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정부는 6.15남측위원회가 중국 선양에서 6.15북측위원회와의 실무접촉을 위해 제출한 ‘북한주민접촉신고’를 일부 수리 거부했다. 한국진보연대 2명, 6.15남측위 산하 학술.청년학생.농민본부 3명 등 모두 5명의 실무접촉을 불허한 것이다. 6.15남측위는 이에 따라 4-5일로 예정됐던 실무접촉 자체를 포기하고 정부의 이같은 조치를 강력히 규탄했다.

북한주민접촉 신고는 사실상 ‘신고’사항에 불과하고 남북교류협력법에는 “통일부장관은...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신고의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통일부가 이번 실무접촉 불허 사유로 밝힌 “현 남북관계상황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우려 때문”은 매우 추상적이고 ‘명백한’ 우려가 아닌 한 신고를 수리해야 한다는 법정신에 어긋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정부가 이처럼 남북교류협력법마저 무시하고 민간통일운동단체들의 교류를 가로막고 나선 이유는 엄격한 법적용이라기 보다는 ‘현 남북관계 상황’에 방점이 찍힌 법적 권한의 남용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즉 남북 당국간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교류가 북측의 ‘통일전선전술’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극히 자의적인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민간교류 제약과 차단은 당장 현 정권의 이해관계에 부합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현 정권 자신에게는 물론 남북통일의 여정에 지대한 손상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이 명백하다. 민간교류는 남북 정권의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 민족의 통일과정에서 당국간 대화에 못지않은 본령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통일을 진전시켜나가는 힘도 남과 북의 국민과 인민에게서 나오며, 통일의 결과 함께 살아갈 사람들도 남과 북의 국민과 인민들이다.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2001년부터 본격화된 민간교류는 지금까지도 비록 제한된 소수에 한정됐지만 처음으로 남과 북의 국민과 인민이 함께 만나 거리를 좁히고 하나되기 위한 과정을 모색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중대하다 할 것이다. 특히 6.15남측위는 민화협.진보연대.7대종단.시민단체 연대체로 산하에 지역과 부문 본부를 망라하고 있는 우리사회 최대의 민간통일운동체로서 지금껏 정부와의 협력을 위해 많은 부분을 양보하며 합법적 운동방식을 채택해왔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로도 6.15남측위는 가급적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설정을 위해 노력해왔고, 산하 부문본부들의 실무접촉이나 방북 불허조치에도 비교적 온건한 태도로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6.15남측위는 이번 정부의 선별 불허 입장에 대해 실무접촉 포기라는 유래없는 강경책으로 맞섰으며, “6.15남측위원회는 정부의 거듭되는 자의적 조처의 재발 방지를 위해 법적 대응을 포함하여 지속적 항의활동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상생.공영’의 방향에서 ‘진정성’을 갖고 추진하고자 한다면 6.15남측위의 실무접촉을 무산시킨데 대해 사과하고 철회한 뒤 재발장지를 약속하는 것으로부터 거듭나야 한다. 6.15남측위가 항의서한을 통해 “정부는 북한의 통민봉관을 우려하고 이에 즉자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보다 대범하게 통민통관하는 상생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며 “정부는 민간교류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간교류를 더욱 활성화하여 이를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적극 활용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대목에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측의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술적 변화’로 치부하며 팔짱끼고 지켜보고 있는 정부가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물품 반출이나 지원단체의 방북을 엄격히 제한하고, 통일운동단체들의 제3국에서의 실무접촉까지 무산시키고 있는 현 상황은 분명 현 정부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지금은 민간교류 차단에 급급할 때가 아니라 고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민간이 제공한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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