적인 상황을 맞은 것은 인공위성 발사와 2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결정에 중국이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해 북한이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평가하나?

■ 해석이 참 어려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제 경험에 따르면 북한이 1차 핵실험 하기 전까지는 중국에서도 북한이 핵실험 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1차 핵실험이 상당히 중국을 당황스럽게 만들었고, 그 다음부터는 중국에서도 북한이 핵실험 할 가능성, 그리고 핵능력을 강화시킬 가능성을 좀더 높게 보기 시작했고, 상당한 정도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중국 내에서도 확산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로케트 발사와 2차 핵실험에 대해 중국이 안보리 의장성명에 동의하고 안보리 상임위 제재결의안에 동의한 것인데 후자는 사실 1차 핵실험 때도 제재결의안에 동의했기 때문에 아주 새로운 현상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의장성명은 중국이 조금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이것은 1차 핵실험 이후에 중국이 북한에 대한 우려가 조금 더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북한이 핵실험으로 나갈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그것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더 적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루어진 행동이라고 보여진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원하는 만큼 제재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기보다는, 비핵화 자체는 중국에게 핵심적인 목표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보여주는 그런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 이번 원자바오 총리 방북에서 주요한 관심사는 북핵문제와 경제적 우호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의 평가는 이번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으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는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확실히 그런 측면이 있다. 일단 안보리 제재가 주로 북한에 대한 핵무기 개발과 무기수출과 관련된 제재다. 그러나 다른 경제협력이나 교류에 대해서는 성격 규정이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많고, 중국은 신압록강 철교 건설이라든지 정상적인 경제협력은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사실 제재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한 에너지나 식량 공급의 중단, 식량 거래의 중단, 이런 것들은 앞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은 제재를 북한을 궁지에 모는 수단이기보다는 핵능력의 강화 등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도 장기적 고립을 원하지는 않기 때문에 북미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북한이 다자건 6자건 대화에 나오겠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중국에게 주면서 중국과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정상화시키는 양국간 협의가 진행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

□ 일부 언론에서 2,100만달러 수준, 다른 일부 언론에서는 그보다 훨씬 큰 규모의 경제지원이 이루어졌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 제가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학자로서 가질 수 있는 정보는 아니다.

중국과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지원이냐 아니냐의 관계나 수준을 지금 넘어서는 단계라고 본다. 이젠 서로 호혜적인 경제협력 혹은 무역과 투자를 통한 정상거래 방식으로 경제협력이 진행되고 있고, 그 정도의 경제협력이 발전되는 것만으로도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거나 배제하는 효과들은 상당부분 상쇄되는 것이다.

따라서 저는 무상지원 금액이 얼마냐는 상당히 상징적인 측면의 이야기고 얼마나 경제교류가 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느냐가 오히려 북한과 중국 관계에서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 ‘신압록강교’는 상징적 의미가 있나?

■ 압록강 철교는 북한과 중국의 물자교역 통로로서는 가장 큰 통로가 되기 때문에 그것을 확대시킨다는 것은 이전의 신의주특구 때와 비교하면 중국이 상당히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는 효과까지 고려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상징적 의미는 상당히 있다고 본다.

북한이 뭔가 개방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메시지도 주고, 중국이 그러한 통로로서 역할을 한다고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본다.

□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이 가장 논점이 됐는데 북측의 수사적인 표현인가 아니면, 6자회담으로 넘어가기 위한 실제적인 단계로 봐야 하나?

■ 중국이 일관되게 요구한 것은 비핵화 목표와 6자회담 플랫폼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중국이 북한에 주는 핵심적 메시지였던 것 같다.

이번에 김영일 총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러 차례 비핵화라는 목표 자체를 다시 강조한 것은 중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고, 6자회담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자회담과 6자회담이라는 여러 가지 표현방식은 썼지만 북미회담이 우선이라는 북한의 나름대로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중국 쪽 입장에서도 6자회담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 우선적이고 더 관건이라는 것은 인정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약간 중국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순서로서는 북미협상을 가장 우선에 놓는 방식으로 양국간 협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는 6자회담이라는 플랫폼을 살려놓기만 하면 매개자 역할도 있지만, 어차피 본격적인 협상국면에 들어갈 경우 북한과 미국 사이에 불신이 굉장히 뿌리 깊기 때문에 둘만으로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의 역할이 더 필요해질 것이다. 그런 정도의 자신감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당장은 북미협상이 우선 진행되는 것에는 커다란 거부감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 올해가 북중수교 60주년인데, 북중간 많은 교류가 있었지만 원래 계획에 비추어 보면 약간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평가도 있을 법하다. 어떻게 평가하나?

