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콘도에서 오는 26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리는 2009 추석 계기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해 방북하는 어르신들이 본인 확인절차 및 조편성을 받고 있다.[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25일, 가족과 친지를 만나기 위한 고령의 노인들이 두 손 가득 선물을 들고 강원도 속초로 모여들었다.

명절 고향의 친지를 만나러 가는 이들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60여 년 동안 생사도 모르고 지내다 겨우 생애 끝에 상봉하는 이산가족들이다. 반백년 넘는 세월을 이겨내고 드디어 북녘의 그들을 만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루 앞둔 이날 오후 속초 한화콘도에 모여든 1차 상봉단은 최종적으로 97명. 전날 허리를 다쳐 참석하지 못한 최고령 참가자 박양실(96)씨를 비롯해 3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상봉을 포기했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30여명의 가족들도 동반한다.

1차 상봉단은 숙소인 한화콘도에서 북녘의 가족.친지를 만날 채비를 갖췄다. 오후 2시부터 등록이 시작된 콘도 로비에는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들과 참가자, 동반 가족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 방북하는 어르신들이 등록 절차를 마친 뒤, 대기하고 있다.[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대부분 고령의 참가자들이었지만 상봉을 하루 앞둔 설렘을 숨기지는 못했다. 다들 서로의 사연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며 초조함을 달랬다.

북쪽에 있는 여동생을 만나는 김명자(78)씨는 "어제는 잠을 잘 잤는데 오늘은 마음이 들떠서 잠을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심정을 밝혔다.

97명의 참가자 중 최고령자인 정대춘(95)씨는 "아직 실감이 아니 않는다"고 했다. '내일이면 만난다는 사실에 기쁘지 않느냐'는 질문에 "기쁘다기 보다는 이제 한을 풀었다"고 말했다.

정대춘씨는 이번 상봉에서 북쪽에 막내아들을 만난다. 동행하는 아들 정태근(50)씨는 "어제부터 아버님께서 잠도 못 주무시고 계속 우셨다"면서 "평소에도 늘 북한에 있는 자식들 보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하셨는데, 다 돌아가시고 막내만 생존해 있다는 소식에 슬퍼하셨다"고 전했다.

▲ 어르신들이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큰아들을 만나는 이풍직(94)씨는 “내가 네 아버지가 맞다고 말하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버리고 나온 집, 그 집에서 어떻게 살았냐고 물어볼 거야”라고 말하면서 “그런데 우리 아들이 나왔을까”라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노란색 조끼를 입은 대한적십자사 속초지구협회 자원봉사자 120명이 이산가족들을 맞이했다. 이들은 속초 터미널에서 숙소로 이동하는 것부터 접수, 객실안내, 교육장 안내 등 궂은일을 도맡았다.

대한적집자사 속초지구 '설악봉사' 회장을 맡고 있는 박주희(50)씨는 "설레는 심정은 내일 만나시러 가시는 분들의 마음과 같다"면서 "고령의 분들이 많은데 다 건강하게 다녀오시기를 바라는 것이 전체 봉사원들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1차 상봉자들은 오후 4시부터 방북교육을 받았으며,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이곳에 들러 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참가자들은 이곳 한화콘도에서 '설레는' 전날 밤을 보내고 다음날 오전 9시 속초를 출발해 오후 1시경 240여명의 북쪽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금강산에 도착할 예정이다. 1차 상봉은 26일부터 28일, 2차 상봉은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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