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북측의 황강댐 긴급방류로 ‘임진강 급류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측은 7일 “언제(댐)의 수위가 높아져 긴급히 방류하게 되었다”고 해명하고는 “앞으로 많은 물을 방류하게 되는 경우 사전 통보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발생 하루 만에 북측이 신속하게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앞으로 남북관계의 좋은 선례로 남을 것입니다.

그런데 곧이어 임진강 유역에서 실종됐던 민간인 6명이 모두 희생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남측에서 대북 여론이 들썩이던 참에 보수언론에서 북측의 ‘수공’(水攻), ‘물폭탄’하며 험한 분위기로 몰아갔습니다. 이러던 중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북한에서 의도적으로 방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매우 안타깝고 또 잘못된 일입니다. 남측 당국이 북측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아무런 증거도 없이 ‘북한의 의도된 방류’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자칫 북측의 수공을 기정사실화시키고 더 나아가 북측의 도발로 오인될 소지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현 장관의 발언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며 또한 남북관계가 악순환의 늪에 빠질지도 모를 빌미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불상사는 남북관계가 단절되어 있거나 불안정할 때 자주 일어났습니다. 지난해 금강산 피격사건도 남북관계가 한창 경색 중에 일어났습니다. 다행히도 지금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이 예견되면서 북한과 미국이 대화 쪽으로 시동을 거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전례로 보아 북미가 대화국면으로 접어들면 남북관계도 유화국면으로 들어갑니다. 현 장관의 ‘북한의 의도된 방류’ 발언이 가뜩이나 기지개를 펴려고 하는 남북대화 재개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지금은 남이나 북이나 모두가 상대방을 신주단지 모시듯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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