■ 저도 올해 초에 ‘조중 우호친선의 해’를 정하고 양국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관계를 좀더 복원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당시 양측이 그런 의지는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북측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핵문제와 북미관계 문제였고, 로케트 발사부터 2차핵실험까지 가는 과정이 있어서 결국 부득이하게 북한과 중국 간에 일정하게 조정기가 필요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볼 때 생각보다 ‘조중 우호친선의 해’가 활발하게 전개된 것 같지는 않다.

특히 민간 차원의 교류활동은 양국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것 같다. 예를 들어 ‘홍루몽’ 같은 경우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민간 부분에 북한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기획이었을 텐데 그런 것이 그다지 중국 내에서 많이 확산되거나 그런 것 같지 않다.

다만 정치적 차원에서는 이번 원자바오 총리 방북을 통해서 전통적 관계를 회복해가는 것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지도자들이 원자바오 방북과정에서 표현한 여러 이야기들이라든지, 친선우호 관계를 대대로 이어가는 것에 대한 강조한다든지, 한국전쟁시기 참전한 중국인 묘소를 방문해서 그 의미를 굉장히 높게 평가 하는 것은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것 아닌가 본다.

중국 지도부, 당분간 내부문제 해결에 주력
내부갈등 관리 능력과 자원 갖추고 있어


▲ 중국을 바라보는 양분된 시각에 대해 이 교수는 균형감 있는 거시적 관점을 견지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중국이 10월 1일 건국 60주년 군사퍼레이드를 대대적으로 벌였는데 어떻게 보았나?

■ 중국에서 건국 기념식에 열병식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에 그 자체에 새로운 의미를 크게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 중국의 국력 성장과 관련해서 힘의 과시가 주변국가들에게 조금 신경을 쓰이게 만드는 측면은 있지만 그것이 어떠한 중국의 전략을 보여주는 것이라든지 새로운 태도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여진다. 내부용이다.

□ <CCTV>가 장쩌민 전 주석을 오랫동안 비추고 시진핑 부주석이 4중전회 후 군사위 부주석으로 발표되지 않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데 중국 내부 지도체제는 안정돼 있다고 보나?

■ 기본적으로는 안정돼 있다고 본다. 어쨌든 정치적 결정이 일정한 갈등의 과정과 같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갈등을 처리하고 관리하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규범은 만들어져 있다.

중국이 집단지도체제 하에서 개인의 독단에 의해서 결정이 좌우되거나 아니면 지나친 파벌 권력투쟁에 의해서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혼란이 출현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원칙에서 상당한 정도의 합의적 운영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인 정치적 균열로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 보통 공청단 계열, 황태자당 등이 거론되는데 실제로는 어떻나?

■ 그런 것은 해외 언론에서 많이 보도되는 것이지 중국 내에서 구체적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기는 굉장히 어렵다.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의 엘리트 충원에서 소위 태자당이라고 하는 과거에 당이나 정부의 원로들의 자제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탁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것이 일정한 세력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외에 공청단 세력과 같은 경우는 하나의 파벌로 규정하기 어렵다. 소위 공청단 세력은 지금까지는 후진타오가 80년대에 공청단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기 때문에 그때 맺어졌던 인연들이 후진타오가 최고지도자가 된 상황에서 정치지도자로 발탁되는 사례들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런 정도로는 중국 내에서 광범한 세력을 구축한 파벌이라고 보기 어렵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현재 중국의 정치엘리트 내에서 어느 정도 세력과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가진 집단으로서는 태자당 정도이고, 나머지는 그때그때 언론에서 친소관계를 묶어서 호칭하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태자당 문제는 중국에서 계속 약간은 민감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권층이 재생산되는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질 경우에는 상당한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많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의 건국과 발전에 공헌한 사람들의 자제들로 애국심과 같은 것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각되면 그런 위험성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 흔히 ‘G2’라고까지 표현하며 중국이 떠오르고 있다는 측면을 부각하고 있는가 하면, 내부적 갈등이 심해서 아직 그런 단계에 전혀 오를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의 현재적 수준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에 대해 어느 쪽에 중심을 두고 보고 있나?

