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뒤 '보수성향 코드인사'와 '6.15, 10.4선언 비난 홍보책자' 파문 등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겪어 온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수석부의장 이기택, 민주평통)의 주요 홍보사업에 뉴라이트 쪽 인사가 깊이 관여했음이 드러났다.

민주평통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심화되면서, 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초당적이고 범국민적인 통일정책'을 수립해야 할 본연의 자세에 크게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평통 홍보책자 집필은 뉴라이트 인사 = 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민주평통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6.15, 10.4선언을 존중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공식 입장과도 배치되고, 구체적 근거도 없이 두 선언을 비난했다'며 집중 추궁한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바로알기' 홍보책자의 집필자는 뉴라이트 계 계간지 <시대정신>(이사장 안병직)의 편집장 출신으로 확인됐다.

▲ 민주평통이 발간한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바로알기' 홍보책자. [통일뉴스 자료사진]

문제의 홍보책자를 집필해 이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영재 씨는 주간지 <시사저널>과 일간지 <동아일보>, <중앙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한 뒤 <시대정신>의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밝혔다. 최 씨는 지난 10월 1년 계약직으로 민주평통에 연구위원 직책으로 왔고, 김대식 민주평통 사무처장의 지시로 홍보책자를 만들었다.

지난 7월 1일 민주평통 14기 출범식에서 자문위원들에게 배포된 홍보책자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해 "특검결과에서 밝혀졌듯이 5억 불 내외의 엄청난 뒷돈을 주고 성사된 정삼회담에서 합의된 것으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다", "최소 14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경협 관련 사항으로, 그 이행을 차기 정부에 떠넘겨 국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준 무책임한 합의"라고 각각 비난하고 있다.

또한 구체적 근거 제시 없이, 북한에 지원된 많인 식량이 군량미로 전용되고, 현금도 미사일.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제조에 쓰였다고 주장하기도 해 논란이 일었었다. 책자가 지난 10년간 대북지원 총 규모로 69억 6천만 달러라고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대목은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했다고 김대식 사무처장이 이날 밝혔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공식입장은 6.15, 10.4선언을 존중한다는 거다. 민주평통에서 이렇게 정부의 공식입장과도 전면 배치되는 내용의 책자를 발간해서 배포했다"면서 "1만 8천여명이나 되는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의 교육용으로 중요한 책자인데 (책자 집필자가) 계약직 직원인데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고를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뉴라이트 계열 잡지 편집장 출신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현금 지급은 단 한 푼도 없다는 게 통일부의 공식자료"라며 "근거자료를 외면하고 굳이 <조선일보> 자료로 문건을 만든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추궁했다.

구체적 근거자료를 제시하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책자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옹호하는 쪽에서도 지적됐다. 송영선 친박연대 의원은 최 씨에게 북한 미사일, 핵개발 비용 등을 물으며 "그런 숫자를 제시해야 이런 비난을 안 들을 것 아니냐"며 "소신을 가지고 했으면 거기에 대한 논리적인, 실질적인 지식을 명시해 줘야 한다. 소신만 있어서는 안 된다.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 평통 기관지 선정에도 관여 = 최 씨는 민주평통 기관지 <통일시대> 제작 업체 선정에도 관여했다. 월간 <민족21>이 제작해 오던 <통일시대>는 정권이 교체된 뒤 현재 인터넷 매체 <데일리NK>가 맡고 있다.

입찰 관련 자료를 살펴 본 이미경 민주당 의원은 "입찰에 <데일리NK>와 <민족21> 두 곳이 참여했는데, <데일리NK>는 온라인 업체로 오프라인 잡지를 만드는 곳이 아니었다"며 "조달청에서 조달사업자 등록을 하자마자 며칠 안 돼서 입찰에 참여해 사업을 따냈는데, 사업실적이라고 낸 것이 300만원짜리 격월간지를 한 번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영재 씨가 민주평통에 1년 계약직으로 출근 두달 만에 기관지 심사위원에 참여했다. (데일리NK에) 80점 만점에 80점을 줬다"며 "<데일리NK>의 대표가 한기홍 대표인데, 한 대표는 뉴라이트재단(현 시대정신)의 상임이사이고 최영재 씨는 시대정신의 편집장 출신"이라고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밖에도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무소속 의원은 '10만 통일 일군'을 양성한다는 '통일 무지개 운동' 사업에 대해 "첫째 순수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사용했던 방식과 유사해 보이고,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사전 선거운동으로 보일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며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평통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여당 내에서도 나왔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민주평통은 화합을 위한 조직이지 분열을 위한 조직은 아니다. 제가 외통위원으로 고작 1년 반 밖에 보내지 않았는데, 민주평통을 떠 올리면 아주 큰 블랙홀이 생각난다"며 "명시 돼 있는 조직의 목표나 당위성이 현실과 많이 괴리 돼 있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초선 의원으로서 외통위원을 마칠 때까지 민주평통이 어떤 조직이고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문위원 추천경로, 통일 무지개 운동의 명분, 열린 추천제 도입 사유, 홍보책자의 중립성, 사무처장의 발언과 잦은 출장까지 화합을 표방하는 조직이 걸어야 할 정도는 분명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거기다가 사무처장의 처신도 분명히 의혹과 오해의 확산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점은 직시를 해야 한다. 중도실용 노선으로 국민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께도 결코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 김대식 민주평통 사무처장. [통일뉴스 자료사진]

◇ 김대식 "거친 부분 있다... 송구" = 홍보책자 문제와 관련해 김대식 사무처장은 "(책자가 배포된 뒤)늦게 봤는데 거친 부분이 있다"고 일부 내용상에서의 문제점을 시인하면서 "끝까지 챙기고 확인하고 점검해야 하는데 제가 바쁘다보니 챙기지 못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잇단 추궁에 김 사무처장은 "저는 1년이 넘도록 전국에 강연을 할 때도 한번도 6.15, 10.4선언을 부정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끝까지 (책자를) 확인하고 봤으면 이런 책자가 배부 되지 않았을 것", "거친 부분에 대해서 수정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뉴라이트 참여는 개인적 문제이고 (최 씨가) 기자를 거쳐서 전공을 북한학을 했기에 중립적 입장에서 충분하게 시각을 바라볼 것으로 봤다"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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