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금강산에서는 남과 북으로 갈라진 가족들이 감격적으로 상봉하는 장면이 약 2년 만에 다시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현대사에서 이산가족 문제는 ‘살아있는’ 최대의 비극으로 간주됩니다.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분단과 전쟁에 의해 부모와 자식이, 부부가, 형제자매가 60년 가까이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는 것은, 이 경우 자주 회자되는 저 유명한 표현처럼 ‘셰익스피어도 쓰지 못할 비극적 삶’임에 틀림없습니다.

새로 지어진 금강산면회소에서는 1차 상봉(9월26일∼28일)에 이어 2차 상봉(9월29일-10월1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늘 그랬지만 이번 경우도 이별의 사연이 갖가지입니다. 한국전쟁 중에 아버지를 대신해 북측 의용군으로 나갔다는 작은아버지를 처음으로 만나는가 하면, 23세 때 헤어진 남편을 82세가 되어 만나고, 또 100세 할머니가 58년 만에 셋째 딸과 상봉합니다. 게다가 이번 행사에선 ‘국군포로’ 한 가족과 ‘납북’ 어선 동진 27호 선원 두 가족이 ‘특수 이산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났습니다.

이번 이산가족상봉은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당국간 실천행사로는 처음입니다. 그만큼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건 감격적인 행사에 이를 보아주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관광지인 금강산에는 지금 관광객들이 없습니다. 이전에는 이산가족상봉이 금강산 관광객들의 감격과 축복 속에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금강산 피격사건’ 이후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이래 아직 그 미래를 기약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침 북측의 기류를 반영하는 재일 <조선신보>가 29일 고성(금강산)발 기사에서 “상봉장에는 이번 행사가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북남공동선언들의 첫 이행과정으로 되어야 할 것이며 6.15이전의 대결시대처럼 상봉사업이 단 한번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는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측이 이번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6.15와 10.4선언의 이행으로 보고 있으며 또한 행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금강산관광이 재개되어야 합니다. 북측은 이미 금강산관광 재개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남측 정부도 차제에 호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도적 행사-관광사업 재개는 본격적인 남북관계 복원에서 필요한 수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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