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용산참사 범국민추모제가 열렸다. 참가자들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적은 소지를 태우는 추모의식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추석 전에는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를 치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추석에는 온 가족이 집에 모여서 차례상이라도 올려드리고 싶습니다. "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용산 남일당 건물 위에 지은 망루에 올랐지만 주검으로 내려온 故 이상림 씨의 며느리 정영신 씨는 26일 오후 4시 30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해결 촉구 범국민추모제에서 간절히 호소했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파묻고 있던 정 씨는 유가족들을 대표해 무대에 올라 "지난 설날에 이어 추석마저도 상복을 입고 지낼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런 희망조차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故 이상림 씨의 며느리 정영신씨는 추석 전에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정 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철거민들의 생계대책 마련을 거듭 호소하는 한편,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게도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인들과 저희 유가족들을 위로해 주시라"며 "정부의 책임을 시인하고 철거민들의 생계대책을 마련해 주시라"고 부탁했다.

남편들을 떠나보내고 맞는 첫 추석을 며칠 앞둔 유가족들의 표정은 더욱 착잡해 보였다.

대열 앞줄에 오른쪽에서부터 차례대로 앉은 정영신.권명숙.김영덕.전재숙.신수자.유영숙 씨는 무대에 걸린 고인들의 얼굴을 보고 감정이 북받치는 듯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류주형 용산범대위 대변인은 "추석 전에 뭔가라도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마련되면 유가족들이 그나마 위안이라도 되실 텐데 안타깝다"며 "추석 당일에도 용산참사 현장이나 순천향대 병원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간단한 행사를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가 추석 전 용산참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실질적인 주간으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지켜보고, 만약 임명이 된다면 그전의 질의서나 범대위 논평에 대한 답변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그와 관련해 용산참사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방안 제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연 용산범대위 상황실장도 "정운찬 총리 내정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용산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겠다고 한다"며 "만약에 총리 내정자가 참사 현장에 와서 사진이나 찍고, 유감 표명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만천하의 악어의 눈물을 흘린 꼴이 될 것"이라고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모인 야4당 공동위원회 의원들도 무대에 나와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거듭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각계 시민사회 대표자들도 이날 20여일 만에 열린 서울 범국민추모대회에 참석, 뜻을 모았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지난 14일부터 유가족들과 함께 전국 순회 촛불문화제를 함께 해 온 조희주 전국순회투쟁단장은 참가자들에게 "용산문제가 서울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면서 "유가족이 5분의 유가족이 아니라 전 국민의 유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추석 전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용산참사 문제 해결을 위한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사태의 해결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인식을 같이하면서 한 목소리로 정부에 실질적인 해결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유가족들을 다시 만나서 사태를 다시 파악하겠다고 했다"며 "우리가 입은 상처가 말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말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우리는 행동을 원한다. 잘못된 일들이 바로 잡히기를 원한다"며 "수사기록을 법대로 내놓으면 되고, 철거민들에게 임시상가 주면 된다. 또 구속된 이들과 수배된 사람들과 추석을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해 주면 된다"고 촉구했다.

김희철 민주당 의원도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중도실용.친서민 정책을 쓰면서 전국을 다니고 있다"면서 "전국을 다니고, 재래시장을 다닐 것이 아니라 용산현장에 나와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용산문제를 해결해야만 역사에 진전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날 범국민추모제에는 1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전국 각 지역에서의 순회 추모제를 마치고 서울에서 열린 이날 범국민추모제에는 1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정광훈 상임고문.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한도숙 전농 의장. 배종렬 평통사 공동대표. 명진 스님. 최헌국 목사 등 각계의 시민사회 대표자들도 자리를 지켰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정부는 용산참사 문제를 사인 간의 문제라며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백주대낮에 공권력을 투입해서 6명이 죽었는데 어찌 이를 사인 간의 문제라 할 수 있느냐"고 정부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아무런 해결 없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장례를 치를 수 있겠나. 돌아가신 분들은 진상규명도 되지 않고 명예회복도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매장할 수 있겠나"며 "우리가 이 싸움을 중단한다면 제2의, 제3의 용산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장성진 씨의 진혼무가 추모제 중간에 진행됐다. 또한 류금신 씨의 노래 공연 등 다양한 문예공연도 함께 펼쳐졌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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