■ 저는 객관적으로도 그렇지만, 중국의 지도부는 당분간 내부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는 것에 대체적으로 합의돼 있다고 본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국가이익을 지키거나 증가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가능하면 선택적으로 개입하는, 자신의 이익과 깊게 관련된 영역에서 선택적으로 개입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지 국제적인 룰을 완전히 새로 재편하겠다는 방식으로 행동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여전히 국제적으로는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누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싶어한다.

국내문제가 앞으로 2,30년 동안은 굉장히 핵심적 문제가 많기 때문에, 보통 국민소득이 2,3천 달러 수준에서 1만 달러 수준으로 이행하는 시기에 원래 사회적 갈등이나 이런 것이 증가하는데, 중국 같은 경우는 그러한 균열들이 좀더 많다. 지역간의 갈등이라든지 소수민족 문제라든지, 농민문제라든지 하루아침에 해소되기 어려운 문제들이 상당히 남아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을 어느 정도 회복해야 중국도 대외적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쉽게 말해 국제적인 룰을 세팅해나갈 수 있는 역할들을 담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저는 그런 면이 있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도 중국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기회가 계속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커지니까 불안하고 자꾸 위협으로 되면 속으로는 수동적이고 반발하는 심리로 대응하게 되어 있는데, 제가 보기엔 중국이 상당기간 중기적으로는 대외적인 팽창보다는 내부문제에 주력해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적으로는 여러 나라들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 처지다.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하면 국력은 상당히 비대칭적이지만 우리로서도 중국과의 관계에서 여러 가지 장기적으로 중국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 틀이나 원칙들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중국이 화해(허셰, 和諧)사회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중국 내부의 갈등이 공산당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범주에 있다고 보는 견해와 갈등이 굉장히 폭발적이고 사회의 지탱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어떻게 보나?

■ 중국의 갈등 양상은 국지적으로, 미시적으로 보면 대게 불안한 요인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농촌을 가서 어느 지역을 보면 상당히 여러 갈등과 충돌사건을 발견할 수 있고, 도시의 공장밀집지역에 가도 그런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거시적으로 보게 되면 상당히 안정돼 있고 발전되는 모습들이 또 나타난다.

국지적 미시적 차원에서는 불안요인이 많지만 전국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면 상당히 안정적이고 발전해가는 이러한 불균형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지금 중국의 상황이다.

그중에 어느 면이 더 주요한 측면이냐? 미시적이고 국지적인 불안이 결국은 전국적인 불안으로 될 것이냐? 아니면, 전국적인 안정의 틀이 미시적인 불안들을 어느 정도 관리해가면서 일정한 경제성장 속에서 해결해 나갈 것이냐? 이 두 가지 길이 중국에게 있는 것이고 지금으로서는 어느 것이 될 것이라고 점치기는 굉장히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보면 중국 정부가 미시적인 불안을 거시적 불안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자원과 능력들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 중국 정부가 자원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는데, 좀더 설득력 있는 근거를 들어 설명해달라.

■ 일단 이념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이나 중국 중앙정부가 다양하게 새로운 상황을 조정해 나가면서 자신을 중국 전체, 또는 중국 국민 전체 이익을 대표하는 세력으로 계속 잘 만들어나가고 있다.

조화사회론을 제시한다든지 상당수의 많은 불안요인들을 중앙 차원의 불만으로 발전되지 않고 지역차원의 문제로 해결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방의 책임자를 교체한다든지, 중앙이 그런 방식으로 개입한다. 문제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공개를 막지만 공개가 되면 중앙정부가 백성의 이익을 대변하는 형식으로 개입한다.

중국 공산당도 과거 개혁개방 초기 20년과는 달리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발전’이라든지, ‘조화사회’라든지 새로운 이념을 만들어내면서 그러한 이미지를 지금 구축해가고 있고, 경제적으로 경제 실적이 좋다.

물론 전반적으로 평균소득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 생활에 대한 불만을 계속 가지고는 있지만 농민문제가 심각할 때는 농민에 대한 세금감면을 해준다든지 이런 방식으로 중국정부가 계속 민생을 위해서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책들을 해가고 있다. 말로만 이념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일정하게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 이런 것이 제가 보기엔 미시적인 불안이 거시적인 불안으로 확장되지 않는 중요한 방식인 것 같다.

