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미(북미)회담 결과를 보고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를 표명하였다. 다자회담에는 6자회담도 포함되어있다.”

북한 <로동신문>이 6일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5일 북한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숙소를 방문해 접견한 담화를 보도한 내용입니다. 이에 앞서 신문은 “조미양자회담을 통하여 조미사이의 적대관계는 반드시 평화적인 관계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조건부 6자회담 복귀’인 셈입니다.

6자회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조건부 6자회담 복귀’의 진의를 두고 왈가왈부가 많습니다. 일단 김정일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연내 6자회담 성사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전술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아울러 상대편인 미국을 압박하고 최대우방국인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측면이 있다고도 평가합니다. 특히, 남측은 이 발언이 6자회담 복귀로 받아들여져 지금의 대북 제재국면이 와해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의 이번 ‘조건부 6자회담 복귀’는 이전의 발언과 비교해 볼 때 진일보한 면이 있습니다.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겠다”(4월, 외무성 설명)-“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7월, 김영남 상임위원장)-“자주권을 유린하는데 이용된 6자회담 구도를 반대한 것이지, 비핵화 그 자체를 부정한 적은 없다”(9월, 유엔에 보낸 편지)-“비핵화를 양자대화와 다자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9월18일, 김정일 위원장)는 등 일련의 발언에서 보여지듯 말입니다.

북한의 성명서나 담화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그런데 이번 ‘조건부 6자회담 복귀’ 발언은 매우 모호합니다. 먼저, 6자회담에 대해서 ‘북미회담의 결과를 보고’라는 단서를 달고 있습니다. 이어서, 곧바로 6자회담을 꺼내지 않고 다자회담을 꺼냈습니다. 매사에 분명한 북한이 6자회담에 대해서는 비비꼬고 있습니다. 6자회담에 흥미가 없다는 반증입니다. 그러기에 초점을 ‘6자회담’이 아니라 ‘양자회담’에 맞추면 그 발언의 의미가 명확해집니다. 분명 북한은 ‘6자회담 복귀’보다는 ‘북미 양자회담’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통해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해결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다음에도 6자회담이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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