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수로 유명한 박종화(46) 시인의 서예산문 '나의 삶은 커라'를 연재한다. 전남 함평의 한 산골마을에서 올라오는 박 시인의 산문과 서예작품은 매주 토요일 게재된다. / 편집자주

한 발자욱

오늘은 혼자서 산에 올랐습니다.
산을 오르며 흘리는 땀도 좋고 정상에서 맞는 바람도 좋습니다. 큰 산이든 작은 산이든 산은 늘 좋습니다. 기분 좋다고 한 잔 하고 기분 나쁘다고 한 잔하는 술꾼마냥 그렇게 산을 오릅니다. 내게 사색의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건강을 점검해 주기도 하는 이 너그러운 산의 젖가슴을 오르내리면서 늘 아쉽게 느끼는 것 하나 있습니다.

산을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도 하고 때론 돌길이기도 하지요. 그 길을 서로가 오르내립니다. 물론 내려가는 사람보다 올라가는 사람이 훨씬 힘이 들겠지요. 좁은 등산로를 서로 교차하며 오르내릴 때 내려오는 사람은 꼭 편한 길에 발걸음을 둡니다. 오르는 사람은 늘 오르기 힘든 곳에 발걸음을 두지요. 오르는 사람이 훨씬 힘든데 늘 내려오는 사람이 편한 곳에 발을 딛고 내려옵니다. 산에 갈 때마다 확인해 봐도 내려오는 사람이 먼저 길을 비켜주고 발 딛기 좋은 곳을 내 주는 일은 아주 적습니다. 아마 사람들의 습관인 것 같아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오르다 보면 내려오는 사람들이 돌길로 가고 좋은 길은 오르는 사람에게 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런데도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내려오는 사람은 좋은 길을 선점합니다. 왜 그러는지는 나도 모를 일입니다. 내려오는 사람이 더 동작이 빠를 것이고 발걸음을 딛을 때는 아무래도 올라오는 사람보다 먼저 딛기 때문일 거라는 막연한 추측이 전부입니다.

각박한 세상의 인심이 사람들의 이기심을 따라 산까지 올라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모를 일입니다.

▲ 박종화 作 '발자욱'(340*640) "풍족할 때 인심 쓰는 열 걸음 보다 절실할 때 내 주는 한 발자욱"

도움이라는 것은
내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기에
부가 가난을 돕는 것이 아니라
아픔이 아픔을 돕습니다

작품설명 : 전체 구도는 발자욱처럼 보이게 발가락이 있는 부분을 형상화 합니다. [발자욱]이라는 글을 덧보이게 하기 위함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