또 다른 차원에서 보게 되면 중국은 나라가 굉장히 크다. 그러니까 애초에 미시적인 불안이 전국적 불안이나 거시적 불안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규모다. 한국 같은 경우는 한 지역에서 발생된 문제가 바로 정권차원의 문제로 되는 반면에, 중국에서는 양자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있다. 그런 것도 어느 정도 중국 중앙정부가 문제를 관리해갈 수 있는 시간을 갖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느냐 생각한다.

□ 최근 들어 중국의 내부 갈등을 떠올리면 티벳과 신장.위구르 문제를 들 수 있겠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외부, 특히 서구사회에서는 인권문제나 민족 자주권 문제를 많이 제기하고 있지만 중국적 시각에서는 다르게 해석된다고도 한다. 어떻게 보나?

■ 인권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언급과 대화는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는 분리주의이다. 국민국가 형성이라는 게 어느 정도 우연적 요소도 있지만 한번 형성된 국민국가의 경계라는 것이 변경되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국경의 변경은 전쟁이나 유혈충돌이 필연적으로 따르게 돼 있다.

또 문제가 내부로 들어가면 겉에서 보는 것만큼 단순하게 칼로 무자르듯이 ‘여기까지 누구고, 여기까지 누구’라고 구분하기 상당히 어려운 지점들이 있기 때문에 일단 섣부르게 독립문제로 바라보고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는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하나의 국가 내에서 다양한 아이덴티티를 갖는 그룹들이 공존을 해야 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에, 중국 정부도 스스로 그런 것도 주장하고 있다. 다원일체(多元一體)라고 해서 다양한 요소가 중국이라는 하나의 전체를 구성한다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티벳이나 신강.위구르 사람들의 집단적인 자기 정체성을 존중하고 그 사람들의 경제적 권리나 정치적 권리를 보호해줬는가, 이런 점에서는 조금 여러 가지 차원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신장.위구르 같은 경우에 그 지역 자원 개발을 중앙정부가 독점하는 양상들이 좀 있고, 그런 것은 정책차원에서 지역 사람들의 이익과 그 사람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조정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는 것은 단순히 중앙정부와 현지 주민과의 갈등의 수준이 아니라 민족간 갈등, 한족과 소수민족 간의 갈등으로 발전되는 양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개입됐다기 보다는 민족간 충돌이다. 이런 양상이 계속되면 사실은 상당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신강이나 티벳지역 같은 경우는 현지에서 계속 한족과 현지의 소수민족들이 서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미중 전략대화, 중국에 공동책임 부여 전략
북한의 중국 의존, “아직은 우려할 필요 없다”


▲ 미중 전략대화 등 복잡한 국제관계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현실적 시각을 놓치지 않았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중국은 외부적으로도 동북공정 등 충돌이나 갈등 요소가 있는데 어떻게 보나?

■ 제가 보기엔 동북공정은 어떤 사례에 속하냐면, 내부 관리를 위한 것인데 외부 효과를 발생시킨 것이다. 중국이 목표로 했던 것은 어쨌든 현재 중국이 가지고 있는 국토 내에서의 통합성을 강화하고 그 명분을 만들기 위한 방식으로 연구프로젝트가 만들어진 것인데, 그것이 옛날 역사로 가게 되면 역사가 엮여있고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단지 중국 국내 문제가 아니라 외부 사람들의 정체성에 대한 손상을, 영향을 미치는 사태로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자체가 애초부터 외부적 효과를 추구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동북공정 문제가 외교적 문제로 됐을 때 일단 논의를 중단시키고, 이것을 통한 더 이상의 갈등을 하지 말자고 빨리 정책적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외부적으로 중국이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사태가 흘러갔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중앙정부가 빨리 개입하고 협의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저로서는 고대역사를 가지고 현재의 국가통합을 정당화시키거나 모든 역사를 중화인민공화국의 역사로 만들려는 식의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 중국 정부가 빨리 결정하고 조치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 역사학계 등에서는 아직도 동북공정이 계속되고 있고, 우리도 계속 경계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 중국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개입했지만 굉장히 이견이 많고 학계에서도 중앙정부의 결정에 대해서 반발이 많다. 그것은 민간부분에서는 계속적인 논란이 될 것이다. 그것이 어느 경우에는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대해서는 나름의 대응이 필요하고 연구나 준비들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을 통해 당장 중국이 북한을 없애겠다는 외교목표를 추구했다든지 이런 해석은 과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미국과 중국 간에 전략대화가 시작되고 있는데, 미중 관계가 전략적 협력자 관계인가 갈등과 경쟁의 관계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 현실적으로 볼 때 미국과 중국 관계가 경제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상호의존적 측면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경제도 미국 경제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고 미국 경제도 중국경제 없이는 지금의 재정적자라든지 무역적자를 메우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굉장히 경제적으로 상호의존적인 영역들이 늘어나고 있고, 협력하는 영역도 확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제사회라는 것이 아직까지는 세계정부도 없고, 자기 국가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 군사적인 측면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본다면, 그러한 협력이 양쪽의 정치적이고 안보적 갈등들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중국 입장에서 미국과의 전면적인 협력관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미일 동맹이라든지 한국이나 일본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들을 해결해야 정말 협력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 다수다.

