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특사 조의방문단’이 21일 낮 특별기편으로 서울에 와서 곧바로 국회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로 직행, 평양에서 가져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화를 바쳤습니다. 아울러 방명록에는 ‘정의와 량심(양심)을 지켜 민족 앞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여’라고 적었습니다.

‘특사 조의방문단’은 김 위원장의 최측근 실세인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6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은 1박2일 예정으로 서울에 체류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제 막 고인에 대한 조문으로 그들의 남행(南行) 일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왠지 아쉽습니다.

냉기류가 돌던 한반도에 이달 초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후 다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해서 억류자 석방과 아울러 금강산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등의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어제 육로통행 제한ㆍ차단, 경의선 철도운행 중단, 경협사무소 폐쇄 등을 담은 이른바 ‘12.1 조치’가 전면 철회되었습니다.

지금 한반도의 키워드는 ‘대화’입니다. 북미가 대화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미묘하게 감지되고 있습니다. 북측도 미묘하나마 남측에 대화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호기입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지난날 펼친 대결적 대북정책 등으로 해서 막상 대화국면으로 입장을 선회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민족적이고 대국적인 견지에서는 아집을 버려야 합니다. 대결적 대북정책이 옳지 않은 것으로 판명 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훌훌 털어버려도 됩니다. 형제지간에는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도 화해하듯 같은 민족끼리도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지 않아도 화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남측 당국이 구차한 입장 변경의 변 없이도 북측 조문단을 따뜻하게 맞이하면 되는 것입니다.

1박2일이면 시간은 충분합니다. 통일부 등 정부 당국이 북측 조문단과 회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이 북측 조문단을 청와대에 불러 면담을 해 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을 배려했듯이, 북측의 ‘특사 조의방문단’을 맞이한다면 이는 김정일 위원장을 배려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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