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으로 통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면하셨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계속해서 얼어붙어 있고 특히 최근에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합동연습으로 극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북측은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북침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전군 특별경계태세령’을 내리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에 조문단을 보내는 것은 북녘으로서도 대단한 결단을 한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일에 대한 의지가 죽어서도 남북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싶습니다.

이번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생전에 좋아하셨던 홍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잘 알려졌듯이 김대중 대통령은 흑산도가 고향으로 흑산도의 별미인 홍어를 즐겨 먹었습니다.

홍어는 홍어목 가오리과의 바닷물고기로 바다 물고기 중에서 유일하게 삭혀서 먹는 고기입니다.

전북에서는 간재미, 경북에서는 가부리, 나무가부리, 전남에서는 홍해, 홍에, 고동무치, 함경남도에서는 물개미, 신미도에서는 간쟁이라 불립니다.

냉장시설이 없던 옛날 흑산도에서 나주(영산포)까지 300리를 뱃길로 오다보면 싱싱함이 사라지고 자연스레 삭혀져 있었습니다.

홍어는 ‘트리메틸아민오옥시사이드’라는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어서 죽으면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퀴퀴한 냄새가 나곤 합니다.

때문에 홍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많은데요, 한번 이 맛을 즐기기 시작하면 냄새가 나는 것을 더 찾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합니다.

신선한 홍어는 회로 무쳐 먹거나 아구찜처럼 콩나물을 듬뿍 넣어 찜으로 먹기도 합니다. 삭혀서 막걸리와 함께 먹는 홍탁은 주당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잘 삭은 홍어와 돼지고기 편육, 배추김치를 함께 싸먹는 ‘홍탁삼합’은 톡 쏘는 홍어와 담백한 고기, 아삭한 김치가 어우러져 한입 베어 물었을 때 그 어우러지는 맛은 막걸리와 함께 하기에 아주 그만입니다.

혼인과 잔치 집에서는 전과 함께 빠지지 않고 오르는 음식이 홍어회로 기름진 잔치 음식을 먹은 후 매콤한 홍어회 한 점이면 개운해 인기가 많습니다.

전라도에서는 예로부터 경조사가 있을 때 반드시 홍어를 내놓는 풍습이 있는데요, 아무리 다른 음식을 잘 차렸더라도 홍어가 오르지 않으면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합니다.

제가 지방을 다니며 음식 취재를 다녀 본 결과, 전라도의 삭힌 홍어는 남도와 북도에서도 큰 맛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전라남도의 홍어는 북도에 비해 훨씬 더 삭혀져 소위 혀에 살짝 닿기만 해도 녹아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홍어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최초의 기록이 있는데요, “鱝魚(분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일반서민들이 洪魚(홍어)라 고 표현한다. 나주읍 인근에서는 숙취해소에 좋아 막걸리 안주에 좋고, 배앓이에 좋아 즐겨 먹는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본초강목』에는 태양어(邰陽魚)라 했고, 모양이 연잎을 닮았다 해 하어(荷魚), 생식이 괴이하다 해 해음어(海淫魚)라고도 했습니다.

영산포는 홍어의 본고장으로 꼽히는데요, 영산포가 홍어의 본고장이 된 이유는 흑산도에서 살던 어민들이 왜구에게 계속 쫓겨 오다가 영산포(나주)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이 지역의 홍어를 최고로 치는 이유는 홍어가 산란을 위해 북으로 올라오다가 흑산도 옆 영산도라는 작은 섬 주위에서 산란을 하는데 이때 잡은 알을 잔뜩 밴 풍부한 육질의 홍어를 최고로 치는 것입니다.

이런 홍어는 꽃게나 돔, 광어, 우럭, 멸치, 조기 등을 먹이로 삼고 있어 고단백질알칼리성 영양식품의 보고로 홍어의 살과 애(간)에는 고도 불포화 지방산이 75%이상, 이중 EPA.DHA는 35%이상 함유되어 있습니다.

EPA.DHA는 관상동맥질환, 혈전증의 유발을 억제하는 물질이며 DHA는 망막 및 뇌조직의 주요성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삭힌 홍어는 PH9의 강알카리성 식품으로 산성 체질을 알카리성 체질로 바꿔주며 위산을 중화시켜 위염을 억제하고 대장에서는 강 암모니아로써 잡균을 죽여줍니다. 이에 산후조리에도 좋은 식품으로 알려지고 병후회복과 기미, 주근깨, 검버섯은 물론 피부미용에도 좋은 식품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흔히 홍어는 겨울이 제철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방에서는 홍어를 더운 음식으로 분류해 여름에는 ‘이열치열’의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홍어는 신선한 것은 물론이고 삭혀질수록 제 맛을 내는데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도 남북관계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고 서거 후에도 큰 역할을 하며 그 의미가 더욱 깊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 어쩐지 삶도 홍어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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