미국과 중국과의 힘겨루기나 군사적 갈등요인이 남아있는 것이 중앙아시아에도 있고, 그런 갈등들이 지역마다 다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론, 그것이 군사적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높지 않지만 서로가 잠재적인 경쟁자라는 물적 토대는 계속 남아있고 그걸 의식한 행동들을 계속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미중 전략대화가 시작되고 있는 국면은 예전에 비하면 새로운 국면으로 볼 수 있나?

■ 그렇다. 혼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전략대화가 크게 필요하지 않을 수가 있다. 전략대화가 필요해졌다는 것은 양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 협력해야할 요소들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경제문제만 하더라도 그런 요소로 작동하고 있고, 경쟁하더라도 그 경쟁이 지나친 충돌로 발전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협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 부분들을 서로 관리해나갈 수 있는.

그런 지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전략대화는 현실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양자가 세계에 대해 공동의 해결방안과 공동의 인식이 확고하다기보다는 서로 일단은 둘이 협력해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영역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특히 미국 입장에서는 양보다. 미국이 과거에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지금은 중국이 없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영역이 많으니까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대화 파트너로 만들고 공동의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중국 쪽의 입장에서는 큰 힘 안 들이고 나름대로 미국에 대해서 자기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도 있고, 국제적인 지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거부할 수 이유가 없고 굉장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화채널이라고 생각한다.

양쪽이 매우 현실적인 이익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고 아직은 세계에 대한 공동관리를 추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 그런 연장선상에서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한 문제를 두고 미중 간에 협력도하고 갈등도 할 것 같다. 6자회담이 그런 점에서 중국의 역할을 높여주고 어떻게 보면 중국이 최초로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 거꾸로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술에 중국이 먹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봐야 하나?

■ 양 측면이 저는 조금씩은 다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의 전술을 어느 정도 중국이 수용해준 측면도 있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다자 틀로 계속 만든 것은 미국이 북한과의 일대일 협상보다는 다자를 통한 문제해결을 선호한 구도에 협력해준 측면이 조금 있고, 중국으로서는 그것을 통해 자신의 국제적 지위를 향상시킨 측면도 있다.

그 두 가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인데, 제 생각에는 어느 정도 북중 관계를 손상시킨 측면이 조금은 있다고 생각한다. 6자회담이 사실상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구도로 변하는 시점이 있는데, 북으로서는 불만을 가졌지만 중국으로서는 어느 정도는 자신의 국제적 무대로 하고, 중국으로서도 사실은 북미간 일대일 협상만으로 문제가 풀려나가는 것은 조금 경계하는 심리도 있었을 것이다. 중국이 약간은 북한의 의도에 벗어나서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사실은 객관적으로 필연적인 측면도 있다. 미국과 북한이 협상을 해서 뭔가 문제를 풀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객관적 사실이지만 그 협상이 잘 지켜지기 위해서는 다자간의 협력이 있지 않고서는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객관적 필연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즉 시점이 언제 어떻게 됐었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결국 문제가 풀려나가는 방식은 북한과 미국이 어느 정도 협상의 기본 틀을 만들어내고 협상 국면으로 전환시키고, 협상진행과 집행을 보증하는 측면에서는 다자의 틀이 필요했던 것이 객관적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으로서는 크게 북한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한은 중국의 외교적 입지도 강화하고 객관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낸다는 차원에서는 가능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북핵문제의 해결과 관련해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가 종종 나오고 있는데 저는 이와 관련한 국제적 협력, 혹은 미중협력이 당장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미국으로서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논의를 중국한테 계속 요구하며 미중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급변사태를 중국과 협상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그냥 급변사태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미국도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이익 때문에 북한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겠다는 의사표현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급변사태를 논의한다는 것은 북한 지역에 대해서는 미군의 역할을 제한한다든지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그런 카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중국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제 생각에는 중국의 외교적 선택에서는 또 상당히 기본적으로 핵심적인 자기규범들이 있다. 예를 들면 주권존중과 내정간섭 같은 평화공존 5원칙이 있다. 이런 급변사태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내정간섭이나 주권존중 원칙에 근본적으로 위배된다.

