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수로 유명한 박종화(46) 시인의 서예산문 '나의 삶은 커라'를 연재한다. 전남 함평의 한 산골마을에서 올라오는 박 시인의 산문과 서예작품은 매주 토요일 게재된다. / 편집자주

창조성

참 이상허단 말이여
똑같은 밭에서 나란히 농사를 지었는디 최가네 것보다 수확이 훨씬 못허당께
내가 뚝심도 더 씨고 부지런허기로는 우리 동네 제일인디 뭔 일인지 모르겄네 잉

야 이놈아 세상은 뚝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 것이여
생각을 험서 살아야제 생각을
작년같이 허믄 되것제 그럼서 다른 것은 안했지야
고 것이 바로 관성인 것이여 이놈아
뚝심 고것 좋제 암 좋고 말고
어떤 인간이고 뚝심은 있어야 허는 법이여
그래야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다가 가져갈 것이 있으믄 가져가는 것이제
허지만 사람헌티는 뚝심보다 생각이란 것이 앞선 것이여
요즘 같이 하룻밤 자고 일어나믄 변해쁜 세상에서
생각 없이 살다보믄 꼭 동네 똥개새끼 밥묵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 되야부러야
쪼깐이라도 나은 것을 위해 무엇을 어찌게 헐 것인가를 창조적으로다가 생각허고
과감허게 실천허는 행동이 필요허단 말이제 잉
생각을 깊이 혀야 사색이란 것도 생기고 창조적인 뭣이라도 맹글아지는 것 아니겄냐
최가네는 너보다 게으르고 뚝심도 없이 보이지만 고 것이 아니여
어찌게 허믄 수확량을 늘릴 것인가를 허구헌날 궁리허고 사색허다 보니
겁나게 효과적으로다가 농사를 짓게 돼분 것이랑께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여
생각과 사색을 허고 안 허고는 백짓장 한 장 차이 밖에 안 나겄지만
결과는 겁나게 틀려 불제
다시 말혀서
아무 생각 없이 관성의 따라지 맹키로 딸려가냐 아니믄 내가 돌려뿌냐
고 것이 문제란 것이제
그랑께 맨날 똑같은 하루로 세월만 씹어묵지 말고
뭣인가 새로운 것들을 생각험서 살자고
고것이 개와 사람의 차이 아니겄냐 잉
생각이 앙긋도 없는 놈인 줄 알았드만 그려도 니가 고민을 헌 것 보믄
고것이 바로 사람의 본성인갑시야

▲ 박종화 作 '창조성'(650*350) "오늘 이 순간의 변화를 끄느냐 끌리느냐의 문제는 개인이 갖는 뚝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갖는 창조성의 문제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도
태양이 뜨고 나면 첫 만남입니다
어제와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사람에게 있어 창조성이 항상 도사리는 이유입니다

작품설명 : 각자의 개성이 다른 세 글자들이 서로 모여 새로운 창작적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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