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우주를 향해 쏘아 올린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했다. 이를 두고 ‘부분성공’에서 ‘완전실패’까지 평가가 분분하다. 선진국들도 우주발사체의 첫 발사성공률이 30%도 안 될 정도로 실패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분명한 건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에서 중요한 교훈과 값비싼 대가를 얻었다는 것이다. 긴 안목에서 볼 때 아쉬운 건 우주발사체의 ‘실패’ 그 자체보다도 다른 나라의 기술에 의지했다는 점이다.

◆ 이번 인공위성발사에는 한국-러시아가 공동으로 작업했다. ‘나로호’는 ‘과학기술위성 2호’를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키는 2단형 발사체로, 1단은 액체 엔진, 2단은 킥모터(고체모터)로 구성되어 있다. 1단은 러시아가 개발했으며 2단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됐다. 그런데 ‘나로호’ 개발에는 총 5100억원이 투입됐다. 3300억 원이 지출된 나로우주센터 건립 등을 포함하면 총 8500여억원이 들었다. 일각에서는 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러시아의 추진체 발사 시험을 대신해준 것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 북측의 경우 이와 내용은 다르지만 비슷한 사례가 있다. 북측은 1998년 8월 31일 ‘광명성 1호’ 발사 후 국제사회가 위구심을 나타내자 1999년 미국과의 미사일 협상에서 인공위성 발사는 전적으로 주권국가의 권리라고 말하면서도 북미관계의 발전에 따라 양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7월 평양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미국이 인공위성을 대신 발사해주면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한마디로 표현해 북측이 미사일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이 위성을 대신 쏴달라는 것이다.

◆ 북측은 인공위성을 1998년과 올해 두 차례 발사했다. 북측은 두 차례 모두 성공했다고 단언하는데 미국 등은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지난 4월 5일 북측이 두 번째 인공위성인 ‘광명성 2호’를 운반로켓 ‘은하-2호’에 탑재하고 발사하자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이를 장거리 미사일로 규정하고 이어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안을 채택했다. 그러자 이번엔 북측이 남측의 ‘나로호’ 발사를 앞둔 지난 8월 10일 “우리는 6자회담 참가국들이 남조선의 위성발사도 유엔 안보리에 상정시키는지 주시해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어쨌든 우주 개발에 있어서는 북측이 남측보다 선수를 치고 나간 격이다.

◆ 사실 국제사회는 북측의 인공위성발사에는 제재를 가하더니 남측의 그것에는 미묘한 시비를 거는 듯하다가 묵묵부답이다. 국제사회가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대목이다. 국제사회는 북측을, 북측은 남측을 각각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없을까? 미국측이 북측의 인공위성을 대신 쏴 주고 또 북측은 남측의 인공위성을 대신 쏴 주면 어떨까? 미국은 북측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구심을 덜 수가 있다. 아울러 남측은 막대한 우주개발 비용을 다른 나라가 아닌 북측에게 지불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닐까?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