북한의 반응도 문제지만 비밀리에 하는 것도 중국의 규범적인 외교 원칙에 어긋난다. 한국에서도 자꾸 중국에 대해 그런 요구를 하는데 중국이 국제적인 차원에서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은 일정하게 외교해 나가는데 있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핵심적 규범들은 견지하는 것이고, 이번에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해서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굉장히 주권존중과 내정간섭 반대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런 점을 통해서 중국이 할 수 있는 행동의 폭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북한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데, 과하게 표현하면 시장에 나도는 물건 대부분이 중국제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일부는 그런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북한은 자력갱생의 내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중국경제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 그렇다. 순수하게 경제적으로만 보면 북한이 상당한 소비재는 중국으로부터 들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건 객관적으로 미국이나 일본이 계속 경제봉쇄를 하고 있고 남북도 경제관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다른 국가들의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투자가 증가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북한이 원한 결과라기보다는 상황이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푸는 방식은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발전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일 것이다. 아무리 얘기해봐야 다른 방안은 없다.

그렇지만 경제적인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 정치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냐 생각하면, 아주 장기적으로 보면 일방적인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지면 그게 커질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크게 아직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이 계속 가면 의존도가 높아지겠지만 한국이나 다른 나라의 경제 협력이 진행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다른 나라와의 경제협력이 이뤄지면 특정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것은 이후 상황이 외부 행위자를 어떻게 선택할 것이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변수이다.

단기적으로 보아도 당장 중국이 이 정도의 경제의존도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는 조금 어렵다고 본다. 왜냐면 아직은 북한의 경제 상당부분은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좀 어려우면 과거의 ‘고난의 행군’ 하듯이 조금 혁대 졸라매겠다고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적 레버리지가 바로 정치적인 커다란 행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요소로 작동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문제가 되겠지만 그것은 상황이 상당히 변수가 많다. 다른 나라들이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의존도는 상당히 급속하게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중요성 다섯 번째 안에 든다”
북한, 중국 개혁개방 경험 통해 시행착오 줄여야


▲ 이 교수는 중국의 개혁개방에 대한 경험을 북한이 참조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적합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중국과 한국은 지금 상당히 무역이나 교류에서 많은 관계가 맺어져 있다.

■ 지금 우리도 무역관계는 중국이 제 1 무역 상대국이고 투자도 제조업투자도 중국에 제일 많이 하고 있다. 그게 불과 92년 수교이후 17 년 만에 거의 제로 상태에서 이러한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 중국 입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어떻다고 보나?

■ 저는 그것도 그렇게 낮은 비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가단위로만 보면 우리가 교역규모나 투자규모를 보면 미국과 일본 다음이다. 유럽 같은 경우는 유럽연합으로 묶으면 우리보다 규모가 커지지만 유럽에서도 개별국가로 우리만큼 중국과 경제교류가 활발한 나라는 없다. 그리고 대만, 홍콩은 중국 내의 특수관계이기 때문에 개별 단일 국가로 보면 우리나라가 중국에 대해 그 중요성이 다섯 번째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한반도 차원까지 생각해보면 중국의 입장에서 비대칭성이 굉장히 존재하지만, 한국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무시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수평적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는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다. 자원도 있고 그런 역사적 유산도 있다. 한국전쟁을 통해서 미국과의 관계가 만들어지고 틀이 만들어진 것과는 달라서 중국과의 관계는 다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다.

□ 흔히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많이 실패하고 쫓겨난 이야기도 많다. 교역이 많이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나?

■ 글쎄, 경제 쪽에서 개별적인 사례들을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투자가 됐다가 망했다면 누가 새로 투자하겠나? 투자가 기본적으로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거기에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지, 기업하는 사람이 손해 볼 일을 왜 하겠나?

