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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권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달라"하토야마 정권 출범, 일제 피해자 '과거청산 기대감'
박현범 기자  |  cooldog893@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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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9.23  18: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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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할머니들과 정대협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3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연 수요시위에서 일본정부의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54년 만에 일본 자민당 정권이 물러나고 민주당 정권이 출범하면서, 해방 64년간 응어리 진 '한'을 품고 살아온 일제 강점기 피해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신임 총리의 과거사 문제 청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23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 노란색 옷을 곱게 차려 입은 할머니들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 대사관 앞에 배치돼 있는 경찰병력이 마주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열어온 884차 수요시위'의 풍경은 하토야마 총리의 취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기대감'은 여느 때 같지 않다.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용수(81) 할머니는 1998년 여름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증언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당시 민주당 간사장이던 하토야마 총리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

"빨간 블라우스를 입었었는데 하토야마 총리와 악수를 했다. 그때는 일본에서 배상을 한다고 국민기금(여성을위한아시아평화국민기금)이 나온 때였다. 나는 정부의 사죄도 없이 민간이 모든 돈은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자기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하토야마 총리를 "순하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 같았다"고 회상하면서 "믿고 싶다. 할머니들이 살아 있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76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 하토야마 총리가 취임한 16일 그에게 편지를 보내 총리취임 축사인사를 전하며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기에 편지를 올립니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것을, 사죄와 배상으로, 평화적이고, 확실하게 해 주실 것을 바라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윤미향, 한국염 공동대표 명의로 민주당과 연립정당인 사민당, 국민신당에 '전시성적강제피해자문제해결촉진법안'의 실현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적극적 해결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발송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죄와 명예회복, 배상금 지급 등을 요구하는 '전시성적피해자문제해결촉진법안'은 2000년부터 민주당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출돼 왔지만 처리되지 못했다. 정대협은 "3당 연립정권 하에서 어느 때보다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수요시위 참가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 "지금이야말로 일본은 자국의 이익에 눈이 멀어 이웃나라들을 괴롭히고 역사왜곡을 서슴지 않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앞에 섰다"면서 "일본정부는 교과서에 '위안부' 사실을 기술하고 특별법을 만들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는 하토야마 총리가 2002년 5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피해를 보상하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던 점에 주목한다"고 강조하면서 "해마다 10여명의 할머니들이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해 완전한 명예회복에 이르지 못한 채 한 많은 생을 마감한다. 그분들의 억울함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한 하토야마 총리가 꿈꾸는 우애와 공생의 동아시아 공동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일제피해자단체총연합회 등도 이날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일회담 문서공개'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1965년 '한일협정' 회담에 대한 일본 측 외교문서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일제피해자단체총연합회,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등은 수요시위에 앞선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 출범하게 된 민주당이 과거 정권과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 지를 보여달라"며 "그 시금석은 바로 한일 간 과거사 문제의 얽힌 실타래를 푸는 열쇠인 '한일회담 문서 공개'에 있다"고 촉구했다.

한.일 양국 시민 424명은 2005년 '한일회담문서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회'를 결성했고, 양국 원고대표 10명의 제소로 일본정부는 2007년 주요 부분에 '먹칠'을 한 5천여 페이지의 문서를 공개했다. 내달 21일에는 이 '먹칠'부분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의 결심공판이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6만 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추가로 공개했지만, 이때에도 25%가량을 가려 이것에 대한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 측 원고대표 중 한 명인 최봉태 변호사(법무법인 삼일)는 △한.일합방의 적법성 여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중대 인권침해 △일제 피해자 공탁금 지급 문제 등 "한일 간에는 한일협정이 남긴 법률상의 여러 뜨거운 현안들이 남아 있다"며 "일본의 정권이 바뀌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문서 공개다. 문서를 공개하지 않으면 자민당과 똑같은 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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