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존중과 이행이 빠졌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참 어려운 정부입니다. 상대편이 원하고 국민이 원하는 6.15와 10.4를 그렇게도 말하기가 어려웠나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64돌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 추진 △ 북한경제 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프로그램 실행 등을 제시했습니다.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해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해 대북 5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또한 남북간 재래식 무기의 감축도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남북간 재래식 무기 감축’이 다소 새롭기는 하지만 왠지 엉뚱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이같은 대북 메시지는 지난해 8.15경축사에서 밝힌 ‘한반도 경제공동체 실현’의 연장선에 있으면서 동시에 지난 대선기간 내놨던 ‘선핵포기’에 입각한 ‘비핵 개방 3000’ 구상의 골자와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상대방인 북측이 원하지 않는 내용들입니다.

참 딱합니다. 한반도 정세와 판이 달라지고 있는데도 1,2년 전의 레파토리만, 그것도 전혀 공감과 지지를 받지 못했던 내용만을 되풀이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최근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미관계에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과 개성공단 근로자의 석방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북관계 개선의 호기가 이번 대통령 경축사에서 실기하는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이 대통령이 경축사 말미에서 밝힌 “우리 정부는 언제, 어떠한 수준에서든 남북 간의 모든 문제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대목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요. 그러나 이나마 진정성이 없는 상투적인 표현으로만 들릴 뿐입니다. 지금 시기 6.15와 10.4선언의 존중을 빼고는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이야기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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