개별적인 케이스를 보면 사실은 손해 보는 케이스가 분명히 있다. 그건 어느 시장경제도 마찬가지다.

제가 보기에는 전체적으로 보면 교역이 계속 확대되고 투자도 증가하거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에서 어느 정도는 이윤을, 계속 얻을 게 있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다양한 부정적 요소들을 너무 절대화시켜서 다수가 손해보고 있다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다.

□ 중국사회를 ‘사회주의 국가다’, ‘중국 특색이 있는 사회주의 국가다’라고 하는데, 사회주의와 시장경제 측면에서 어떻게 규정할 수 있나?

■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 자본주의 사회랑 뭐가 다른가? 비슷하다. 양쪽이 다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경제 시스템이 유사해졌다. 그래서 ‘뭐가 사회주의냐?’라는 의문들이 당연히 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런 사태가 발생된 전제는 기존 스탈린식 사회주의 경제체제는 안된다는 게 일단 확인된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모델을 시장경제로 찾아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유사한 상황에 온 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해서 사회주의적 요소나 사회주의라는 이념에 의한 영향들이 전혀 없는 사회냐?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일단 물질적으로 보면 아직 저발전 국가다. 1인당 소득으로 굉장히 낮은 국가이지만 예를 들면 중국의 핵심적인 산업들은 국유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나중에 그런 자원들이 어떻게 쓰일지 우리가 지금 판단할 수는 없지만 공공적인 것을 위해 더 잘 쓸 수 있는 자원들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 시장이나 사적소유제에 맡겨져 있는 것보다는 좀 공공적인 어떠한 것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물적 토대도 좀 있다고 생각되고, 이념적으로도 중국 공산당이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이라는 것을 계속 주장하는 한에 있어서는 이념적인 것이 어느 정도는 공산당이나 중국의 정책에 영향을 계속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말로 ‘허셰(和諧), 허셰(和諧)’ 얘기하는 데 이런 것도 말만은 아니고 어느 정도 규범 하에서 정책적 조정들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예 중국 정부, 공산당이 약탈적인 방식으로, 수탈적인 방식으로 경제정책을 쓰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케이스다. 그런 것은 중국 공산당이 가지고 있는 사회주의적인 유산, 이념적 유산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발전될 지는 지금 미지수지만, 사회주의적 요소가 완전히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하기는 아직은 어렵다고 본다. 좀 더 지켜보고, 중국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그런 자원들이 활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90년대 중국을 갔을 때 이미 당원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던데, 그 이후에 지금까지 온 것으로 보면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봐야하지 않나?

■ 지금 제일 문제는 사회주의가 뭔지 확실치가 않은 데서 발생하는 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본다. 가치로서 사회주의는 있지만 도대체 사회주의를 어떻게 실행해야 될 것인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델이 유럽의 사회민주당 정도 모델이니까, 그럼 그런 사회민주당 모델이 보편적 모델이 될 수 있느냐? 후발국가에서 그런 것을 따라갈 수 있느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지금 남아 있다.

중국에서는 일단 임기응변으로 시장경제를 채택한 것이다. 급하니까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데 시장이라는 것이 시장에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영향들이 나타나게 되고, 그것이 과연 중국이 뭐가 사회주이냐는 의문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뭘 하겠다고 하면은 뭘 할 수 있는 이념적 자원이나 물적 자원은 아직도 조금은 있다. 물론 이러한 자원들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 과연 중국이 사회주의 모델이 될 수 있는가? 북한은 과연 중국 모델을 따라가야 되는가? ‘북한식 사회주의’는 뭔가? 여러 가지 문제들이 제기될 수 있는데.

■ 그것도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간단하게 말해 전반 30년은 모택동으로 한 것이고, 후반 30년은 시장으로 한 것이다. 시장을 해 보니까 문제가 발생하니까 지금 모택동 재평가도 이뤄지고, 어쨌든 이념적 자원이 활용이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은 중국이 아직까지는 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활용을 잘못하면 더 형해화가 돼서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공산당도 무너질 것이다.

북한도 그러니까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국에서도 개혁개방정책이 낳은 문제를 반성하는 상황이니 조금 경로가 다를 수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그 시행착오도 줄이고 자신의 조건에 더 맞는 방법이 있을지는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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